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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rgen Aug 03. 2020

와이어스-바다에서 불어오는 바람

비전문가의 그림 감상

감상鑑賞이 아닌 감상感想입니다.


Wyeth Andrew, Wind from the Sea 1948

출처 https://wyethprintgallery.com/

Wind from the Sea1948  Tempera, 19 x 28 in.  Private collection

한 이틀동안 밤낮없이 바람이 세차게 불었다.
공중에 매달린 플래카드 하나도 없는 빈 길거리에서 바람은 어디에 부딪쳐 그리도 거세게 펄럭이는 소리를 내는지… 옛날에 마전할 깃광목을 빨랫줄에 가득 널어놓은 날 바람이 불면 이렇게 펄럭이는 소리가 났었다. 어제 오늘도 바람은 깃광목 찢어지는 소리를 내며 불어댔다.
나는 바람소리를 듣는다.
마당에선 짙은 수박색의 상록수가 광풍에 몸부림치며 버티고 있다.  아직 잎이 무성해지지 못한 나무들은 가는 가지에서 낭창낭창 휘어지는 회초리의 소리를 내며 차갑게 서있다.
아, 나는 바람을 본다.
크리스티나 로제티의 <바람>이란 시가 생각난다
            
              바 람

     그 누가 바람을 보았을까?
     아무도 본 이는 없지마는
     나뭇잎 가만히 흔들면서
     바람은 거기를 지나간다.
     그 누가 바람을 보았을까?
     아무도 본 이는 없지마는
     나뭇잎 머리를 숙이면서
     바람은 거기를 지나간다.

시에는 아무도 바람을 본 이가 없다고 썼지만, 사실 그녀는 눈앞에 펼쳐지는 바람의 모양을 자세히 바라보면서 이 시를 썼으리라.
오늘은 로제티가 본 바람보다 훨씬 더 큰 바람이다.
앤드류 와이어스의 <바다에서 불어오는 바람>보다 훨씬 더 큰 모양의 바람이다. 와이어스의 그림에서 바람을 볼 땐 답답하던 가슴이 시원해지는 느낌이었다.
가끔은 바람을 쐬고싶다.  “술마시게 하는 사회”가 있듯이 “바람쐬고 싶은 날”이 있다.  그럴 때면 밖으로 나가든지, 아니면 와이어스의 이 그림이라도 들여다보면 환기가 된다. 남들도 다들 그렇게 사는가? 가끔은 바람을 쐬고 싶어하면서...

그의 그림은 미국의 벽촌을 무대로 전개되는 인간의 삶과 죽음의 드라마가 주테마이다. 인간의 삶을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듯 자세히 관찰하고 포착하여 그림으로 표현하던 와이어스는 바람을 쐬고싶은 마음을 자주 느꼈을 것이다.  템페라를 사용하여 드라이 브러쉬에 의해 철저하게 사실대로 그린 그의 그림에서 망사 커텐 자락은 한껏 바람에 부풀어있다. 그는 바람을 만나러 밖으로 나가지 않고 바람을 집안으로 끌어들여 화폭에 담았다.
<바다에서 불어오는 바람>은 답답한 마음을 시원하게 씻어준다.

그의 또 다른 그림 <펜테코스트>를 보자.

사진출처 www.andrewwyeth.com

Pentecost,  1989, tempera on panel, 20,75X30.625in. private collection


위의 그림으로부터 17년 후인 1965년에 그린 <펜테코스트(Pentecost)>이다.
기둥에 널어놓은 어망이 바람을 가득 안고 있다. 명암의 대비가 분명하여 땅은 더욱 단단해 보이고, 그늘은 더욱 슬퍼보인다. 넷트의 섬세함, 넷트의 아주 작은 구멍 사이로 바닷 바람이 지나가는 모습이 보인다. 템페라 그림의 사실적인 표현을 볼 수 있다.
땅에 늘어선 가는 기둥들의 그림자들이 띄엄띄엄 있는 것이 몹시도 쓸쓸해보인다. 바람부는 하늘에 왜 아무런 표정이 없는 것일까?  짙게 그늘이 드리워진 땅을 돋보이게 하고, 얇은 그물망의 움직임을 훼방하지 않으려고 하늘은 그렇게 무표정인지도 모른다.
그림에서 바람 소리가 들려온다. 쏴~아~ 쏴~아~




Pentecost는 기독교 절기인 오순절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와이어스는 이 그림을 Allen island 에서 그렸다고 합니다.

이 섬은 1605년 오순절에 영국 탐험가 조지 웨이 머스 (George Weymouth)가 부여한 이름 인 오순절 섬 (Pentecost Island)이라고 불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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