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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rgen Jul 30. 2020

빈센트 반 고흐 - 나무 뿌리들

비전문가의 그림 감상

감상鑑賞이 아닌 감상感想입니다.


Vincent van Gogh, Tree roots and trunks

사진출처 https://www.vangoghgallery.com

June-July1890 Oil on canvas 50 x 100 cm
Van Gogh Museum, Amsterdam


뉴스를 보던 중에 내가 좋아하는 고흐의 그림이 그려진 장소가 확인됐다는 반가운 글을 접했다.

(기사는 아래 링크)


그런 오늘은 갑자기 고흐의 이 그림이 생각난다.
이 그림을 볼 때마다 가슴속에서 애잔한 슬픔이 뭉글뭉글 피어오른다. 인간이 거역할 수 없는 흙에 대한 향수라고나 할까, 아니면 사랑하는 고흐에 대한 연민이라고나 할까.
그가 생의 마지막 시기를 보낸 오베르쉬르와즈에서 그린 그림이다. 나는 그곳에서 고흐의 화실이었던 아주 좁은 방을 들여다 봤고, 그가 화구를 둘러메고 걷던 산책길을 따라 걸으며 <까마귀가 나는 밀밭>의 그 밀밭에서 고흐의 숨결을 느꼈다. 동생 테오와 나란히 묻혀있는 그의 평면 무덤에서 그의 평화로운 안식을 잠시 묵상했다.

수없이 많은 화가들이 나무를 그렸다. 어느 파에 속하든 나무를 그려보지 않은 화가는 아마 없을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화가는 눈에 보이는 나무를 주로 그렸지 이렇게 고흐처럼 나무 밑둥치와 뿌리를 중심으로 그리진 않았다.
춤추는 나무 뿌리들을 보고 사람들은 고흐의 정신 상태를 심각하게 느낀다. 그러나, 고흐는 자신을 기다리는 흙, 그 부드러운 흙 속에서 자유롭게 유영하는 나무 뿌리들을 투시하고 있었을 것이다. 자신의 고달픈 육신을 편히 뉘일 그곳을 미리 보았을 것이다.

이 그림의 제목을 "춤"이라고 붙이고 싶다. 모든 나무 밑둥과 그 뿌리들이 벌거벗은 사람이 춤을 추는 모습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나는 이 그림을 볼 때 마다 숨은 그림찾기 놀이를 즐기곤 한다. 팔을 치켜들고 움직이는 사람, 다리를 쩍 벌리거나 갸우뚱 들어올린 사람, 알몸으로 누워있는 여자, 이런 사람들을 몇 명이나 찾아낸다.
그렇게 사람들의 형상을 찾아내면 괜히 슬프다. 그들은 모두 푸른 색이거나 검은 색이기 때문이다. 그 푸른 색깔이 나를 슬프게 한다.
고호가 나무 뿌리를 따뜻한 색으로 칠했다면 이리 슬프진 않았을텐데…
그가 살다간 세상엔 온통 푸른 사람들만 있었나보다. 아, 아니, 이건 사람이 아니고 나무지 나무야! 이쯤 되면 정신 상태가 심각한 건 빈센트 반 고호가 아니라 바로 나 자신인가?

지금은 동생 테오와 나란히 누워 영원한 잠을 자고있는 반 고호. 그들은 프랑스 파리의 근교 오베르 쉬르 와즈에서 싱싱한 아이비 잎새의 푸른색 이불을 함께 덮고 누워있다.
그 아이비의 뿌리들은 이 그림처럼 춤을 추고 있을 것이다. 참으로 신산했던 고흐의 생전을 위로라도 하듯이 사후의 그에게 신명나는 춤을 선사하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어느 구석인가에 처연함이 묻어있는 춤을.

두 무덤의 뿌리들은 경계없는 땅속에서 서로 만나 얽히고 섥히면서 형제간의 우애를 나눌 것이다.


아, 갑자기 고흐가 보고싶다. 아를에, 오베르 쉬르 와즈에, 암스테르담에 다시 가고싶다.



https://news.v.daum.net/v/20200729104107032

https://news.v.daum.net/v/20200730050312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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