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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rgen Aug 14. 2020

이성과 현실의 갈등

엄마의 속 마음

칸트의 이론을 들지 않더라도 엄마는 엄마이기 때문에 날마다 이율배반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내가 그렇다. 알기는 알겠는데 자녀들 앞에서는 그 아는 게 무색할 정도로 딴 소리를 한다. 엄마이기 때문에.


목적지에 어떻게 도달해야 하는가?

지도를 보고 찾아가면 편하다.

그런데 이런 결과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목적지에 다다르도록 지도를 열심히 들여다 보느라고 목적지로 가는 길의 모습은 전혀 볼수가 없었다.

목적지라는 곳이 그곳에 이르는 길을 전혀 알 필요도 없이 무조건 최종 목적지에 다다르면 되는, 모든 것을 다 간과해도 되는 그렇게 중요한 곳인가, 이런 질문을 가지고 길을 가는 사람과 무조건 지도에 있는 대로 돌진하는 사람의 차이는 무엇일까?


길을 잘못들었을 때 겪게되는 고난과 길을 잘못들어서 얻게되는 뜻밖의 행운, 그 길이나 이 길이나 다 그렇고 그런 똑같은 길이라는 생각, 이런 몇 가지의 경우중 어떻게 한 가지의 경우만 중요하다고 할 수있을까?

나는 길을 잘못들었기 때문에 얻게된 행운이 많았다. 예정과 어긋난 시간과 잘못든 길이 오히려 목적지보다더 좋아서 목적지로의 진행을 그만 포기해도 좋은 경우도 많이 있었다.

러나 나는 우리 아이들에게  말한다. “목적을 세웠으면 한눈 팔지말고 끝까지 그 목적지까지 가야한다!”

이렇게 강한 어조로 말한다. 행여 다른 것을 볼까봐 지레 일러놓는다. 열심히 지도를 보라고. 길을 놓치면 목적지를 찾기 어려워진다고.


이런 우스개 소리가있다.

유럽 관광을 마친 일본인에게 무엇을 보고 왔냐고 물으니 “깃발을 보고왔다”고 한다는. 

그 깃발이 요즘엔 우산이나 특정 안내 책자로 바뀌었지만 여전히 그들은 목적지에 가기 위해 안내자의 표시(깃발, 우산, 책, 풍선 등등)를 열심히 따라간다. 그런 모습을 바라보면 저들은 참 질서있구나 하고 생각하기보다는 저렇게 안내자의 뒷통수만 바라보다가 중요한 것은 어떻게 볼 수있을까하는 안타까움이 더 크다.

그러나 나는 우리 아이들에게  말한다.  “안내자를 놓지지 말고 잘 보고 따라가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길을 잃게 될까봐 단단히 일러둔다.


때로는 사랑으로 여겨져 감사하고, 때로는 구속으로 여겨져 벗어나고싶은 관계, 가족관계의 굴레 속에서 모든 것을 부모에게 여쭙고, 부모 말씀에 어긋나지 않도록 순종하는 자식은 효자다.  나는 부모에게 순종하고 내 자식은 나에게 순종하기를 바란다. 이러한 순환의 굴레 속에서 결국 우리는 모두똑 같은 길만 걷게된다. 자식이 다른 길을 가면 그 길을 모르는 부모는 그저 불안하기만 하다.  나 역시 내 자식에게 아는 길만 일러준다. 가장 안전하고 탄탄한 그 길로 가기를 원한다. 모르는 길을 개척하라고 말할 용기가 없다. 세상에 셀 수도 없이 많은 길이 있음을 알면서도……


나는 정말이지 이성과 현실, 생각과 실생활 사이의 모순을 극복하는 사람이 되고싶다! 그렇게 되고싶다. 

엄마라는 이름을 던져버리면 나는 얼마든지 내 아이들에게 많은 다른 길을 안내할 수 있다. 울퉁불퉁 자갈 길에 예쁜 돌맹이 하나 박혀있다는 말도 해줄 수 있고, 날카로운 가시밭 길에서 고운 장미꽃을 만날 수 있다는 것도 알려 줄 수 있다. 그런데 엄마이기 때문에 자갈길은 넘어지기 쉽고, 가시밭길에서는 찔리기 쉽다는 이야기만 해줬다. 

아, 얼마나 무지몽매한 어미였던가......




다행히도 우리 아이들은 이 어미가 가르쳐 준 길을 올곧게 걷기도 하고, 가지 말라는 길에도 눈독을 들이며 경계를 넘어 걷기도 하면서 지금은 일차적인 목적지에 잘 안착을 했다. 앞으로도 가야할 길은 한없이 길게 뻗쳐있지만 이젠 자기들 스스로 선택한 길로 굳건히 걸어갈 것을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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