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재중 전화 한통이 주는 말할 수 없는 기쁨
직업상 업무상 말을 많이 하지 않으면 하루가 잘 마무리 되지 않는다. 말을 할 뿐 아니라 잘해야 한다. 누군가에게 무언가를 소개하고 설명하고 설득하고 정리해주다보면 하루가 가고 그러다보면 어느덧 통장에 돈이 꽂히곤 했다.
정신없이 업무 관련하여 온라인으로 세션을 진행하던 그날 오후 2시 46분, 전화가 걸려오길래 무의식 중에 오른쪽 버튼을 누르고 ‘미팅 중입니다. 다시 전화 드리겠습니다.’라는 문자를 보냈다. 정신이 든 건 역시나 업무가 마무리 되고 난 6시 이후였다. 부재중 전화가 남겨져 있으면 무슨 일인가 궁금하기도 하고 때론 걱정도 되는데 나도 모르게 마음 속 깊은 곳에서 기대감과 설레는 마음이 샘솟기 시작했다. 드디어 통화가 되었고 그는 말했다. “강사님, 저 합격한 소식 전해 드리려고 전화했어요.” (전직이 강사인 관계로 여전히 그렇게 불리고 있고 그는 그 시절 알게 된 사람이었다.) 나의 식스센스가 맞았던 거다. 그는 무려 3개 회사에서 러브콜을 받았고 성장하고 있는 게임회사에 6월말부터 출근하기로 했다는 이야기를 전해 주었다.
타고난 오지라퍼에 웍홀릭인 나는 회사를 이직하는 중간, 쉼을 얻게 되어도 쉴 줄을 몰랐다. 나 역시도 이번 이직에는 업계를 바꿨고 오랜 시간이 걸렸으며 코로나인데다가 자신감이 바닥인 상태에서 이직에 성공했기 때문에 다른 누군가를 간절히 돕고 싶었다. 나처럼 혹은 나보다 더 어려워졌을 업계에 있는 사람들, 이직을 반드시 해야 할 경제적, 심리적 요인에 있을 누군가(특히 후배)에게 도움이 되고 싶은 마음이 들었고 그걸 구체적인 행동으로 옮겼다.
1. Linkedin(비지니스 SNS)에서 활발하게 활동중인 1촌이 진행하는 여성 멘토링을 함께 해줄 Speaker를 모은다는 소식에 ‘저요’ 하고 손들었고 다행히 Yes를 해주셔서 세션의 첫 스피커로 참여해 약 20명의 후배(?) 여성분들께 나의 커리어를 소개하고 조언을 나누었다. 그렇게 몇몇분과 여전히 Linkedin을 통해 서로를 응원하고 있으며 또 어느 한 명과는 ‘인간관계’에 대한 깊은 대화를 통화로 나누었으며 적극적인 한 분과는 직접 만나 식사를 같이 할 뿐 아니라 서로의 일과 삶과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깊이 나누었다.
2. 대학원생 때 알게 된 어느 분이 지난 회사를 퇴사했다는 소식을 Facebook에 올리자 마침 본인이 일하고 계신 재단(한국에 와서 대학을 다니고 있는 북한 출신 대학생들의 학업과 진로를 돕는 곳)에서 감사하게도 ‘나같은’사람을 구한다며 함께 일하자고 연락을 주셨다. 죄송하지만 다른 회사에 가게 되었습니다 하고 말씀 드리니 아쉬워하시면서도 축하를 해주셨다. 그래도 뭔가 도움이 되고 싶었던 나는 멘토라도 받으신다면 하겠습니다, 하고 말씀 드렸고 그렇게 탈북 대학생의 취업을 돕는 멘토가 되었다.
그러면서 몇명의 취업을 준비하는 북한에서 온 대학생과 이직이 절실한 6년차 직장인과 행복한 신혼을 보내고 있지만 출산과 육아 등이 걱정되는 제약업계 여성 세일즈맨 등을 줌/전화/오프라인으로 만나며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나의 이야기를 들려 주었으며 그렇게 배움과 나눔은 매듭을 짓기도 하고 긴 인연으로 이어져 오고 있기도 하다.
때로 멘티들은 감사하게도 멘토라는 사람과 함께 이야기를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힘과 위안을 얻었다. 내가 하는 고민을 미리 해본 사람이 있다는 사실, 그리고 그 고민 끝에 어쨌든 원하는 것을 얻고 잘 살고 있다는걸 눈앞에서 증명해 주기 때문일 수도 있겠다.
하지만 멘토링은 거기서 끝나는 작업이 결코 아니다. 심리적 지지, 위안을 넘어 이제는 멘티가 실질적인 도움을 얻고 목표를 위한 실행을 할 수 있도록 코칭을 함께 제공해 줘야 한다. 멘토링을 위해 필요한 작업들을 순차적으로 적어보면 아래와 같다.
1. 상황 파악을 위한 미팅:
- 멘티가 지금 처한 상황과 고민을 나눈다.
- 취업과 이직을 고민하는 사람이라 해도 생각보다 자신이 어느 길로 가야할지 또 그 길을 가고자 한다면 무엇을 제일 먼저 시작해야 할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 이것이 명확해져야만 멘토링도 의미가 있고 결실을 맺을 수 있기 때문에 이게 확실해질 때까지 생각보다 많은 시간을 쏟아야 한다. 취업을 준비하는 대학생이거나 자신이 하던 일을 바꾸고자 하는 경력직의 경우에 특히 그렇다.
- 코로나로 대면이 어렵다보니 전화나 줌을 활용하면 된다. 최대 2-3회까지는 깊은 대화를 나누어야 멘티가 진정 원하는 목표가 정의(define)되기도 한다.
2. 레쥬메 첨삭, 리뷰, 코칭
- 멘티가 기존에 작성해둔 이력서나 resume가 있다면 그것을 받아 Review 한다. 나의 경우에는 내가 최신으로 업데이트 해둔 resume를 보통 멘티에게 공유한다. 잘 써서라기보다는 Standard Template을 보여주겠다는 의도가 더 강하다.
- 멘티가 작성한 resume를 보고 첨삭을 시작한다. 빨간펜을 죽죽 그으며 수정, 추가, 특히나 삭제할 내용을 언급해 간다. 생각보다 resume는 1장으로 쓰는 게 좋으며, 성공경험만 쓰면 된다는 것과 흔히 말하는 SMART 공식에 근거하여 ‘숫자, 기간, 결과’가 나와야 한다는 걸 모르는 이들이 많다.
- 아주 작거나 구체적인 표현, 오타, 사례 등에 대해서도 첨삭하지만 무엇보다도 1장의 resume가 그 사람을 잘 표현해 주고 있는지 그리고 지원하고자 하는 직무와 연결성이 높은지, 무엇보다도 하나의 굵직한 흐름을 가지고 스토리라인이 흘러가는지에 대해 코칭해 준다.
3. 면접 준비 및 코칭
- 내가 작성한 resume를 기반으로 내가 어필하고 싶은 내용과 상대(Interviewer, 즉 지원한 회사의 팀장/임원/대표가 되겠다)가 궁금해할만한 질문 리스트를 뽑아 본다.
- 당연한 내용이지만 그 회사에 대해 인터넷상으로 얻을 수 있는 최대한 많은 정보를 수집한다. 요즘에는 job planet, blind, 카페 등의 정보, 구글링만 해봐도 수없이 많은 사람들이 해당 회사와의 면접 경험에 대해 후기를 남기고 있어 참고하면 무조건 도움이 된다.
- 예상 질문을 뽑았다면 당연히 내가 할 답변도 잘 준비해야 한다. 기계적으로 말하는게 아니라 이 때에도 story telling, 업무와의 연관성(relevance)가 높은 내용 위주로 답변하는 것이 좋다.
- 강조하고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은 부분이 바로 이것인데 실제 면접 때처럼 질문하고 대답하는 연습을 누군가와 해보는 거다. 많은 사람들이 면접 준비를 말이나 글로만 하는데 결국 사람을 만나 사람과 대화하는 게 면접이기 때문에 그 사람과 함께 대화를 나누며 나라는 사람을 보여주기 위해서는 자연스러워야 하고 그러기 위해 긴장을 풀 수 있는 ‘면접 리허설’을 꼭 해볼 필요가 있다.
여기까지 해준다면 사실상 멘토로서는 거의 다 했다고 봐도 무방하다. 자소서 첨삭, 면접 준비만으로도 돈을 내고 강의를 받고 코칭받는 세상에 ‘무료’인데 이 정도 해줬으면 넘치게 다해줬다 싶으면서도 실제 결과로 취업이 되거나 이직에 성공하기 전까지는 멘토도 뭔가가 찝찝하다. 잘 되야 하는데, 소식이 없으면 괜히 미안하고 애가 타고 그렇다.
그래서 저 부재중 전화는 무엇보다도 큰 기쁨을 내게 선사해 주었다. 이번주 금요일 밥을 사겠다고 하길래 흔쾌히 얻어먹겠다고 말했다. 이것은 단순한 밥이 아니요, 우리의 동지애의 표현이자, 지난 세월 고생에 대한 회포를 푸는 시간이요, 우리가 서로에게 인정하며 마음을 나누는 기쁨의 시간이다.
그러나, 어찌 원하는 취업이 되고 이직에 성공했다고 어려움이 없겠는가. 취업과 이직은 새로운 성장과 고민의 시작이다. 방향을 잃기 마련이고, 여기는 어디고 나는 누구인가라는 말을 수십번 되뇌어야 그 회사에 적응하고 적어도 1년 2년이 흘러간다. 일과 세상 앞에 내가 작아질 때 멘토는 멘티의 존재 그 자체를 인정하고 격려해 주며 함께 앞으로 나아가야 할 것이다.
생각해 볼 질문 몇가지로 멘토링을 마무리 해보고자 한다.
- 당신에게는 멘토가 있나요?
- 당신은 누군가의 멘토인가요?
- 멘토에게 가장 크게 도움을 받은 경험이 어떤 것이었나요?
- 인생의 어느 순간에 멘토가 가장 절실해지나요?
멘토를 찾아보자. 그리고 멘토가 되어보자. 그것만으로도 값진 인생이 보장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