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Erdos Paul Jul 21. 2024

「과학자의 발상법」

[출판사 '김영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글입니다.]


진지하게 학문을 연구하려는 사람이라면 대부분 겪게 되는 절망감의 순간이 있는 듯하다. 바로 이론의 탁월함과 참신함, 위대함과 거대함을 단독으로, 정면으로 마주하는 순간이다. 이는 스스로의 조악한 바벨탑이 처참하게 무너지는, 거장들의 비범함을 쓰라리게 느끼는 순간이기도 하다. 그만큼 훌륭한 이론이라면 평범하지 않은 발상이 근원이 되며 이는 모든 사람이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만큼 어떻게 탁월한 발상, 즉 아이디어를 떠올릴 수 있는가 하는 문제는 수많은 사람들의 고뇌의 원인이었다. 필자 또한 수학과 물리학을 전공하는 입장으로서 도저히 자력으로 떠올릴 수 없을 것 같은 정리(定理)와 증명들을 마주할 때마다 절망에 빠지고 스스로를 돌아보게 된다. 나라는 한없이 평범한 인간이 이 거대한 학문에 뛰어들 자격이 있는가, 이 사회에 기여하지 못하고 잉여가 되지는 않을까 하는 물음을 던지며 스스로를 자해한다. 모든 학구열과 야망, 욕망을 삼켜버리는 그 거대한 명제들은 필연적으로 애증의 대상이 된다.


    이 책은 물리학의 여러 비범한 사례들을 소개함으로써 필자와 같이 스스로를 실격시킨 사람들이 대가들의 발자취를 따라가게 하도록 가르치고 위로한다. 물리학에서 지식이 어떻게 생산되었는지, 그 현장의 인물들이 어떻게 행동하였는지 그 배경을 분석하고 방법론을 분류한다. 비록 다소 거친 시도일지라도 지적으로 짙게 드리워진 베일의 일부를 걷어낼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즉 물리학의 역사를 조망함으로 물리학에서는 주어진 자극을 어떻게 처리하고 다루는지에 대해 다룬 인상적인 시도라고 생각한다.


    브라이언 키팅의 「물리학자는 두뇌를 믿지 않는다」와 비슷한 느낌을 주는 책이다. 「물리학자는 두뇌를 믿지 않는다」는 과학의 사례와 방법론을 평범한 명제로 확장하여 적용하는 일종의 과학 자기 계발서이다.


    다만 구체적으로 소개한 사례와 서술에 대해서 필자와 다른 관점을 가진 부분이 조금 있었다. 2장 '보수적 발상'에서는 기존의 이론으로 설명이 어려운 현상에 대해 새로운 가설을 도입함으로 설명하는 방법에 대해 서술한다. 이 장에서 필자는 이러한 방법은 기존의 주장을 보수적으로 견지하기 위해 새로운 요소를 도입하는 Ad Hoc 가설에 불과함을 강조하고 싶다. 예컨대 천왕성의 경우 아직 관측하지 못한 미지의 행성이 있다는 가설이 성공적으로 먹혀들었지만 수성의 경우는 실패하였다. 이러한 보수적 발상이 칼 세이건이 언급한 '우리 집 차고에는 불을 뿜는 용이 살고 있다'는 명제와 무엇이 다르단 말인가? 물질적 증거를 반드시 필요로 하는 물리학에서 Ad Hoc 가설의 도입은 상당히 조심스럽고 회의적으로 다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실상 기존 이론의 합리화, 끼워 맞추기라고 거칠게 말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또한 사례를 소개할 때 이해를 돕기 위한 설명이 일반 대중의 수준보다 너무 높다는 생각이 든다. 기본적인 물리학의 내용들을 서술할 때 용어라든지, 이론의 서술들이 물리학을 아예 모르는 이들이 이해하기에는 다소 어려운 감이 있다.

    예컨대

에너지등분배법칙이란 어떤 물리계가 특정 온도에서 열적 평형상태를 이룰 때 그 계를 이루는 입자들은 자유도(독립적으로 달라질 수 있는 매개변수의 개수) 한 개당 모두 똑같은 평균 에너지를 갖는다는 법칙이다.

라는 서술을 관련 내용을 전혀 공부해보지 않은 대중이 과연 대략적으로라도 이해할 수 있을까? 필자는 그렇지 않다고 본다. 조금 더 친절하게 서술을 하거나, 아예 관련 내용을 제거하고 서술을 하는 편이 나았으리라 생각한다.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인간은 인간적인 언어와 관점으로만 자연을 볼 수 있다는 서술이었다. 저자는 광속 불변의 법칙과 빛과 전자의 이중성을 자연의 관점에서 이해할 것을 요구한다. 애초에 자연의 언어와 기준은 광속의 절대성과 빛과 전자의 이중성인데 이를 공간과 시간이라는, 입자와 파동이라는 인간의 언어로 번역하다 보니 원문의 고유성을 담아내지 못하고 왜곡되어 잘못 이해하게 된다는 것이다. 아무리 인간의 언어로 이해하려고 해 봤자 원문을 보지 않는 이상 완벽하게 이해할 수 없다.


https://product.kyobobook.co.kr/detail/S000213691382

이전 10화 「악령이 출몰하는 세상」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