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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릭 Apr 24. 2020

2020년형 아이패드 프로 4세대 리뷰

애플이 꿈꾸는 차세대 컴퓨터. 그리고 꽤 옳은 시작.

애플이 꿈꾸는 차세대 PC는 어떤 것일까?


올해에도 변함없이 애플은 아이패드 프로를 노트북의 대체재로써 내세우고 있다. "What's a computer?"로 시작한 애플의 캠페인은, 꽤나 일관성 있게 이어지고 있고, 처음에는 터무니없다는 취급을 받은 아이패드 컴퓨터 대체 가능성은 지금 이 시점에서 바라본다면 그리 터무니없는 이야기는 아닐지도 모른다.


초기의 아이패드보다 할 수 있는 것이 많아졌고, 애플의 지속적인 지원과 업데이트를 통하여 편의성은 더더욱 개선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시점에서 아이패드가 컴퓨터를 대체할 수 있는가?"에 대한 필자의 대답은 아직까지 부정적이며, 이와 관련된 내용을 이전에도 작성한 바 있다.

해당 내용을 간략하게 요약하자면, 아이패드 프로라는 제품은 지금의 컴퓨터가 할 수 있는 작업을 똑같이, 혹은 더 나은 방법으로 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진 기기 일지는 모르지만, 확실한 건 현시점에서는 아직 아쉬움이 많다는 내용이다.


완벽한 컴퓨터 대체재가 안된다는 것은 확실하게 못을 박았으니, 태블릿 그 자체에 초점을 맞춰보자면, 해당 시장에서의 아이패드의 위상은 압도적이다.


비록 다양한 회사가 도전하고 있는 태블릿 시장이지만, 유일하게 꾸준한 제품 출시 및 실질적인 판매를 기록하는 회사가 애플밖에 없기에, 전작인 3세대와 크게 차이가 없는 스펙과, 동일한 외관을 고려하더라도, 별다른 대안이 없다는 것이 사실이다.


Microsoft사의 Surface 라인업은 훌륭한 노트북 대체제가 될지는 몰라도, 순수한 태블릿 그 자체로 승부하기에는 UWP앱의 부진과 Windows 10의 빈약한 터치 UI가 발목을 잡고 있으며, 삼성의 Galaxy Tab 제품군은 비록 아이패드에 가장 근접한 태블릿으로 주목받고 있지만, 구글이 포기한 안드로이드 태블릿 이코시스템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렇게 더더욱 올해에 출시된 아이패드 프로가 가지는 의미가 상당한데, 거의 변화가 없는 아이패드 프로 라인업을 내세웠음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경쟁자들이 추월은커녕 위협조차 못하는 상황이다. 이는 여태까지 출시된 아이패드라는 제품이 얼마나 기반이 탄탄하고 완성도가 높은 제품인지를 증명하는 셈이다.


이번 아이패드 프로 4세대에서 변화한 점을 크게 꼽자면:

1. 울트라 와이드 및 LiDAR 센서

2. 스튜디오급 내장 마이크

3. A12Z 칩셋

등을 언급할 수 있는데, 여러모로 트랙패드나 새로운 매직 키보드가 추가된 건 좋지만, 이는 3세대 아이패드 프로에도 동일하게 적용이 가능하기에 4세대 만의 특별한 변화점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제품 언박싱

아이패드 프로 4세대 (2020) 언박싱 - 오전 9시 이후부터 공개됩니다



A12Z 칩셋, 성능은 좋아졌는가?

일단 4세대 아이패드 프로에 탑재된 A12Z Bionic 칩셋은 전작에 탑재된 A12X와 별다른 차이가 없는 칩셋이다. 모델 넘버링이 유지된 시점에서 별 볼 일 없는 성능 향상인 건 모두가 알겠지만, 설계적으로 A12X와 A12Z의 칩셋은 거의 완벽하게 동일하다는 보고서도 존재한다.

GPU 코어가 하나 더 추가되긴 했지만, 이는 A12X에서 애플이 고의적으로 막은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즉슨, 성능적인 차이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LiDAR를 비롯한 새로운 기능에 필요한 성능이 추가되었을 뿐, 영상 랜더링과 같은 실제 체감되는 성능과는 거리가 멀다.


물론 ARM 기반 칩셋 중에서 A12X를 따라올 칩셋이 아직까지 존재하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iPadOS 자체가 A12X 성능을 제대로 사용하지 못한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으니, A12Z에 와서도 크게 달라진 건 없다. 영상 렌더링도 태블릿 기준으로 충분히 빠르고, OS의 전반적인 반응 속도도 웬만한 컴퓨터보다 빠르기에 크게 불만사항이라고 하기보다는 아쉬움이 남는 결정이라고 생각된다.



울트라 와이드 & 라이더 센서

이번 아이패드 프로에서 가장 많이 변화한 점은 단연 카메라라고 할 수 있는데, 이번 작에서는 10메가픽셀 울트라 와이드와 12메가픽셀 와이드 앵글 렌즈가 탑재되어 있고, 애플이 AR을 위해서 넣은 LiDAR 센서도 탑재되었다.

아이패드 프로로 촬영한 사진

태블릿 중에서는 가장 좋은 성능의 카메라를 탑재하고 있으며, 전반적으로 아이폰 11 및 11 프로와 비슷한 수준이거나 약간 못 미치는 퀄리티의 사진을 뽑아낼 수 있다. 기본적인 용도가 다르다는 것을 고려한다면 차고 넘치는 스펙이 아닐 수 없다.

그 외에는, LiDAR 센서를 통하여 더 나은 성능의 AR를 구현하는데 성공했고, 실제로 사용하는데 체감이 될법한 수준의 개선이 있었다. 다만, 이는 애플의 퍼스트 파티 소프트웨어를 제외하면 하드웨어의 잠재력을 활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다반사이고, AR이 아직까지 우리의 일상에서 그다직 자주 사용되는 기술이 아닌 것을 고려한다면, 현시점에서는 크게 체감이 되는 변화라고 보기는 어렵다.


정말로 아이패드에 더 나은 AR 기술이 요구돼서 넣은 센서가 아닌, 내년 아이폰을 위한 테스트 용도로 넣었다는 느낌을 더 강하게 받을 수 있었는데, 아직까지는 좀 더 갈길이 멀다고 생각된다.


그에 반하여 아쉬운 부분도 있었는데, 후면 카메라를 듀얼 렌즈로 구성하면서 '충분히 인물 모드를 구현할 수 있었으나', 이를 소프트웨어적으로 지원하지 않는다. 특히 애플 최초로 LiDAR 센서를 탑재한 제품에서 이를 구현하지 않은 것은 더더욱 이해가 안 가는 결정인데, 전면 카메라의 인물 모드는 또 지원하는 등의 이해하기 어려운 행보를 보였다.



그 외에 변하지 않은 것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이번 아이패드 프로는, 전작인 2018년형 아이패드 프로와 거의 차이가 없는 제품이다. 안정성을 추구한다는 것인데, 변화가 없는 것은 전작의 장점을 그대로 가져온다는 의미기도 하면서, 전작의 단점을 답습한다는 의미기도 하기에 테크 시장에서는 마냥 좋은 의미로 사용되는 단어는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애플의 아이패드 프로는 여전히 시장에서 강자 포지션을 유지하고 있고, 장점의 단점 대비 훨씬 더 많기에 제품에 대한 평도 전반적으로 긍정적이다. 120Hz 디스플레이는 타사 제품에서 기대하기 어려울 정도의 부드러움을 보여주고, 오래가는 배터리와 프로급 패드에만 제공되는 2세대 애플펜슬도 환영할법한 내용이다.

FaceID 센서의 위치관련 소프트웨어 UX가 가장 개선이 시급하다고 느꼈는데, 일단 제품 상단에 위치한 센서가 손에 너무 잘 가려지는 위치임을 분명하고, 파워 버튼을 더블클릭해서 결제를 진행하는 UX 역시, 아이폰에서는 그럭저럭 참고 쓸만해도, 아이패드에서는 누르기 불편한 게 부지기수다.


특히 프로 3세대부터 사라진 3.5 이어폰 잭은 이번작에서도 돌아오지 않았는데, 아이패드를 컴퓨터와 동급으로 취급해주길 원한다면 포트도 컴퓨터와 동일한 수준으로 변해야 되는 것이 아닐까? USB-C 타입 단자 한 개로 (썬더볼트 지원 안됨) 모든 작업을 하라는 것은 무리가 있는 주장이다.



구매해야 되는가?

iPadOS 13.4를 통하여 트랙패드 및 마우스 인풋 지원이 추가되고, USB-C를 통하여 일부 외장 하드 드라이브를 지원하는 등의 변화는 언제나 환영할 법한 개선이지만, 아직까지 아이패드를 사용자들의 ONLY ONE 디바이스로 채택하기엔 애매한 감이 있다고 생각된다.


디스플레이 좋고, 성능 좋고, iPadOS 좋고, 카메라 좋고, 그리고 다른 태블릿이 갖춰야 되는 대부분의 요소는 모두 다 가뿐한 합격점은 받는 제품이지만, 최종적인 가격이 그렇지 못하다. 시작가가 100만원인 태블릿에, 17만원짜리 애플 펜슬과 40만원짜리 키보드를 구매한다고 고려한다면, 157만원에 호가하는 제품이 된다.


그 가격이라면 하이엔드 Windows 노트북을 물론이고, 애플의 맥북 에어 라인업도 거뜬히 노려볼 수 있다. 학생들에게 노트 테이킹을 위해서 권하기에는 가격이 너무 높고, 아이패드 에어라는 훌륭한 대체안이 존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PC를 아이패드로 대체하기에는 이미 아이패드의 가격이 PC를 넘어선다는 아이러니한 가격표다.


아이패드 프로가 본인의 학업과 관련하여 필요한 사람이거나, 정말로 필기를 많이 하는 학생들에게 있어서는 합당한 제품일지는 모르겠지만, 일반인을 위한 '넷플릭스 머신, 유튜브 머신'을 위한 제품은 전혀 아니다.


만약, 본인의 필요로 구매를 결정하는 거라면, 가격이 크게 상관이 없을 것이고, 애초에 리뷰를 찾아볼 이유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본인이 크게 태블릿의 필요성이 없으면서도 아이패드 프로를 고민하고 있다면, 십중팔구는 몇 달 이후에 그다직 태블릿을 사용하지도 않을 것이다.


아이패드 프로는 물론 좋은 제품이다. 본체만 100만 원에 호가하는 가격을 지불하면서까지 구매해야 되는 타겟층이 있을 것이고, 필자만 해도 아이패드를 통하여 수천 장이 넘는 학교 과제를 아이패드만으로 소화하고 있다. 그렇게 생각한다면, 가격 대비 괜찮은 제품이라고 생각하지만, 그게 모두에게 적용되는지는 고민의 여지가 필요하다.



제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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