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메모가 나의 내일이 된다

<아무튼, 메모>를 읽고

by 소록소록

"이것으로 나의 내일이 만들어질 것이다"

암호인 것 같기도 또 마음의 주술인 것 같기도 하다.

말 그대로 오늘 끄적인 나의 메모가 내일 나에게 어떤 행동에 발화점이 될지도 모르겠다. 내 머릿속에 빙글빙글 돌기만 했던 애매모호함이 메모지에 그려진다. 때로는 날카로운 한 마디의 명언일 수도 있고 머릿속에서 떠돌던 의미 없는 질문일 수도 있겠다.


핸드폰이 외출의 필수품이 되면서 메모장이나 수첩을 들고 다니는 일이 줄어들었다. 웬만한 정보는 핸드폰의 사진 촬영이나 녹음, 그리고 폰 메모로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마저도 잘 기록하지 않고 나의 기억력을 무모하게 믿거나 나중에 집에 가서 번뜩이는 생각을 메모하겠다는 마음을 먹고 날려버린 아까운 생각들이 얼마나 많았는지 알고 있다. 메모를 잘해보겠다는 마음으로 바꾼 갤럭시 노트의 기능도 여전히 낙서 수준에 머물렀다. 무엇이 이렇게 수첩을 들고 다니는 일을 소홀하게 만들었는지 모르겠다.


정혜윤의 책 <아무튼, 메모>는 읽기 전부터 그녀만의 특별한 아이디어 수집 방법이 궁금했다. 그녀의 다른 책들을 통해 알게 된 작가의 넘쳐나는 안드로메다성 상상력과 사실의 발견들이 어떻게 그녀의 머리에서 책으로까지 옮겨질 수 있을지 그녀에겐 특별한 메모의 방법이 있으리라 생각했다. 그저 기록하기였다.


너무나도 사소해서 메모하기도 부끄러울 일들이 메모로 남겨지면서 그녀의 삶에 어떤 영향력을 주는지 그녀는 술술 그녀의 경험을 풀어낸다. 그럴 줄 알았다. 내 인생에도 ' 메모해 둘걸...'아라고 아쉬워했던 순간들은 역시나 흘러넘쳤다. 우리의 삶은 이런 사소한 일들로 이루어진다. 정혜윤 작가의 말대로 우리는 강아지가 꼬리만 흔들어도 웃을 수 있고 미세먼지만 심해도 우울해지는 사소한 것으로 변화무쌍 해지는 삶을 살아가고 있다. 사소한 일이 언젠가는 자그마한 기적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예전에 내가 끄적였던 메모들은 이미 내 기억에 남아있지 않지만 그 메모가 지금의 내 삶에 깊은 영향을 주었다는 것을 의심하지 않는다.

"나의 내일은 오늘 내가 무엇을 읽고 기억하려고 했느냐에 달려 있다. "

"내가 밤에 한 메모, 이것으로 나의 내일이 만들어질 것이다."

"나의 가장 본질적인 부분은 나의 메모에 영향을 받을 것이다."

내가 변하고자 한 것, 실천하고자 한 것은 나의 메모를 통해 나를 변화시키고 있고, 그 내용을 잊었다 하더라도 나의 무의식에 남아 나의 행동 속에서 발견될 수 있다. 내 삶이 가장 나답게 살게 만드는 비법인 것이다.


재킷 안 주머니에서 낡고 손 때 묻은 작은 수첩을 주섬주섬 꺼내 뭔가를 적던 손길을 기억한다. 나를 잃을 수 있는 정신없는 회사 생활 속에서 자신을 잃지 않으려고 기억하는 손짓 같아 마음이 뭉클했었다. 기계적으로 상황에 맞추어 살아내는 내가 아닌 내가 나임을 기억하기 위해 무언가를 열심히 기록하고 나의 내일을 생각하는 신성한 행위였던 것이다. 생각을 언어로 구체화시키는 일이 얼마나 소중한 일인지 글을 사랑하는 이들은 잘 안다.


"사회가 힘이 셀수록 이 사회와는 조금 다른 시간-고정관념, 효율성, 이해관계와 무관한 자신만의 시간이 필요하다. 사회가 힘이 셀수록 개인이 자기 자신으로 사는 사적 자유의 시간과 공간이 필요하다. 사회가 힘이 셀수록 그저 흘러가는 대로, 되는 대로 가만히가 아니라 '의도적'으로 살 필요가 있다. 메모를 하는 사람은 스스로 생각하는 시간을 자신에게 선물하는 셈이고 결과적으로 메모는 '자신감' 혹은 '자기 존중'과도 관련이 있다. 스스로 멈추기 때문이다. 스스로 뭔가를 붙잡아서 곁에 두기 때문이다. "


어떻게 살아야 할지 매번 고민에 놓이는 우리에게 내가 메모한 나의 욕망의 삶을 따라 살아간다면 어떨까? 삶의 정답이 없다면 내가 살고자 하는 방향으로 살아가는 것이 나의 삶의 정답이 아닐까. 거기에 메모는 내 삶을 살게 하는 이정표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그 이정표대로 따라간다면 적어도 '어어어... 나 지금 어디로 가는 거지?'라는 말을 내뱉는 삶은 아닐 것이라 믿는다.


할 수 있는 한 자신 안에서 최선의 것을 따라 살라는 아리스토텔레스의 말이 망각의 인간에겐 메모가 키워드가 됨을 이제야 알겠다. 메모하고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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