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들어도 괜찮다.
2022년 2월 1일 페이스북의 글
간만의 긴 연휴로 이런저런 생각 정리, 사진 정리 등을 하다가 페북에 와서 근황을 올린 마지막 글이 문득 작년 이직 시기였음을 알았습니다. 거의 1년간 제 이야기를 적지 않았네요.
지난 2021년 한 해는 저에게는 이전과는 다른 해였습니다. 오래 다닌 회사를 퇴사해서 그랬는지 이제야 말할 수 있지만 이직 후에도 번아웃 증상이 있더라고요.
- 사람들을 만나며 힘을 얻고 힘을 주던 저는 사람을 별로 만나고 싶지 않아 혼자 혹은 가족과 시간을 보내기 시작했습니다.
- 영업과 강의로 끊임없이 돌아다니며 계속해서 말을 해야 했던 저는 재택근무를 많이 하면서 말보다는 글을 쓰고 나가기보다는 집에 머물러 있는 시간이 많았습니다.
- 강의를 위해 새벽에 나갔고 밤이면 아이들을 재우고 제안서를 쓰던 삶에서 아이들과 함께 일어나고 하루를 보내고 저녁밥을 해먹이며 그동안 도대체 어떻게 살았던 거지를 수없이 되뇌었습니다.
- 균형을 잡기 위해 부단히도 애썼지만, 욕심껏 누구보다 잘하고 싶었기에 일중독자처럼 하루 12시간씩 일하며 살았던 인생에서 하루 8시간만 일하려고 노력하고 아이들과 함께 하는 시간을 늘리며 삶의 축이 일에서 가정으로 바뀌었습니다. 가정 중심이라고 어찌 보면 나 자신을 속이고 있었다는 것도 깨달았고요.
-거절하지 않고 밀려오는 일을 끊임없이 해내며 나 자신을 증명하고 계속해서 더 성장하고 더 높이 올라가는 삶을 추구하다 나의 도움을 구하고 만나자고 연락하는 사람과 일을 거절하고 양해를 구하며 나 자신을 들여다보며 잠시 멈춰가는 시간을 통해 충전을 배웠습니다.
- 나를 필요로 하는 동료, 후배, 친구, 모르는 누군가의 팀장으로 멘토로 컨설턴트로 코치로 동료로 을로 살아가다가 내 옆의 가장 소중한 사람의 딸로 아내로 엄마로 며느리로 친구로 사는 기쁨을 누리고 있습니다.
- 돌아만 다니느라 집안은 들여다보지도 않던 삶에서 재택을 하느라 집을 꾸미고 집을 치우고 집에서의 내 삶을 꾸려가기 시작했습니다.
- 닥쳐오는 영업과 강의의 위기 앞에 주님의 도우심을 구하며 나의 119처럼 주님을 시도 때도 없는 수습처리반처럼 찾다가 오늘의 일상에 함께 하시는 나의 좋은 아버지로 경험하고 누리며 쉼을 얻고 있습니다.
물론 그러면서도 이전에 경험했던 웍홀릭의 삶, 성취와 인정이 주는 짜릿한 매력을 한순간에 다 잊을 수는 없었습니다. 그래서 알 수 없는 갈증과 공허함에 시달렸고 이것은 저를 또 다른 번아웃으로 이끌었습니다.
영업을 더 이상 하지 않기 때문인가 싶어 영업으로 다시 이직을 고민하기도 하고 글을 써야겠다는 마음에 브런치 작가가 되어 보고 일본 매니저가 있으니 일본어를 배워야겠다고 구몬일어를 시작하고 갤럽 강점코치 자격증을 취득하고 교회 청년부를 사역자 대신 맡고 이직을 준비하는 사람들을 멘토링해주고 코로나로 학교에 못 가는 딸 밥을 해주며 일은 일대로 해나가는 등 외에도 여러 가지를 시도하며 지냈습니다.
다행히, 또 감사하게도 은혜 안에 작년 가을쯤부터 마음은 회복되어 갔고 예전의 활기를 띤 크리스타가 돌아왔고 새 회사에서 좋은 사람들과 함께 일하는 기쁨을 누리기 시작했습니다. 새로운 FY를 맞이하며 변화도 바빠질 기세도 보입니다. 그래도 예전보다는 나은 제가 되어 있겠죠.
껍데기를 벗는 애벌레처럼 작년을 거치며 나는 조금 더 새로워지고 나아졌다고 믿습니다. 애니어그램 1번의 완벽주의자, MBTI ENTJ의 지도자형, 갤럽 강점코칭 진단의 ‘성취’, ‘배움’ 강점을 가진 나 자신을 받아들이되 압도당하지 않으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당신은 끝없이 성취를 추구하기에 불만족과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워야 한다”는 글을 읽을 땐 사실 정말 탄식도 나왔지만 그게 나인걸 어쩌나도 싶습니다.
페북을 다시 시작하는 건 그 무엇도 아닌 지난 글들을 통해 보았던 그대들과의 교류, 따뜻한 코멘트, 공감과 위로가 참 좋았다는 기억 때문입니다. 저 역시 누군가에게 그런 사람이 되면서도 SNS 중독자는 되지 않기를 바랍니다
참으로 긴 글을 오래간만에 썼는데 고해성사를 하는 것처럼 마음이 후련합니다. 용기 낸 나를 칭찬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그리고 번아웃을 겪는 모든 분들, 코로나로 힘든 시간을 보내는 모든 분들을 응원합니다. 제가 도울 일이 있다면 연락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