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듦의 좋은 점
점점 피식 웃고 넘기는 횟수가 잦아지는 건..'그러려니'하고 넘기는 것들이 늘어나는 건...어쩌면 좀 더 현명해지고 있는 건지도...
20-30대 같았음 오래 끌고 갔을 감정 낭비에 더 이상 아까운 시간을 쏟지 않는 건 나이 듦의 장점이 아닌가 싶다.
필요한 곳에만 에너지를 쏟아도 방전되는 체력이니 불필요한 에너지를 아끼는 게 결국 나를 아끼는 거다.
할 말은 해야 하고, 불만은 표출해야 하고, 불의를 보면 참지 말아야 하고... 맞는 말이다. 하지만 그것도 대상에 따라서다. 그럴만한 가치가 있는 대상인가 아닌가!
이 구분 없이 모든 사람에게 필요 이상의 감정을 드러내는 건 낭비다. 시간이 지나면 그냥 피식 웃고 넘길 에피소드일 뿐이란 걸 잘 아니까..
여기서의 '그러려니'는 의도적 회피가 아닌 경험을 통해 깨달은 수용적 의미의 그려려니다. 누구보다도 '그러려니'가 되지 않아 감정을 표출하곤 했던 과거의 내가 어느 순간부터 '그러려니'가 되기 시작했다.
말이 쉽게 퉁쳐 '어느 순간'이지 그 '어느 순간'에 이르기까지 오랜 시간에 걸친 나름의 인식 - 수긍 - 수용이라는 성찰의 과정이 있었다.
'과거 내가 이랬었어'라고 솔직히 말해도 내가 마흔 넘어 만난 사람들은 상상이 가지 않는다며 믿지 않는 눈치다. 그렇다고 과거까지 포장하는 능력은 없다. 현재의 나는 과거의 나를 기반으로 지금에 이르렀기 때문에 미성숙했던 과거도 나에게는 소중하다.
후회 없는 인생이 어디 있겠냐만은 적어도 과거로 돌아가 무언가를 변화시킬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고 해도 굳이 그럴 생각은 없다. 그 지점 지점마다의 에피소드는 한 인간으로 성숙하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만 하는 순간이었으니까.
그 과정 중에 끊임없이 인식하고 깨닫고 수용하고 성장하고...
지금처럼 '그러려니'하는 내려놓음을 좀 더 쌓아가다 보면 좀 더 편안하게 나이 들어가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