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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휘은 Jan 02. 2023

『내가 틀릴 수도 있습니다』

메멘토 모리

저자인 비욘 나타코 린데블라드는 좋은 대학을 나와 거대 기업에 취직했다. 26살의 나이에 임원으로 지목됐다. 사회는 그를 인정했다. 그렇지만 그는 마음이 지쳐있었다. ‘척’하는 모습에 한계에 도달했다고 한다. 어느 일요일에 한 번도 해보지 않은 명상을 아침에 일어나서 했다고 한다. 그때 강한 느낌을 경험하고 모든 것을 내려놓는다. 직장에는 사직서를 제출했다. 그렇게 스웨덴을 떠나 태국 밀림의 숲 속 사원에 귀의해 17년 동안 생활했다. 스님생활을 마치고 스웨덴으로 돌아와 스님생활 동안 깨달은 것을 많은 사람들에게 나누었다. 그러던 어느 날 2018년 루게릭병을 얻는다. 그리고 2022년 1월 숨을 거두었다. 그의 생전에 루게릭병으로 인해 그가 죽음을 앞두고, 자신의 생각을 책으로 썼다. 아래의 글은 그 책 중에 자신의 몸에게 건넨 말이다.


어렸을 때는 제 몸의 이곳저곳이 걱정스러웠습니다. 마음에 안 드는 곳들은 얼마든지 있었고, 그곳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불만을 늘어놓았지요. 하지만 이젠 저와 제 육체는 그때와는 전혀 다른 관계를 맺고 있습니다. 오랜 친구 같다고나 할까요. 우리는 좋을 때나 어려울 때나 늘 함께했습니다. 우리는 이제 젊지 않습니다. 그 오랜 세월을 함께해 준 제 몸에게 고맙습니다. 그 고마움을 어떻게든 표하고 싶습니다. 숱한 세월 동안 한결같이 최선을 다해줘서 정말 고맙다. 넌 지금 힘든 싸움을 하고 있어. 참으로 네가 안쓰럽단다. 넌 뭐 하나 거저 얻지도 못하면서도 날 위해 온 힘을 다하는구나. 네가 필요한 공기조차 얻지 못하는데도 그런 너를 도우려고 나도 최선을 다하고 있어. 하지만 충분치 않다는 걸 알아. 아니 턱없이 모자라지 그런데도 넌 날마다 네가 가진 모든 것을 걸고서 힘껏 싸우는구나. 넌 내 영웅이야. 또 다른 동작이 불가능해지더라도 다시는 너에게 화내지 않겠다고 약속해. 그 어느 때보다 더 열심히 너에게 귀를 기울일게. 네가 줄 수 있고 또 주고 싶어 하는 것보다 더 많이 달라고 요구하지 않을 거야. 지금까진 그러지 못해서 미안해.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약속이 있어. 네가 더 이상 버틸 수 없을 때는 네가 원하는 대로 할 거라고 엄숙히 맹세할게. 그때가 오면 다 받아들이고 감사한 마음으로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할게. 믿고 받아들이며 편히 쉴게. 우리가 누렸던 놀랍도록 멋진 삶에서 기쁨을 얻고 아주 의연한 목소리로 너에게 속삭일게. 너와는 이렇게 끝나겠지만, 나는 앞으로도 계속 나아갈 거야.


안타까움과 애잔한 글이다. 이 글을 읽으면서 ’메멘토 모리‘가 생각이 났다. 메멘토 모리는 죽음을 기억하라는 뜻이다. 죽음을 기억할 때 현재에 무엇을 해야 하고 하지 말아야 하는지 알 수 있다. 바로 지금 나는 비욘 나카토 린데블라드가 하지 못했던 몸에 대한 감사를 말한다. 더 나아가 오늘 하루에 감사하고 사랑하는 사람들을 만남에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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