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사회생활 꼬꼬마이던 시절에는 이 말을 웃으며 입에 달고 다녔던 거 같다. 참 뻔뻔하기도 하지. 아마도 신입 공채 출신이라 가능했던 것도 같다. 선배들이 끝없이 밥을 사줬고 각 부서 OJT를 돌며 쌓은 수많은(?) 인맥으로 참 다양한 선배님들과 식사를 했던 거 같다. 그 시절 무리 지어 다니며 그렇게 먹은 밥들, 뒤늦었지만 자라나는 새싹에 대한 사랑과 관심의 물 주기였음을 깨닫고 감사한 마음이 새삼 돋는다.
2. 영업을 하면서는 성과가 좋아지기 시작하자 내가 밥을 살 일이 많아졌다. 선배든 후배든 나이가 적든 많든에 관계없이 밥을 사라는 얘기를 많이 들었고 나 역시도 밥을 사야 할 거 같은(?) 느낌적인 느낌을 꽤나 받았던 거 같다. 고객에게도 밥 사고 친구에게도 밥 사고-
3. 팀장이 되자 이제 내가 밥을 사는 건 참 많이 당연해졌다. 법카찬스가 있으니 공식적인 밥도 많이 사게 되지만 그게 아니더라도 팀장이니까 밥을 사게 된다. 내 팀원이 아니어도 밥을 사는 게 맞는 ‘선배’, ‘더 나이 많은 사람’이 어느덧 되어 있는 나를 발견했다.
4. 그러다 문득 생각했다. 나는 누구에게 밥 사달라고 하지? 아무도 안 떠오르면 그 순간 조금 외로워진다. 생각해 보면 사람들이 밥값이 없어서 밥을 사달라고 하는 게 아니었다. 저랑 친해져요, 나 요즘 힘드니까 내 얘기 좀 들어줘요, 당신 도움이 필요해요를 다 포함한 마법언어가 한국 직장인들에게는 “밥 사주세요”였다.
5. 밥을 사달라고 하고 싶은 나의 매니저는 외국에 계시고, 나는 그냥 밥을 먹는다. 그러다 문득 그 시절이 그리워진다. “밥 사주세요” 하고 편하게 혹은 참 눈치도 없이(?) 했던 그 시절이 참 감사했구나. 그리고 그런 나를 받아주신 분들이 정말 인생 선배들이었구나 그런 마음이 든다.
6. 나보다 더 엄청난 경력과 실력을 가진 분들이 우리 회사에도 여러 조직에도 많이 계시기에 내가 뭐 회사 오래 다녔어요 이러기는 참 부끄럽다. 그래도 편하게 누구에게 가서 저 밥 사주세요 이 말 한마디가 잘 안 나오더라가 나의 관찰이다. 나만 그럴까? 많은 팀장님들, 인생 선배들의 비슷한 마음이지 않을까 싶다. 그래도 저 같은 우리 팀장님들~ 밥 사주세요 하고 진상 부릴 수 있는 선배 몇 분은 꼭 놓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다.
7. 그래서인지 요즘은 말하지 않아도 밥 사줄게요 하며 찾아와 주는 선배들, 동료들, 때로는 나를 먹이려 드는 멋진 후배들이 있을 때 참 고맙고 마음이 풍요로워진다.
8. 그리고 오늘 글의 내 결론은 ”밥 사주세요 “이다. 할 수 있을 때 많이 밥 사달라고 하세요 후배님들. 밥 사준 그분 말고 나중에 그 밥은 다른 후배에게 사주는 걸로 갚으면 됩니다. 그게 내리사랑이고 pay back 하는 진짜 선배다움이 아닐까 싶습니다.
9. 늘 그렇지만 그래도 밥은 얻어먹는 거보단 사는 게 맘 편하다. 까리할 땐 사는 게 맞는데 얻어먹었다 두고두고 후회되고 찜찜할 때도 참 많다.
10. 괜히 이 글 읽고 밥 사줄게요~ 하고 나한테 연락 주실까 봐 괜히 김칫국 마시는 걱정도 해본다. 아마 그런 연락 주시는 분은 이미 나에게 밥을 사셨구나 산거나 다름없는 분들일 거니 이 글 쓱~ 읽고 지나가십시오. ㅎㅎ (Linkedin용 멘트지만, 제가 독자로서 궁금한 분들은 댓글 달아 주세요)
11. 긴 글주의이나 그래도 한 줄 더 적자면, 나에게 밥 사달라고/같이 밥 먹자고 해준 사람들도 그래서 요즘 참 고맙습니다. 당신에게 내가 밥을 사줄 수 있는 1 인일수 있어 영광입니다. 밥은 시간과 돈을 들이는 행동을 넘어선 경청과 관심과 마음이니까요.
12. 더치페이가 노멀이긴 합니다ㅋㅋ 자주 만나는 사이는 꼭 100원까지 1/n 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