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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rgen Jul 09. 2020

그깟 설거지도 못해?

여자가 쓴 남자이야기 9

남자들의 설거지.

식탁에 있는 빈 그릇들 싱크대에 옮겨 놓는다. 물컵, 반찬그릇, 밥그릇, 국그릇. 숟가락 젓가락. 

다 닦아야 할 것들. 당연히 싱크대 물 속에 담가야 할 것들.  

물컵, 생선튀김접시, 무 고기국(된장국으로 할까요?), 한꺼번에 물통에 들어갑니다.  


상황을 더 극적으로 설정하죠. 재미를 위해서. 

이미 싱크대에는 생선 튀겨낸 프라이팬이 자리잡고 있답니다. 

주방세제 퍼붓습니다.

열심히 닦고, 헹궈도 헹궈도 세제 거품이 가시지 않지요. 오랫동안 흐르는 물에 말끔히 헹굽니다. 물이 많이 소비됩니다. 

건조대에 그릇들 엎어놓고 겨우 끝났습니다. 만족스런 성취감으로 소파에 앉아서 쉬며 스마트 폰 봅니다.

가사에 일조한 것이 뿌듯합니다. 


아내가(어머니가, 여동생이, 형수님이) 쪼르르 싱크대 앞에 다가가서 얼른 오지를 않고 무언가를 열심히 합니다. 어? 뭐야,내가 다 했는데? 

과묵한 여자는 묵묵히 다시 뒷 서러지하고, 말많은 여자는 쫑알쫑알 두런거리며 그릇 소리를 일부러 크게 냅니다. 앓느니 죽지! 

소파에 앉아서 기분좋던 남자는 은근히 화가 나기 시작합니다. 뭐야? 해줘도 말이 많고! 


따지러 싱크대 앞으로 쫓아갑니다. 

다했는데 왜그래? 의기양양, 겁없이 따집니다. 

이것 봐! 여자가 물컵을 남자의 코앞에 들이댑니다. 으크, 생선 비린내! 

이것 만져봐! 반찬그릇의 플라스틱 뚜껑을 손에 쥐어줍니다. 아니, 경악, 기름기가 미끄텅! 

여자가 휙 돌아서며 걸레 가져와서 닦아욧, 차갑게 말합니다. 싱크대 앞쪽 바닥에 물이 줄줄 흘러있네요. 

남자는 그냥 억울하고 억울한데, 입은 바늘로 꿰맸습니다.


설거지, 여자는 이렇게 합니다. 

물컵은 따로, 유리라면 특히 더 따로, 비린내나는 그릇 물론 따로, 플라스틱도 따로. 

그릇에 묻어있는 것들 우선 물 끼얹어 대충 헹구어 트리오 통에 입수. 

더구나 생선튀긴 프라이 팬은 그냥 뒀다가 설거지 끝난 후 독립적(거창하네, 예 완전히 독립해야 합니다)으로 닦는데, 우선 종이로 기름기 닦아낸 다음에 설거지. 

식기건조대 물받이를 빼내어서 쓱싹쓱싹 닦아 물때 낄 틈을 주지 말고! 

이렇게 한 다음에 아직 남은 중요한 일. 싱크대를 세제묻은 싱트대 수세미(절대로 그릇 설거지 수세미 아님)로 닦아 헹구고, 싱크대 상판의 물기 말끔히 닦고, 그것이 끝? 아니요! 

싱크대 앞쪽 마루 바닥의 물기도 걸레로 다 훔쳐내고, 


그 다음은 어째야 할까요? 행주도 빨아널고,걸레도 빨아널면 여자가 다시 싱크대로 쫓아가는 일은 안 생긴답니다. 

더 사랑받는 한 가지 팁!  

행주 걸레 삶기까지 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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