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서 일산으로 이사 온 후 삶도 관계도 담백해졌다. 코로나 이후 불필요함은 걸러지고 온전히 나와 가까워지는 시간을 보내고 있다.
명함에 찍힌 누군가가 아닌 온전히 ‘나’라는 본질에 좀 더 가까워진 삶.
무게는 가벼워지고 가벼워진 무게 만큼의 빈 공간이 생겨 마음은 여유로워졌다.
삶이던, 관계던, 지식이던, 거르는 과정 없이는 담백해지지 않는다. 증명해야 하는 구구절절함은 거르고 응축된 담백함을 넘을 수 없다.
지난 몇 년 간 강의와 학업으로 知는 살찌고 있지만, 거르고 거르는 내재화 작업이 더 중요함을 깨달았던 것과 같은 이치다.
담백함이란 단지 비워져 있는 가벼움이 아니라 거르는 과정을 통해 응축된 단단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