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과잉이 주는 피로감
과유불급... 뭐든 지나치면 미치지 못한 것과 같다. 살다 보니 여러 상황에 해당되는 표현임을 깨닫는다. 사람의 감정도 마찬가지다. 감정의 과함은 때로는 모자람만 못할 때가 많다. 나이 들어가는 것의 장점은 불분명하고 이유를 알 수 없었던 것들에 대한 해답이 어느 순간 분명해진다는 거다. 분명해진 해답 중 하나가 바로 '일희일비' 지양이다.
일희일비(一喜一悲), 상황에 따라 좋았다 슬펐다를 반복하는 행위.... 기쁜 일이 생기면 기뻐하고 슬픈 일이 생기면 슬퍼하는 건 너무나 자연스러운 감정의 표현이다. 살다 보면 기쁨, 슬픔, 분노, 사랑 등 시시각각 상황에 따라 여러 가지 감정의 선을 타게 된다. 하지만 기쁜 일, 슬픈 일에 대한 감정의 과잉은 때로는 정신을 소진시킨다. 감정 결핍도 문제지만 감정 과잉도 문제다. 감정을 표현하지 말라는 의미가 아니라 감정 과잉을 지양해야 나 자신이 편안해진다는 의미다.
100세 시대에 우리에게 예고 없이 찾아올 기쁨과 슬픔이 각각 절반씩이라고 가정해 보자. 세 번의 행운이 연속되다가 한 번의 큰 불운이 찾아올 수도 있고, 한 번의 큰 행운 뒤에 세 개의 작은 불운이 연속해서 찾아올 수도 있다. 한 번씩 번갈아가며 닥칠지도 모른다. 큰 행운이 계속된다고 해서 과하게 좋아할 필요도 없고 작은 불운이 계속된다고 해서 지나치게 의기소침할 필요도 없다. 결국 시기의 문제다. 하지만 모든 좋은 일과 슬픈 일에 과한 의미 부여를 하다 보면 감정의 에너지가 쉽게 소진된다.
좋은 일 생기면 온 세상이 나를 위해 존재하는 것처럼 한 없이 들뜨다가 경험해 보지 못한 장애물 앞에서 갑자기 세상 다 끝난 것처럼 의기소침해지는 경우처럼 말이다. 주변에 이런 사람들 한 두 명 정도는 있지 않나? 각자 머릿속에 떠오르는 사람이 있을 거다. 직원 면담 시에도 이런 경우가 가장 힘들었다. 상황마다 큰 의미 부여하고 감정 과잉으로 갔다가 결핍으로 갔다가를 지속적으로 반복하는 경우 말이다.
직원들이 갖고 있는 문제의 경중에 따라 조언과 해결책을 제시하기도 하고 때로는 직접 개입해서 해결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때 깨달은 게 있다. 감정의 진폭이 크거나 감정 과잉인 사람의 경우 갖고 있던 문제를 해결해 주면 세상 모든 걸 다 얻은 것처럼 기쁜 감정의 표현이 굉장히 크지만 또 다른 문제에 봉착했을 때 다시 다운되는 속도 역시 급속하게 빠르다는 거였다. 엊그제까지 그렇게 들뜨면서 좋아하던 직원이 얼마 지나지 않아 또 풀이 죽어 있는 모습을 보게 되었고 그 이후로도 같은 상황은 반복됐다.
그 친구 스스로 깨닫고 고쳐야 할 건 닥친 문제 이전에 오히려 '일희일비'하는 본인의 감정 자체라는 걸 그때 느꼈다. 면담을 진행하다 보면 자주 깨닫게 되는 한 가지가 있다. '문제는 언제나 문제가 아니다'라는 거다. 퇴사 예정인 직원이 구두로 얘기하는 대학원 진학이나 휴식이 필요하다는 게 진짜 퇴사 이유가 아니라 실제는 상사 혹은 누군가에 대한 불만인 것처럼 말이다. 늘 문제는 실제 문제가 아니고, 이유는 실제 이유가 아닌 경우가 많았다. 겉으로 보이는 게 전부가 아니다.
문제는 언제나 예고 없이 일상처럼 우리를 두드린다. 예측할 수 없는 걸 바꾸는 건 어렵다. 우리가 바꿀 수 있는 건 어떤 문제가 닥치더라도 거기에 우리의 감정이 크게 흔들리지 않는 거다. 그래야 좀 더 효율적이고 합리적인 문제해결력을 발휘할 수 있다.
감정 과잉 직원이 부서에 있을 경우 서로가 힘들다. 크고 작은 문제들에 일희일비하는 감정 과잉의 진폭에 일일이 반응해 주고 조언하기에는 서로가 너무 바쁘다. 개인 간 관계에서도 그럴 텐데 성과를 내야 하는 조직 안의 관계에서는 더욱 그럴 수밖에 없다. 그런데 본인이 감정의 일희일비 정도가 과하다는 걸 스스로 깨닫지 못하거나 조언을 해줘도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개선은 더욱 힘들어질 수밖에 없다.
물론 내가 생각하는 비(悲)에 해당하는 감정 과잉이라는 건 예측 불가한 천재지변, 사건, 사고 등으로 인한 비극에 가까운 고통까지 포함하는 건 절대 아니다. 그런 감정은 감히 상상으로조차도 가늠하기가 힘들다. 그냥 일반적으로 살아가면서 우리가 맞닥뜨릴 수 있는 어느 정도 감내 가능한 고난, 고통, 스트레스, 슬픔 등을 얘기하는 거다.
다만 '감내 가능한 정도'는 사람마다 다르다. 스스로의 '감내 가능함'의 정도가 일반적인 평균에 지나치게 못 미치는 건 아닌지, 좋은 일 앞에서 너무 과하게 들뜨고 있는 건 아닌지 객관적으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아니, 뭐 감정 표현까지 자제하면서 살아야 해?'라는 생각을 할 수도 있다. 하지만 뭐든 양극으로 왔다 갔다 하는 빈도가 잦거나 너무 한쪽으로만 치우쳐 있다면 나 자신의 마음을 깊숙이 들여다봐야 한다. '지나침'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 지나친 감정 과잉은 어느 순간 당신을 방전시킨다. 그리고.... 당신의 감정 과잉은 누군가가 당신을 피하게 만드는 이유가 될 수도 있다. 가까이하기엔 넌 너무 과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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