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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록소록 Sep 29. 2022

별보러 가지 않을래?

몽골 여행 1

 몽골을 가겠다고 한 생각은 즉흥적인 발상이었다. 수술 후 회복기간 동안 침대에 누워 빈둥거릴 때 인스타에 뜬 광고는 내 시선을 사로잡았다. ' 몽골의 별 보러 가지 않을래?'로 시작하는 모 여행사의 문구는 여행에 목마른 내 마음을 다 알고 있다는 듯이 유혹하고 있었다. 3박 4일의 짧은 일정에 그저 몽골의 맛보기 여행 정도가 되겠다는 것을 알고도 나는 오직 이 기회를 잡아야 한다는 생각밖에 없었다. 그렇게 한 달 뒤의 몽골 여행을 재빠르게 예약했다.



 몽골을 검색어로 치니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몽골을 다녀왔는지 정보는 넘쳐흘렀다. 짧은 일정의 여행엔 초원에서 게르 체험을 하고 말을 타는 일정이 대부분이었고 좀 더 여유 있게 다녀오는 일정엔 긴 시간을 달려 고비 사막까지 갔다 온 이들도 있었다. 저렴한 가격의 패키지 일정에는 초원에서의 2박과 울란바토르 시내 1박의 일정이었다. 사막이 아쉽기는 하지만 지금의 내 몸 상태와 몽골에 대한 호기심을 채우는 여행으로는 이것도 감지덕지라는 마음이었다. 



 다행히 태풍의 일정에 하루 비껴 나서 맑은 하늘 아래 몽골로 출발할 수 있었다. 코로나 시국 이후 처음 해외여행이라 국제선 비행기가 새롭게 느껴졌다. 부산에서 울란바토르 공항까지는 네 시간 정도가 소요되었는데 비행 고도가 그리 높지 않은지 하늘 아래 지형이 훤히 보여 지루하지 않았다. 서울 한강을 지나 바다를 건너 중국의 청도 주변 도시를 지나 넓은 사막과 초원을 거쳤다. 생명체가 살지 않을 것 같은 긴 사막을 지나 작은 마을이 드문드문 보이더니 울란바토르 공항에 근접했다는 안내 방송이 나왔다. 



 울란바토르 공항은 매우 현대적이고 깨끗했다. 나중에 가이드에게서 들은 이야기로는 코로나 시국 이전에 새로 공항을 세웠는데 코로나로 오랫동안 오픈하지 못하고 있다가 이번 해에야 처음 사용하게 되었다고 했다. 주 이용객은 한국인과 러시아인이 대부분인 것 같았다. 공항 밖을 나서니 서늘한 바람과 함께 오래된 미국 서부영화에서 보던 광활한 초원이 보였다. 몽골이란 나라가 초원과 하늘만으로 이루어진 곳이 아닐까 생각했다. 



 한국어를 능통하게 하는 몽골 가이드를 만나 버스에 탑승했다. 서울에서 한국어를 배우고 공부했다는 가이드는 성격도 쾌활하고 한국어도 훌륭했다. 몽골에 처음 도착한 우리 일행에게 몽골을 소개했다. 천연자원을 많이 가지고 있지만 기술력이 부족해서 잘 이용하지 못해 가난하게 사는 나라라고 했다. 한반도의 7배가 넘는 땅이지만 제대로 된 도로가 없어 일본과 한국에서 건설해 준 도로에 일본차와 한국차가 주로 운행되고 있다고 했다. 기술력이 부족해 천연자원을 다 캐내지 못하는 것이 어쩌면 몽골 자손들에게는 축복이 될 수도 있을 거라는 가이드의 말이 의미심장하게 들린다. 실제로 몽골이란 나라가 미래에 발전 가능성이 매우 높은 나라로 손꼽힌다고 하니 가이드의 말이 과장은 아닌 것 같다. 



 창밖으로 보이는 울란바토르의 외곽지역은 우리나라의 70년대 모습 같았다. 오래된 건물과 낡은 자동차들, 그리고 도시 곳곳에서는 검은 매연이 뿜어져 나오는 공장 굴뚝도 보였다. 생김새가 우리와 다르지 않은 몽골의 학생들이 선하고 유쾌한 미소를 지으며 지나갔다. 우리 지구인의 유전자는 결국 크게 다르지 않으며 심지어 초파리, 유인원의 유전자와도 높은 일치도를 보인다고 했으니 몽골인과 우리는 어쩌면 같은 조상일지도 모를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가이드가 우리를 처음 데리고 간 곳은 '어워'라고 부르는 돌무덤이었다. 돌무더기 가운데는 긴 막대기에 색색깔의 천이 걸려있었는데 마치 우리나라의 서낭당 같은 형태였다. 몽골인들은 어워 주위를 돌을 던지며 돌면서 건강과 안녕을 빈다고 했다. 잔뜩 쌓여 있는 돌무더기를 보니 얼마나 많은 기원들이 여기 이 자리에 쌓여 있을까를 생각하게 했다. 넓은 초원에 우뚝 선 어워의 기세는 새파란 하늘 아래 당당했다. 



 차로 한 시간 정도 이동해서 테를지 국립공원으로 들어갔다. 내가 생각했던 공원의 규모가 아니었다 넓은 초원과 산과 여러 숙박시설을 갖추고 있는 아주 넓은 국립공원인 것 같았다. 우리가 이틀 동안 묵을 게르도 국립공원 안에 위치해 있었다. 낮은 구릉처럼 생긴 초원에 동그랗고 하얀 게르가 큰 버섯처럼 드문드문 자리 잡고 있었다. 그 사이사이엔 평화롭게 풀을 뜯고 있는 말, 양, 그리고 염소들이 있었는데 그 풍경이 정지된 그림의 한 장면처럼 느껴졌다. 



 게르는 하나의 마을처럼 옹기종기 모여 있었다. 넓은 땅을 대여하여 숙박업을 목적으로 지은 곳이었다. 전통 게르와는 달리 게르 안에 현대식 화장실과 샤워실을 갖추고 있었다. 다만 난방은 작은 전기용 히터 하나로 공기를 덥히고 있었는데 갑자기 기온이 떨어진 날에는 게르 안이 제법 추웠다. 몽골은 중앙난방식이라 국가에서 일정한 날 일괄적으로 난방을 넣어주지 않으면 개인적으로 난방을 할 수 없다고 했다. 그러니 작은 전기용 히터가 간절기엔 유일한 난방 기구였다. 변화무쌍한 몽골의 날씨였지만 현지인들은 그게 당연하다는 듯 옷을 겹겹이 껴입고 벗고를 하며 기후에 맞춰 살아가는 것 같았다. 



 넓은 초원과 주어진 기후에 맞게 인간이 적응해서 살아가는 일은 우리의 선조 때부터 당연한 일이었을 것이다. 집을 짓지 않았을 때엔 비와 추위를 피해 동굴을 찾았을 게고, 집을 짓고 농사를 하면서 조금씩 삶에 편리한 도구와 환경을 만들어 나갔을 것이다. 현대에는 그 과정을 모두 잊은 채 편리하지 않으면 이상하게 느껴지는 세상에 살고 있으니 몽골의 생활은 다시 기본의 생활을 떠올리게 한다. 초원의 주인공인 말, 염소, 양들이 마음껏 초원을 뛰어다니며 풀을 뜯고 배설하고 인간은 그 동물들을 돌보면서 취할 수 있는 우유와 고기, 이동 수단 등의 이점을 취한다. 서로 상생하는 모습이다. 인간이 더 많이 먹고 돈을 벌기 위해 공장식으로 동물들을 키우는 것에 비하면 몽골인들에게 동물들은 함께 살아가는 동지 같은 존재가 아닐까 생각했다. 인간이 인간답게 살 수 있는 환경은 현대 문명이 아닌 자연과 함께 살아갈 때가 아닐까. 



 처음 와 본 몽골이지만 내 할머니가 살던 곳처럼 익숙하고 자연스럽게 느껴지는 건 내 조상들이 살아왔던 삶이 내 몸 안에 녹아들어 있기 때문이 아닐까 혼자 상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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