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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rgen Dec 17. 2020

남들은 다들 어떻게 살아가는지


남들은 다들 어떻게 살아가는지


이웃 친구와 함께 시장에 갔었다.
그날은 <피스타치오>를 특별히 싸게 팔았다. 그 친구는 반가워하며 얼른 두 봉지를 집어넣었다. 자기는 피스타치오를 너무 좋아한다면서.
그래서 나는 이렇게 싸게 팔 때 많이 사두라고 했다.

그 친구는 정색을 하면서 자기는 너무 좋아하기 때문에 많이 사면 안 된다고 했다. 절도있는 현명한 주부다. 먹는 것이니 그 친구의 구매방법이 옳은 것 같다. 필요 이상으로 더 먹을 수도 있으니까.

나는 마트에 거의 안가고 인터넷으로 주문 배달을 시킨다. 구매액이 4만원이면 무료 배송이고, 그 이하는 배송료 3000원을 내야한다. 합계가 4만원이 안 될 때는 배송료가 아까워서 무언가를 더 산다. 주로 세탁세제나 욕실용품들을 산다. 많이 있다고해서 터무니없이 더 사용할 것도 아니고 사용기한도 별 걱정이 없기 때문이다. 괜히 배송료 3000원을 지불하는 것보다는 낫다는 생각이다.

그런데 내가 그 친구와 다른 점은 두고 먹을 수 있는 것이 쌀 때는 많이 사는 것이다. 너무 좋아해서 사는 것을 제한하는 사람에 비하면 나는 절제를 못하는 사람인가보다. 나는 쌀 때 많이 사서 마음껏 먹는 무절제한 사람이다.


우리 그이가 못 하는 것이 몇 가지 있는데, 그 중 하나가 <당구>다.
고등학교 때 친구들과 함께 당구를 쳐봤는데, 그게 너무너무 재미있었단다. 그 재미에 빠지면 큰일날 것 같아서 그 한 번 뒤로는 당구와 담을 쌓고 살았다고 한다. 고등학생, 그 나이에 미칠듯이 재미있는 것을 그렇게 단칼에 자르고 멀리하다니! 나와는 달라도 너무 다른 남편이다. 나는 시험이 코앞에 다가와도 놀 것 다 놀고, 하고싶은 짓 다했다. 그리고 큰 소리치는 말은 "공부는 늘 평소에 하는 거지 시험때 코피터지게 하는 게 아니란다." 물론 내가 학창시절을 그렇게 보냈다는 것은 우리 아이들에게 비밀이다. 결혼 전에는 남편의 그런 절제력이 참 훌륭해보였었다. 결혼 후에는 '아, 이 사람, 조금만 느긋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고, 그 훌륭한 절제력에 콧등이 시큰 거린 적이 많다.


우리 딸은 버터에 볶은 브로콜리를 아주 좋아한다.
하루는 그 애가 밥먹는 모습을 보니, 브로콜리만 빼놓고 다른 반찬부터 집어먹고 있다. 이상해서 물어보니 자기는 브로콜리를 너무 좋아해서 아끼는 거란다. 다른 것들 다 먹은 다음에 먹기 시작하려고. 그런 모습이 안쓰럽다. 나는 맛있는 것부터 먹는 사람이다. 우리는 하루 세 끼를 먹고, 오늘만 먹는 것이 아니라 내일도 모레도 매일 먹는다. 그러니 한 끼 먹을 때 먹고싶은 것을 아끼고 참을 필요는 없다. 이번 끼니에 맛있는 것 먹고 다음 끼니에 다른 것 먹으면 되는 것 아닌가?

가족들이 모였을 때 우리 애들에게 청소를 시키면 애들은 제일 늘어놓아 치우기 힘든 곳부터 시작을 한다. 우선 손쉬운 곳부터 완성해놓고 더딘 곳을 하면 어떠냐고 하면, 애들은 그러면 나중에 더 치우기 싫어진단다. 그래서 제일 하기 싫고 힘든 곳부터 반짝반짝 치우기 시작한다.

나는 어떠한가?
시장볼 때 좋아하는 것은 잔뜩 사서 낭비하고, 재미있는 일에 푹 빠져 시간을 탕진하고, 맛있는 것부터 먹기 시작해서 나중에 남은 음식은 먹기싫어하고, 일하기힘든 것은 자꾸만 뒤로 미뤄둔 채 쉬운 일만 우선 해치우고...

다른 사람들은 어떨까?
무엇을 먼저 택하며 살아갈까?

바구니 안의 상태가 안좋은 사과부터 먹기 시작할까, 제일 싱싱한 사과부터 맛있게 먹을까?

이 순서에 따라 누구는 매일 바구니 속에서 제일 나쁜 상태의 사과를 먹을테고, 누구는 매일 제일 좋은 사과만 먹을 것이다.


정답은 없다! 각자의 성격이 다를 뿐 뭐가 정답이겠는가. 생김새가 다르듯 삶의 방식도 다른 것이지.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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