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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rgen Jul 16. 2020

귀스타프 카유보트 - 파리의 비오는 날

비전문가의 그림감상

감상鑑賞이 아닌 감상感想입니다.



Caillebotte,Gustave - Paris: A Rainy Day

시카고미술관 www.artic.edu 에서 가져옴.


Caillebotte, Gustave - Paris: ARainy Day (1877)

Oil on canvas, 212.2 x 276.2 cm
The Art Institute of Chicago


파리의 비오는 날입니다.
오르세이에서 귀스타프 카유보트의 "마루깎는 사람들"을 보고 그에 대한 다른 그림들이 궁금해졌지요. 여기저기 그의 그림들을 찾아다니다가 이 그림을 발견했답니다. 미국 시카고 미술관 소장인데 상업용이 아니면 이미지 복사도 할 수 있답니다.
실제 그림은 못보았지만, 사진만으로도 이 그림은 나를 사로잡는군요. 아마도, 눈에 익은 유럽의 거리 때문일 거에요. 안정된 색감도 좋고요.

비오는 날은 어둡지요. 마치 빛이 없는 듯이. 그러나 이 그림 속에서 우리는 빛을 확연히 느낄 수가 있어요. 사람들이 받쳐든 우산 위에 빛이 머물러 있는 걸 볼 수 있잖아요. 거리는 왜 번들거릴까요? 당연히 비에 젖어서 번들거립니다. 그러나, 그 번들거림을 화가가 표현한 것은 빛의 이용이지요.

그림 속 건물의 대각선 모서리를 보고있노라면, 마치 기차가 나를 향해 달려오는 착각이 드는군요. 이 그림엔 그렇게 내게로 "다가오는" 느낌이 있어요. 이런 건물은 유럽의 거리에서 흔히 보는 건물입니다.
그들은 건물의 모서리를 그냥 모서리로 마감한 것이 아니라, 이렇게 한 거리의 시작임을 강조하듯 두드러지게 꾸며놨어요. 이런 건물을 기점으로 앞뒤쪽의 거리 이름, 양측면의 거리 이름이 다릅니다, 유럽 거리의 특징 중의 하나가 모서리 건물들인 것 같아요.

앞에 선 남자의 굴뚝모자 때문에 혹시 영국으로 생각할 수도 있겠지요. 그러나 그림 제목은 여기가 프랑스 파리임을 말해줍니다.
갑자기 장난기가 발동하여 엉뚱한 생각을 해봅니다.
이 거리에서 저 뒤쪽에 어떤 여자가 화려한 유채색의 옷, 핑크나 노란색, 그런 옷을 입고 서있다면 화가는 어떻게 했을까?
화가가 얼마나 당황할까? 그 여자의 옷 색깔을 어찌 처리해야 할 지 상당히 고민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이 무채색의 거리에서 말이에요.
만약, 흔히 입는 샛노란 색깔의 비옷을 입은 사람이라도 한 명 여기 있었다면, 이 그림의 분위기는 지금과는 사뭇 다르겠지요?
이 그림에서 나는 비(rain)의 색깔을 봅니다. 건물에 푸르스름하게 묻어있는 물빛, 사람들의 옷에도, 검은 우산에도 물빛이 함께 섞어있는 그 물빛이 보이지요? 이 그림은 오래 바라보고 있으면 볼수록 정이 가는 그림입니다.

길바닥에 깔린 돌. 궁금하시지요? 보이는 표면과 같은 길이의 육면체 돌들입니다. 납작한 돌이 아니고 그만한 크기의 육면체 돌의 한 표면이 길에 노출되어 있는 거에요.
갑자기 묵직한 기운이 도로위에 느껴지면서 그림이 더 안정적으로 보이지 않나요?
미술 전문가가 들으면 참 어이없는 듯 웃어버릴 이야기입니다. 그러나, 나는 이렇게 내 멋대로 감상을 합니다. 창작한 작품이 일단 작가의 손을 떠나면 그건 감상하는 사람의 것이지 더 이상 작가의 것은 아니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이 그림도 내 것입니다. 내 식으로 해석하고 감상하고 좋아서 자꾸만 바라보는 그런 그림이 된 거지요.

왜 그림이라면 "모나리자"여야 하고, "해바라기"여야 하고, "만종"이어야 하죠? 이렇게 내 마음에 좋은 그림을 놔두고 왜 유명한 그림을 쫓아다녀야 하나요?

아, 비가 보일 뿐만 아니라 비 냄새까지도 나네요. 비냄새 , petrich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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