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계속 사부작 거리는 이유

도전은 실체 없는 두려움을 직접 확인하는 과정이다

by 심 코치

1. 실체가 없는 불확실성과 두려움을 내가 미리 재단해 판단하지 말 것


2. 반드시 성공해 무언가 보여줘야 한다는 마음을 내려놓을 것


3. 존재하는 실패사례와 결과치의 평균값은 중요하지만 절대적 가치는 아니라는 점을 인지할 것


무언가 새로운 도전을 할 때 생각해야 할 내 나름의 세 가지 기준이다. 새로운 도전은 필연적으로 불확실성과 두려움을 동반한다. 무언가 새롭게 시도하고 실행한다는 건 그 불확실성과 두려움을 내가 직접 경험해 보고 확인하는 과정인지도 모른다. 해보지 않으면 절대 모를 것들이 이 세상에는 너무 많다. 말로 예단하고 무언가 시도함으로써 생길 마이너스와 안 되는 이유에 대해 늘어놓는 건 참으로 궁색하다. 말로는 뭘 못할까? 이미 존재하는 실패 사례와 결과치의 평균값이 내가 하지 않을 이유가 될 수는 없다. 도전해서 실제 경험해 보면 늘 걱정했던 것보다는 견딜만한 경우가 더 많았다. 어차피 도전하기 전 갖게 되는 두려움은 실제 하는 게 아니라 내가 보태고 더한 감정을 좋지 않은 방향으로 형상화한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물론 나 역시 여전히 하지 않을 궁색한 변명거리를 찾으려 노력할 때도 많다. 그래서 무언가 실행 전 깊은 고민을 하다가도 얼마 지나지 않아 내가 지금 하지 않으려는 이유를 찾고 있는 건 아닌지 나 자신을 의심하곤 한다.


시도하지 못한 이유에 대해 가족의 반대를 이유로 내세우는 것도 무의미하다. 가족이란 나를 가장 사랑하기에 내가 가장 안전한 선택을 하길 바라는 사람들이다. 존재하는 실패사례와 결과치의 평균값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나는 가족이라고 생각한다. 이 세상에서 나를 가장 아끼고 염려하는 사람들이니까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의 인생을 살려면 때로는 날 사랑하는 사람들을 거스를 용기가 필요하다.


어학연수가 대학생들에게 요즘처럼 당연하지 않았던 97년도에 어학연수 갈 거라고 집안에 선전포고를 했다. 본격적으로 내 인생의 중요한 결정을 내 맘대로 하기 시작한 순간이었다. 당시 가족들이 어떤 마음이었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격하게 환영받지는 못했지만 큰 반대에 부딪히지도 않았다. 아마 반대를 했어도 난 분명 굽히지 않았을 거다. 해외여행 한번 가본 적 없던 내가 몸집만 한 이민 가방을 질질 끌고 공항으로 가 떨리는 맘으로 미국행 UAE 항공기에 몸을 실었다. 경유지인 샌프란시스코 공항까지 긴장 반 기대감 반의 13시간의 비행....'바로 어제까지만 해도 가족들과 같이 있었는데'라는 생각에 갑자기 모든 게 낯설고 비현실적으로 느껴졌다. 처음 타보는 항공기 기내에 내가 앉아 있다는 것도, 목적지가 미국이라는 것도, 머릿속으로 어설픈 실력의 영어 문구를 정리해야 간신히 용기 내 물어볼 수 있었던 눈 앞의 미국인 승무원들도, 내 옆에 앉아있는 덩치 큰 미국인 아저씨까지.... 모든 게 생경하기만 했다.


IMF로 환율이 2배 가까이 뛰는 바람에 예상했던 시간을 채우지 못한 채 한국으로 다시 돌아오긴 했지만 그곳에서의 반년은 여러 가지 면에서 내 인생의 중요한 터닝포인트가 됐다. 누군가의 보호나 감시가 없이도 내가 혼자서 꽤 잘해나가는 사람이란 걸 알았고 넓은 세상에서 다른 문화를 통해 보고 듣고 느낀 것들은 나에게 많은 생각거리를 던져 주었다. 그 생각들과 새로운 경험은 매주 집에 부쳤던 나의 장문의 편지에 빼곡히 담겼다. 도서관 소파에 앉아 내가 경험한 새로운 것들과 느낀 생각들을 편지지에 수기로 적다 보면 3-4장을 훌쩍 넘기기 일쑤였고 어떤 때는 7장을 넘기기도 했다. 무슨 할 얘기가 그리도 많았을까? 당시 엄마는 주마다 나에게서 오는 편지를 우편함에서 꺼낼 때마다 마치 연애편지를 받는 것처럼 설렜다고 하셨다. 편지가 도착하는 날이면 나의 편지는 그렇게 가족들의 손을 옮겨 다녔고 나의 다양한 경험을 통한 생각들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오랜 기간 본가에 보관되어 있던 상자 가득한 나의 편지들은 세월의 흐름과 함께 여기저기 자리를 옮겨 다니다 지금은 자취를 감췄다. 자취를 감췄다는 표현이 맞는 게 아무도 옮기거나 버린 기억을 갖고 있는 사람이 없다. 당시 내가 무슨 생각과 감정을 가지고 그곳에서의 생활을 바라봤는지, 무슨 할 얘기가 그리도 많았던 건지 자세히 기억나진 않지만 어학연수를 마치고 돌아온 나는 확실히 그전과 많이 달라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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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스타트를 제법 크게 끊은 탓인지 그 이후 큰 결정을 내릴 때 항상 내 의지대로 해왔고 그냥 그게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부모님께는 결정 전 의논이라기보다는 결정 후 통보에 가까웠다. 가정교육의 주체인 엄마 자체가 '성인인데 본인이 알아서 잘하겠지'라는 사고를 하셨던 분이라 난 남들보다 쉽게 내 인생을 살 수 있었다. 만약 부모님의 큰 반대에 부딪혔더라도 난 100% 내 뜻대로 밀어붙였을 거다. 만의 하나 가족의 반대로 내가 하고 싶은 걸 하지 못했다면? 20대 때의 나의 성격이라면 분명히 하지 못한 것에 대한 원망의 화살을 두고두고 부모님께 돌렸을 거라고 생각한다. 당시의 나의 인성은 그 정도 그릇밖에 되지 않았으니까.


본인 인생이니 알아서 잘하겠지 하는 검증되지 않은 신뢰와 어차피 반대해봤자 꺾을 고집이 아니라는 걸 잘 아는 데서 오는 부모님의 현명한(?) 포기 덕분에 내가 원망의 화살을 가족들에게 돌릴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때로는 다른 건 접어두고 나만 생각하자는 의도적인 개인주의에 충실한 결정 들일 때도 있었지만 지나고 나니 그런 선택조차도 결과론적으로는 나의 삶의 방향을 바꾼 좋은 선택이었음을 알게 됐다. 그 선택을 시작으로 기회가 주어지고 또 다른 도전을 통해 다른 기회가 열렸다. 난 내가 알아서 할 테니까 걱정하지 마시라고 매번 큰소리쳤지만 뱉어낸 말과 다르게 나 역시 새로운 도전 앞에 마음속 두려움을 안고 있었다. 때로는 불안함에 밤잠을 설치기도 했다. 하지만 불확실성과 두려움보다 하고 싶다는 마음이 더 크니 밀어붙이는 수밖에....


진짜 배움은 언제나 실체가 없는 두려움을 직접 확인하는 그 과정 안에 있었다. 때로는 너무나 재수 없게도 생각했던 두려움보다 더 큰 실체를 마주하기도 했다. 쌓이는 스트레스를 인지하지도 못한 채 방치하고 견디다 '번아웃 증후군'이라는 평생 나와는 무관할 것 같던 경험도 해봤다. 하지만 그런 경험조차도 '번아웃 증후군'이 나와는 전혀 상관없는 일이라 여긴 오만함에 대한 반성으로 이어졌다. '그동안 내가 운이 좋아 삶이 좀 쉬웠을 뿐인데 정말 내가 잘나고 잘해서 그리된 줄 알았구나'하는 깨달음 말이다. 우물 안 개구리라 누군가를 속으로 비웃었었다. 하지만 어떤 의미로 나 역시 조금 더 큰 우물에 갇힌 똑같은 개구리일 뿐이라는 걸 알았다. 내가 조금 더 큰 물에서 놀고 있는 게 아니라 새로운 도전과 경험을 통해 단지 우물의 크기를 조금씩 확장해 나가고 있는 거란 걸...


세월은 그렇게 나에게 많은 생각과 깨달음을 던져줬다. 나이 들수록 무언가 정답이라고 생각했던 강한 신념에도 유연성이 필요하다는 걸 알게 되었다. 빠른 속도로 변화하는 세상에서 어제의 정답이 오늘의 정답이 아닐 수도 있다는 걸 받아들이며 난 여전히 새롭게 배우고 경험하고 있다. 늘 하던 대로의 안전한 선택을 하며 머물러 있는 것도 삶의 방식 중 하나겠지만 내가 인생에서 깨닫고 배운 많은 것들은 머무름이 아닌 움직임에서 시작됐다.


올해 초, 코로나 19로 뒤죽박죽이 되어버린 나의 계획을 과감히 수정했다. 버킷리스트에 고이 모셔 두었던 책 집필이라는 나 자신도 예측하지 못한 목표를 호기롭게 꺼내 들었다. 그나마 경험해 본 꾸준한 글 쓰기라곤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은 네이버 블로그 운영이 전부였다. 즉흥적이기까지 했던 결정을 실행으로 옮기며 때로는 걱정으로 밤잠을 설치기도 했다. 하지만 초고 완료 후 진행한 출판사 투고를 통해 운이 좋게도 출판사 네 군데서 출간제의를 받았고 9월에 출판 계약을 완료했다. 도전해서 직접 경험해 보지 않았다면 절대 모를 것들의 의미를 다시 한번 깨달았다. 나는 앞으로도 계속 무언가 사부작 거릴 거다. 실체 없는 두려움을 누군가의 말이나 경험이 아닌 나의 경험을 통해 확인해 가면서 내가 현재 머물고 있는 우물의 크기를 조금씩 확장해 나가려고 한다.



*이미지 출처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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