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들 고전을 읽는다는 것은 그 옛날의 저자들과 대화를 나누는 것이라고 말하지만, 나는 그것을 거부한다. 고전 읽기를 대화라는 상호작용적인 측면에 비유하는 것보다는 오히려 공격과 판단, 마치 법정에서 검사가 피고인을 판단하고 정죄하며 여러 가지 증거와 증인들을 통해 몰아세우듯, 그리고 마침내 판사가 그에게 실형을 선고하는 것과 같이 오늘날 독자의 잣대에서 판결하는 것과 다름없다.
그렇기에 우리는 검사로서, 판사로서 피고인에게 너무 깊이 동정하고 공감하여 망치를 내려놓는 일이 없도록 각별히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어떻게 행동할 것인가'이며, 텍스트를 그저 관조하고 바라만 보는 것은 울타리에 갇혀 사료를 받아먹고 목줄에 끌려다니는 가축과도 같은 삶을 사는 것이다. 우리는 매 순간 무지와 게으름과 나태함에 빠져 자기기만에 빠지지 않도록 고통받을 필요가 있고 의무가 있다. 그것을 저버리는 것은 크게 두 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극단적인 자기기만으로 한 사람으로서의 정체성이 그저 육중한 생물학적 유기체에 지나지 않는 것이며, 또 다른 하나는 자살이다.
따라서 삶은 살 가치가 있으며-어떻게 살 것인가?-, 그러해야 한다는 것은 나에게 지극히 자명하고 당연한 논리적 귀결로 여겨진다. 우리는 모두 미네르바의 올빼미가 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