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멘토 모리
저자인 비욘 나타코 린데블라드는 좋은 대학을 나와 거대 기업에 취직했다. 26살의 나이에 임원으로 지목됐다. 사회는 그를 인정했다. 그렇지만 그는 마음이 지쳐있었다. ‘척’하는 모습에 한계에 도달했다고 한다. 어느 일요일에 한 번도 해보지 않은 명상을 아침에 일어나서 했다고 한다. 그때 강한 느낌을 경험하고 모든 것을 내려놓는다. 직장에는 사직서를 제출했다. 그렇게 스웨덴을 떠나 태국 밀림의 숲 속 사원에 귀의해 17년 동안 생활했다. 스님생활을 마치고 스웨덴으로 돌아와 스님생활 동안 깨달은 것을 많은 사람들에게 나누었다. 그러던 어느 날 2018년 루게릭병을 얻는다. 그리고 2022년 1월 숨을 거두었다. 그의 생전에 루게릭병으로 인해 그가 죽음을 앞두고, 자신의 생각을 책으로 썼다. 아래의 글은 그 책 중에 자신의 몸에게 건넨 말이다.
어렸을 때는 제 몸의 이곳저곳이 걱정스러웠습니다. 마음에 안 드는 곳들은 얼마든지 있었고, 그곳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불만을 늘어놓았지요. 하지만 이젠 저와 제 육체는 그때와는 전혀 다른 관계를 맺고 있습니다. 오랜 친구 같다고나 할까요. 우리는 좋을 때나 어려울 때나 늘 함께했습니다. 우리는 이제 젊지 않습니다. 그 오랜 세월을 함께해 준 제 몸에게 고맙습니다. 그 고마움을 어떻게든 표하고 싶습니다. 숱한 세월 동안 한결같이 최선을 다해줘서 정말 고맙다. 넌 지금 힘든 싸움을 하고 있어. 참으로 네가 안쓰럽단다. 넌 뭐 하나 거저 얻지도 못하면서도 날 위해 온 힘을 다하는구나. 네가 필요한 공기조차 얻지 못하는데도 그런 너를 도우려고 나도 최선을 다하고 있어. 하지만 충분치 않다는 걸 알아. 아니 턱없이 모자라지 그런데도 넌 날마다 네가 가진 모든 것을 걸고서 힘껏 싸우는구나. 넌 내 영웅이야. 또 다른 동작이 불가능해지더라도 다시는 너에게 화내지 않겠다고 약속해. 그 어느 때보다 더 열심히 너에게 귀를 기울일게. 네가 줄 수 있고 또 주고 싶어 하는 것보다 더 많이 달라고 요구하지 않을 거야. 지금까진 그러지 못해서 미안해.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약속이 있어. 네가 더 이상 버틸 수 없을 때는 네가 원하는 대로 할 거라고 엄숙히 맹세할게. 그때가 오면 다 받아들이고 감사한 마음으로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할게. 믿고 받아들이며 편히 쉴게. 우리가 누렸던 놀랍도록 멋진 삶에서 기쁨을 얻고 아주 의연한 목소리로 너에게 속삭일게. 너와는 이렇게 끝나겠지만, 나는 앞으로도 계속 나아갈 거야.
안타까움과 애잔한 글이다. 이 글을 읽으면서 ’메멘토 모리‘가 생각이 났다. 메멘토 모리는 죽음을 기억하라는 뜻이다. 죽음을 기억할 때 현재에 무엇을 해야 하고 하지 말아야 하는지 알 수 있다. 바로 지금 나는 비욘 나카토 린데블라드가 하지 못했던 몸에 대한 감사를 말한다. 더 나아가 오늘 하루에 감사하고 사랑하는 사람들을 만남에 감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