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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빅리셋코치 Feb 27. 2021

시(?)라 한다...

꼬인 마음을 엮어 글로 풀어내던 시절....

시(?)라 한다…


단어 넣고
운율 가미하고
약간의 시니컬로 양념하여
유행하는 세태 채 썰어 넣고
트렌드로 살짝 버무려
메뉴 이름은 시(?)라 한다


손님들 반응이 가히 폭발적이다
얕은 ‘시’의 맛에 길들여진 우리는

그 달콤 쌉싸름한 감칠맛이 참 좋다

감성의 깊은 곳을 건드리지 않아 좋고
표면만 음미할 수 있어서 좋다
여러 번 곱씹어야 느껴지는 맛의 깊이를
사유할 필요 없으니 부담 없어 좋다.


우리는 깊이를 느낄 시간적 여유가 없기에...
깊은 내면의 맛을 사유하기에는
우리의 세치 혀가 얕은 맛에 길들여져 있기에...
‘시’라는 메뉴를 과시하는 주인장의 얕은 얼굴이
메뉴의 얕은 맛과 참으로 닮아 있구나!!


노트북 폴더 정리를 하다가 워드 파일에 담긴 꽤 오래전 글을 보게 됐다. 지금처럼 글 쓰는 습관을 들이던 때가 아니라 문득 떠오르는 생각이 휘발되는 게 아까워 가끔 메모를 남기던 때였다. 물론 1년에 2-3회 될까 말까 했지만…. 아직도 나의 노트북에 남아있는 오래전 글들을 보면 피식 웃음이 난다. 이때 왜 이렇게 화가 났던 거지? 뭔가 또 맘에 안 들었었구먼…ㅎㅎㅎ


그때의 시니컬함이 육각형이었다면 지금은 모서리가 닳아 없어진 원형에 가깝다. 완전한 원형은 아니고 아직도 어느 한 구석 어떤 방향으로 튀어나갈지 모르는 잠재적 원형이다. 그때가 아닌 지금 다양한 SNS 채널을 활용하는 게 얼마나 다행인지…. 그때였다면 나의 글들은 뾰족이 날을 세우며 누군가를 찌르려 했을지도 모른다. 못마땅하거나 화날 때만 끄적거렸었으니까.... 글 쓰는 습관이 없었던 때고 행복이나 아름다움 같은 감정을 글로 담는 건 특히 더 오글거린다 생각했었다. 그래서 담담히 풀어도 될 글에 굳이 꼬인 마음을 엮곤 했다.   


내가 본격적으로 글 쓰는 습관을 들인 건 재작년 12월부터다. 이제는 여러 상황에서의 감정을 좀 더 다양한 컬러로 풀어낼 수 있게 됐다. 그래도 여전히 상냥하고 부드러운 글은 잘 못 쓴다. 굳이 나와 일치하지 않는 문체로 바꿀 생각도 없긴 하지만.... 글 쓰는 습관을 들이다 보니 나의 생각과 키보드 위 손가락 간의 멀티태스킹이 가능해졌다. 일상의 작은 것들이 모두 글 소재가 되니 글을 쓰기 전 고민하는 시간도 짧아졌다. 이제는 좀 더 욕심이 생긴다. 좀 더 깊이를 더하고 싶다는 생각.... 아마도 글 쓰기를 취미로 갖고 있는 사람들의 공통된 생각이 아닐까 싶다. 무의미한 감정의 나열이 아니라 담백함에서 배어 나오는 깊이를 배우고 싶다. 그러려면 나라는 사람의 깊이를 채우는 게 먼저라고 생각하지만.... 아직도 가끔은 배어 나오는 나의 격한 감정이 좀 더 담백해지면 나의 글도 저절로 담백해지지 않을까??



*이미지 출처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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