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그렇게 찌부러져 있으라고!!
10년 만에 만난 누군가가 건넨 한 마디.
"뭔진 모르겠는데 뭔가 달라지셨어요"
"뭐가요?"
"음... 뭐라 해야 하지? 뭔가 되게 편안해 보이세요"
말 대신 미소 한 스푼.
뭔 얘긴지 아니까..
불필요한 자존심으로 가시를 세우던 때가 있었다. 마치 자신을 보호하려는 고슴도치처럼. 일종의 방어기제였다. 물론 그때는 전혀 몰랐지만.
‘내가 원하는 나와 실제 나’ 간의 간극. 스스로가 멋없다 느껴지니 자존심이라는 가시로 날 보호했다. 없어 보이는 건 싫으나 실제 나에 대한 자신감은 없으니 최선이 아닌 차선을 택했다. 불만 욕구, 누군가와의 비교에서 오는 심리적인 위축, 인정 욕구 등이 복합적으로 뒤엉켜 스스로를 힘들게 했다.
노력이나 실행 대신 현실 탓, 외부 탓을 하며 아까운 시간을 보냈다. 하지만 그 시간이 낭비였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때의 나는 그런 정도의 그릇이었으니까. 큰 생각을 담기엔 그릇이 너무 작았고 무언가를 담을 기회가 있었다고 해도 용량 자체가 작으니 아마도 흘러넘쳤을 거다.
조금 더 성숙해지기 위해 거쳐야만 했던 시간이었다. 자존심이라는 거품 대신 자존감이 조금씩 지분을 넓혀가기 시작했다. 나 자신이 느끼지도 못할 만큼 너무나도 천천히...
하루아침에 되는 건 아무것도 없다. 깨닫는 건 어느 순간 갑자기 이루어질 수도 있지만 내가 그런 사람이 되는 건 별개다. 깨닫는 순간은 짧고 실천이라는 인내는 너무나도 길다.
불필요한 자존심은 아직도 내 안 어딘가에 몸을 웅크리고 있다가 예상치 못했던 순간 불쑥 머리를 디밀곤 한다. 그럼 나는 다시 그 아이를 조용히 타일러 들여보낸다. 횟수가 급격히 줄었을 뿐 여전히 나에게 더부살이 중이다.
예전에는 더불살이 하는 주제에 지가 주인인 양 나를 압도하곤 했다. 그런데 지금은 그냥 눈치껏 찌부러져 있다. 예전과 다른 점이 있다면 내가 이 아이를 다루는 법에 조금 더 능숙해졌다는 거.
"그냥 계속 찌부러져 있으라고! 네가 있을 곳은 바로 거기니까!!"
**이미지 출처 : Pixab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