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차까지 아오모리 오와니 온천 마을과 아키타 현의 오다테 시까지 정신없이 지나왔다.
숙소는 히로사키 외곽에 있는 에어비앤비 주택에 묵기로 하고 히로사키 시내 투어를 나가보기로 한다.
히로사키는 아오모리 현에서도 가장 사과 생산이 많은 지역인데 일본으로 출하되는 대부분 사과가 아오모리 현인걸 보면 사실상 히로사키 사과가 전국 탑 수준이다.
숙소 주변으로도 사과 농장이 많이 보였다. 그래서 인지 눈 내린 마을 풍경이 무척이나 아름다웠다.
아내는 새벽녘부터 동네 마실을 다니고 왔다는데 마침 눈이 살포시 내려서
완전 러브레터 감성 제대로 느꼈다고 한다.
밤새 눈이 많이 내렸네.
마당에서 눈싸움, 눈 사람 만들기를 해보자.
눈이 와도 좋은 건 특별히 눈을 쓸지 않아도 된다는 점
군대에서 지겹도록 눈 쓸던 그 시절이 살짝 떠오르긴 했지만 이젠 눈이 싫지 않고 눈 뭉쳐서 눈사람도 만드는 재미난? 장난감 같이 느껴졌다.
같이 마당 앞에서 울라프도 만들고 당근으로 코도 만들어보고
아파트 단지가 동네 놀이터였던 요즘 아이들에게는 이런 앞마당 감성을 느끼기 어렵기도 하지. 조금이라도 언덕이 있으면 쌀포대를 들고 나와 동네 아이들이 신나게 썰매도 타고 그랬는데~
아오모리에 내리는 눈은 아주 곱다. 그래서 외국에서도 보드나 스키 타러 많이들 온다는데 공기도 깨끗해서 눈을 맛봐도 좋을 것 같다.
오전에 실컷 마당에서 눈밭을 뒹굴고 히로사키로 이동해 본다.
사모님께서 마침 시내 갈 일이 있다고 하시면서 우리 가족을 히로사키 성까지 라이드를 해주셨다.
눈이 좀 내리긴 했지만 길거리는 대부분 제설이 되어 있었다.
히로사키 성은 일본에서 유일하게 잘 보존된 천수각이라고 하는데 웬만한 일본 왜성을 가본 나로서는 웅장함 보다는 그 아담한 사이즈에 조금 놀라긴 했음.
히로사키 성 공원과 주변으로 카페와 가계들이 있었고 가볍게 둘러볼만하였다.
오전에 눈 사람 만들고 하느라 힘을 뺀 울 가족이 배고파서 뭐라도 좀 먹으려고 가계를 찾아봤는데
대부분 문이 닫혀 있거나 예약제로 운영하여서 주변을 맴돌 수밖에 없었다.
그때 우연히 찾은 식당
온소바와 히로사키 산 마 가루가 뿌려져 있다.
https://maps.app.goo.gl/sngbHQWrUo7VijRU7
조금 허름해 보이는 동네 식당인데 나름 맛집 돈카츠와 소스 그리고 온소바가 무척 맛이었다. 아들 녀석도 엄청 잘 먹네~
특히 마 가루가 있으니까 더 고소하다.
안동 참마만 알고 있었는데 히로사키 마 도 유명하네 "아따 마~ 쥑이네"
든든하게 밥을 먹고 히로사키 성 주변을 둘러보기로 했다.
히로사키 성은 츠가루 번 (영주, 다이묘)가 있던 곳으로 일본 지방마다 자리를 잡고 있던 가문과 다이묘 위주로 이어져왔다. 특히 츠가루 번은 메이지 시대까지 유지가 되었다고 하니 이 지방의 터줏대감
히로사키 성은 어느 일본성과 비슷하게 성 주변으로 해자가 있고 지그재그로 길을 복잡하게 만든 것이 특징이다.
사무라이들이 성을 쳐들어 올 때 최대한 방어에 유리하기 위함인데 우리의 산성이나 일반 궁의 모습과는 많이 다른 모습이다. 그만큼 전쟁이 많았겠지.
히로사키 성을 둘러본 후 근처 스타벅스에서 몸을 좀 녹이고자 들어가 보았다.
사실 이곳은 그냥 커피 마시러 스벅에 간 것은 아니고 히로사키 관광 명소를 찾아보다가 여기 스타벅스 건물이 100년도 넘은 곳이라고 하니.
역사 건축물에 스타벅스의 콜라보가 신기하기도 하고 부럽기도 했다.
어쩌면 자기네 근대 건축 문화재인데 스타벅스에 관리 운영을 맡긴 걸 보면 그만큼 운영도 철저하게 할 테고 그래서 더욱 이곳의 명소가 되지 않았을까?
역시나 사람들이 많이 있었고 마침 주말이라 그런지 자리가 부족해서 여유 있게 커피 한잔은 어려운 장소이다.
https://maps.app.goo.gl/wqe1QhVqJzAqHGwp9
어렵사리 자리에 앉아 잠시 쉬었다 간다.
여행의 묘미는 이렇게 꼭 어딜 가고, 먹지는 않아도 잠시 쉬었다 가면서 여유를 느끼는 것도 좋지 않은가
히로사키 스타벅스 굿즈도 많이 판매하고 있었다. (가격은 꽤 높음)
바닥은 나무로 되어 있어서 걸을 때마다 약간의 삐그덕 거리는 소리, 영화 소품에서나 볼 법한 조명과 가구, 인테리어 등
잠시 구한말 경성 시대에서 정장 입고 마시는 커피 한잔
오전부터 날도 추운 와중에 달렸는지 다들 피곤해해서 (아직 내가 짠 여행 계획은 한창 남았는데..-_-;;)
회전 초밥집에서 식사를 한 다음에 숙소에 들어가서 휴식을 취했다.
마침 근처에 공중 온천탕이 있어서 아들과 함께 가보기로 했다.
정말 찐 로컬들만 오는 곳 같다. 한국인들 거의 없고 (사실 이 동네 자체가 한국 관광객 보기 쉽지 않음)
내부 시설이나 인테리어가 정말 어렸을 적 아빠 따라다녔던 동네 목욕탕 느낌이다.
https://maps.app.goo.gl/bZs5uVaXQYZ6FAAu6
탕 내부 모습도 그 특유의 타일형태 모습과 투박한 물 바가지 (잔 기스가 나있는)
온천물 때문인지 쇠 부분이 녹이 슬어 있었는데 그만큼 여기 물은 온천수이겠지?
아들과 피로를 풀고 난 다음에 나와서 우유 한잔씩 했다.
목욕하고 난 다음에는 빙그레 바나나 우유가 진리인데~ 여기서는 각 취향대로..
온천탕 직원분들도 신기한지 한국에서 왔다고 하니까 반갑게 맞이해 주신다.
문득 지금은 돌아가신 아버지가 생각이 났다.
어렸을 적 주말 아침에 아빠 따라다녔던 추억.. 눈물이 살짝 날 정도로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온 듯한 기분을 들게 해 주었다.
이제는 내가 아들과 함께 와서 아빠 노릇을 하고 있구나
언젠가 또 히로사키에 온다면 꼭 다시 한번 와보고 싶었다.
이렇게 히로사키를 둘러보고 내일은 아쉬운 작별을 하고 아오모리 현 동쪽에 있는 "호시노 리조트 아오모리야"로 이동하기로 한다.
차를 미리 렌트를 해놓아서 대중교통이 불편한 아오모리에는 렌트는 필수인 듯.
다음 포스팅은 울 가족이 가장 만족했던 호시노 리조트 아오모리야 소개를 이어가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