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이형의 <작은 마음 동호회>를 읽고...
작가 윤이형은 얼마 전 절필을 선언했다.
이상문학상 수상 거부로 인해 문학계에 공공연하게 이루어져 온 잘못된 관행과 불신에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었다는 작가의 말이 있었다. 한때 이상 문학상을 수상하기도 했던 작가는 자신이 알게 모르게 부당함과 부조리에 일조하고 있지 않았나 하는 자괴감이 들었다고 한다. 쉽게 바뀌지 않을 문단의 행태에 대해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 절필밖에 없었노라고 말했다. 작가로서 절필이란 자신의 생명을 내놓겠다는 뜻이 아니던가.
작가의 깜짝 선언이 독자들을 안타깝게 했지만 이것으로 거대한 문학계에 변화가 일어날지 의문스럽다. 지금까지 목소리를 내지 못했던 것에 평생 부끄러워하겠다는 말과 슬퍼하는 대신 노력하겠다는 그녀의 태도가 결연해 보였다. 아마도 작가는 문학계의 변화에 그저 한 발을 떼어주고 싶은 마음이었을게다. 이런 뉴스 때문이었는지 작가의 책 <작은 마음 동호회>에서는 작은 단편마다 그녀의 투명하고자 하는 마음이 오롯이 느껴진다.
세상을 살아가면서 그냥 넘겨 볼 수도 있는 작은 것들에 대해 지나가는 마음에 대해 다시 한번 질문하고 궁금해하며 밖으로 꺼내 보고자 하는 그녀의 태도가 담겨 있는 것 같다. 이런 능력이야말로 진정한 작가의 자세가 아닐까. <작은 마음 동호회 > 책에는 여러 개의 단편 이야기가 실려 있다. 단편 하나하나가 모두 우리가 생각해 볼 만한 굵직한 이야기들이 아주 사소한 일상처럼 살랑살랑 마음을 흔들게 한다
<승혜와 미오>라는 단편에는 동성을 사랑하는 마음이 이성을 사랑하는 마음과 차별될 수 있을까를 생각하게 한다.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관심받고 질투할 수 있으며 우리의 사랑을 타인으로 지지받고 싶어 하는 일이다. 거기서 소외된 사랑의 아픔이 어떤 것인지 그리고 나조차도 떳떳하지 못하는 마음이 자신을 얼마나 작게 느끼게 하는지를 생각하게 한다.
<마흔셋>은 자신을 언니라고 부르던 여동생이 스스로의 존재하지 않는 삶을 끝내겠다며 트랜스젠더임을 고백하고 남동생이 되어가는 이야기를 풀어낸다. 그냥 그 몸으로 살아가면 안 되겠냐는 언니의 이기적인 말을 뒤로하고 수술을 감행하는 동생을 점차 그 존재로 인정해가는 언니의 시선은 너무 일반적이기에 슬프기도 하다. 나의 시선을 버리고 그 자체를 인정하는 일은 여전히 우리에게 어렵다. 사랑하는 나의 가족과 친구가 느꼈을 고독한 존재의 고민을 책을 읽으며 어느새 함께 느끼게 된다. 세상에 존재하는 다양한 다름에 시선을 돌려 관심을 가지게 한다.
<피클>이라는 단편은 성폭력에 관한 이야기이다. 권력 있는 남자의 성폭행이 어떻게 합리화되는지 우리는 이미 실제로 빈번히 일어나는 사건들로 익숙해져 있다. 성폭행이란 범죄가 피해자의 평소의 도덕적인 품행과 순수함을 온전히 인정받아야만 폭행으로 인정될 가능성이 있는 인식의 문제가 여전하다. 무결해야 하며 강력하게 저항하지 않으면 피해자의 진술이 의심받는 상황은 여전히 우리의 가슴을 치게 한다.
그 외에도 판타지의 성격을 갖는 <의심하는 용>이라는 작품과 AI 로봇에 대한 가상의 미래를 이야기하는 <수아>라는 단편은 작가의 탁월한 상상력에도 놀라게 되지만 현실에 당연히 일어날 수 있을 개연성 놓은 이야기이기에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단편집 한 권에 이렇게 다양한 생각을 가져다주는 책을 오랜만에 만난 것 같다. 이렇게 세상을 보는 다양한 스펙트럼을 가진 작가가 절필을 한다는 게 마음 아플 뿐이다. 이건 정말 우리 문학계의 큰 손실이다. 반성하실 분들은 얼른 반성하면 좋겠다.
작은마음동호회저자윤이형출판문학동네발매2019.08.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