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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릭 May 20. 2020

나는 왜 애플 농장을 차렸는가?

20년 차 윈도우 유저가 애플 농장을 차리게 된 계기.

사람들은 대부분 Windows OS를 탑재한 컴퓨터로 기술에 대한 입문을 시작하고,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을 통하여 스마트폰이라는 개념을 이해한다. 이를 대변하듯 Windows는 데스크톱 및 노트북 OS 시장의 88%를 차지하는 기염을 토하고 있고, 안드로이드는 전 세계 스마트폰 OS 시장에서 86%를 대변한다.


시장 장악력이 모든 것을 대변하는 건 아닐지 몰라도, 절대적인 유저의 수는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지표다. 그렇기에 필자가 처음 접해본 컴퓨터도 Windows 2000이었고, 처음 사용한 스마트폰도 안드로이드를 탑재한 스마트폰이었다.


그렇게 내 노트북은 20년이라는 시간이 지나 Windows 10에 도달했고, 팬택의 베가 레이서에서 시작한 내 스마트폰은 LG를 지나 삼성 갤럭시 S10까지 도달했다. 대부분의 유저도 나와 비슷한 길을 걸어왔을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이를 생각해보자면 기업들이 왜 소비자들의 '첫 번째 제품이' 되고자 그토록 노력하는지 이해가 된다.


그렇게 20년을 사용한 Windows를, 10년을 사용한 안드로이드를 일 년이라는 시간 안에 모두 버리고, 나는 성공적으로 소위 말하는 '사과농장'을 꾸리기에 성공했다.



그 시작은 아이패드로부터

일단 기본적으로 기술과 관련된 거의 모든 것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애플 제품에 대한 경험이 전무한 것은 아니었다. 첫 번째 태블릿은 아이패드 2세대였으며, 그 후로 아이패드 에어, 아이패드 6세대, 그리고 최종적으로 현재는 아이패드 프로 4세대를 사용하고 있다.


무엇보다 안드로이드 진형에서 (아이패드를 능가하는) 제대로 된 태블릿 제품을 단 한 번도 선보인적이 없다고 평가하고 있기에, 이전부터 지금까지 태블릿은 아이패드를 고집하고 있다. 제품에게서 원하는 니즈가 시대에 따라서 변하긴 했어도, 아이패드는 언제나 그 니즈를 충족시켜주는 어찌 보면 나에게 있어서 스마트폰보다 더 중요한 제품 라인업이다.


단순 미디어 소비(Media consumption)를 위한 제품에서, 궁극적으론 노트 테이킹 및 전반적인 학업을 담당하는 제품이 되었다는 의미다. 이는 애플이 아이패드라는 제품에 대해서 기대하는 포지션을 최근에 급격하게 변경하였기 때문인데, 이와 같은 변화가 나의 니즈에 맞았다고 볼 수 있겠다.


교묘하게 설계된 애플의 덫


아이패드라는 제품을 단독으로 봤을 때는 크게 의미하는 바가 없을지 몰라도, 애플의 이코시스템에 대한 이해를 하고 있다면, 이게 얼마나 중요한 개념인지 이해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애플 제품은 타사와 호환이 거의 안되거나, 만약 되더라도 매우 불편한 경우가 많다.


이는 최근에 바뀐 MS의 행보와 구글의 행보와는 정반대 되는 개념이라고 볼 수 있는데, 자체 플랫폼을 구축함으로써 타사와 호환이 안 되는 만큼, 자사 제품과는 어떠한 기업보다 끈끈한 결합을 이루어 내는 방식이다. 실제로 애플은 mobileMe(현 iCloud) 서비스를 통하여 어떠한 기업보다 소비자용 클라우드 서비스를 빨리 출시하기도 했고, 연동성에 힘을 많이 쓰는듯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만약 아이패드의 중요도가 나의 삶에서 점점 커지고 있다면, 그리고 이를 대체할 수 있는 제품이 없다면; 대체할 수 있는 다른 제품을 애플로 대체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인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맥의 시작. 창문과의 이별.

비록 20년간 써오던 Windows OS이지만, 사용하던 기간이 길다고 하여, 제품에 대한 만족도가 높은 것은 아니었다. Windows 7까지는 그럭저럭 잘 써오던 OS였지만, Windows 8 이후부터 제품에 대한 아이덴티티가 이상해짐을 느꼈고, Windows 10 이후부터는 맘에 들지 않는 것으로 가득했다.

애초에 Micorsoft라는 기업 자체가 B2C(Business to Customer)보다는 B2B(Business to Business)에 초점이 맞춰진 기업이기에, 변화에 즉각적인 대응을 하기엔 유연성이 부족하다는 한계점이 명확하지만, 그래도 제어판과 설정이 나눠진 채로 장장 5년이라는 시간 동안 갈팡질팡 하는 건 아니지 않은가?


그 과정에서 내 학업 진로가 결정되었고, 애플의 맥 시스템이 더 권장되는 상황이 왔다. 무엇보다 애플의 자체 프로그래밍 언어인 Swift 사용과, 맥 환경이 보다 안정적으로 학업을 진행할 수 있다는 점이 크게 다가왔다. 취미로 시도해보고 있는 비디오 편집 역시 애플의 독자 프로그램인 파이널컷을 사용할 수 있다는 등의 장점도 무시할 순 없다.

GoodNotes for macOS

이와 더불어 애플의 자체 이코시스템을 통하여, 이전에 사용하던 아이패드에서 필기한 모든 내용을 맥에서 유기적으로 볼 수 있고, bear와 같은 훌륭한 생산성 앱들이 대체로 애플 시스템에서만 제공된다는 것이 큰 이유를 차지하기도 했다.


결론적으로, 학업에 필요한 가벼운 노트북을 충족하면서, 애플의 맥 시스템에서 얻을 수 있는 여러 가지 장점과 더불어, Windows의 대한 염증으로 인한 심리적인 고심이 합쳐진 결과가 이러한 변화를 만들어내지 않았을까 조심스럽게 생각하고 있다.



안드로이드의 포기

태블릿을 아이패드로, 컴퓨터를 맥으로 전환했다면, 최종적으론 휴대폰을 바꾸는 게 가장 합리적인 선택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휴대폰을 아이폰으로 바꾸는 때까지는 무려 7개월이라는 시간이 소요되었는데, 무엇보다 애플의 폐쇄적인 iOS 시스템이 가장 걸렸기 때문이다.


물론 이전에도 아이폰을 사용한 적은 많았지만, 결정적으로 메인 폰으로써 사용해본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안드로이드를 사용하면서 시스템 권한을 개방하고, 맘대로 개조하는데 익숙해졌던 나에게 있어서, iOS는 절대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플랫폼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간이 지나면서 커스텀롬의 시대는 저물었고, 안드로이드의 루트 필요성은 점차 줄어들게 되었다. 무엇보다 갤럭시에서 녹스를 비롯한 자체 보안 수단을 강화하면서, 루팅을 하자니 삼성 페이와 같은 편의 기능을 사용할 수 없었고, 안 하자니 삼성의 소프트웨어가 전혀 맘에 들지 않았다.


아이폰에 비교하여 애니메이션과 같은 세심함도 부족하면서, 커스텀도 어렵게 되었으니, 크게 안드로이드에 연연할 필요성이 많이 줄었다는 점과 애플의 이코시스템을 보다 원활하게 사용할 수 있는 아이폰이 더더욱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별거 없어 보일지 몰라도, 아이폰에서 보던 웹사이트를 자연스럽게 맥으로 이동하고, 아이폰에서 오는 전화를 아이패드에서 받고, 와이파이가 없는 곳에서 아이폰의 데이터를 한 번의 클릭만으로 맥에서 사용할 수 있는 등의 세심하면서도 기기간의 유기적인 연동이 매우 편리하다는 것이다.



정말로 비싼가? 아니, 정말로 저렴한가?

사람들은 흔히 애플 제품을 비싼 기기로 치부한다. 비슷한 성능의, 더 많은 기능을, 더 저렴한 대체제를 통하여 얻을 수 있는데, 굳이 비싼 제품을 사는 건 합리적인 소비가 아니라는 것이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그 대체제가 무엇을 빌미로 제품을 저렴하게 판매하는지는 살펴볼 필요가 있다.


사람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안드로이드의 주도권을 잡고 있는 구글은 수익의 대부분을 자체 광고 시스템을 통하여 얻는다. 무료로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사용자의 데이터를 얻고, 그러한 축적된 데이터를 통하여 보다 정확한 검색 결과 값과 관련된 광고를 노출하여 수익을 창출한다는 의미다.

삼성전자 - IM부문 : 휴대폰, 통신장비, 컴퓨터 / DS부문: 반도체

Windows로 잘 알려져 있는 Microsoft도 상황은 비슷한데, 주 수익원이 Azure 클라우드 서비스를 비롯한 기업용 제품이며, 생각보다 B2C를 통한 Windows 자체 수익률은 높지 않다. 삼성도 스마트폰보다는 반도체에서 주 수익을 내고 있으며, IM부문(휴대폰, 통신장비, 컴퓨터)의 영업이익이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있다는 점을 살펴볼 수 있다.


이러한 경쟁사들과는 다르게, 애플은 유일하게 B2C를 기업의 주 수익 모델로 잡고 있는 기업이며, 실제로 아이폰, 혹은 애플 제품을 통한 연계적인 수익을 통하여 회사를 운영한다. 근본적으로 수익의 대다수가 실제 고객들이 구매하는 제품에서 나오다 보니, 제품에 더 신경을 쓰는 듯한 모습을 보여준다.


더 긴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는 물론이고, 장기간 업데이트를 지원하는 만큼, 구형 폼팩터에 대한 소프트웨어 배려도 꽤나 고심한 느낌이 많이 들 때가 많다. 물론 최근에 와서 소프트웨어적으로 많이 흔들리는듯한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고, 꽤나 실망스러운 모습을 많이 보이긴 했지만, 여전히 안드로이드와 비교해서는 더 우위를 점하고 있다고 평가한다.


무엇보다 구글과 MS가 유저 데이터를 통하여 광고 정보를 축적하고, 이를 돈벌이 수단으로 사용하는 등의 행보는 애플에게선 보이지 않거나 미미하기에 이 점도 고려해야 된다고 생각한다. 결국 제품의 보이는 가격이 전부가 아니라는 점이다.



애플은 그럼 완벽한가?

오히려 그 반대에 가깝다. 애플의 고질병인 높은 가격은 아직까지도 개선할 의지조차 없어 보이며, 최근에 애플이 내놓았던 행보가 잠시 삐딱선을 탄다는 느낌도 있었다. 무엇보다 아이폰 X의 출시 이후, 아이폰 11에 오기까지 하드웨어에서 무리하게 수익을 뽑는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서비스 수익을 회사의 주 수익원으로 전환하겠다는 발표를 한 이후엔, 애플의 자체 서비스 강요가 좀 더 심해졌다는 느낌을 받기도 했다. 특히 아직까지도 iOS에서 기본 앱 변경과 같은 당연한 것들이 제공되지 않는다는 점은 치명적이다.


NFC개방도 아직까지 제한적이고, 플랫폼 자체의 독점권을 이용하여 자신들만의 특권을 누린다는 지적을 피해 가기도 어려울 것 같다. iOS 14에서 개선의 여지가 보이긴 했지만, 내달에 개최되는 WWDC 2020을 시청한 이후에나 정확한 평가를 내릴 수 있을 것 같다.


무엇보다 기업은 기업이고, 소비자는 소비자다. 특정 기업에 대한 콘크리트 지지층은 기업이 좀 더 과감한 시도를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촉진제와 같은 역할을 하기도 하지만, 현실에 안주하면서 Cash Cow들 돈이나 빼먹는 기업으로 전락하게 만드는 요소이기도하다.


Windows에 실망하고, 삼성에 실망하여 선택한 제품이 애플일 뿐이고, 나의 니즈를 더 잘 충족해주는 기업이 탄생한다면, 갈아탈 준비는 언제나 되어있다. 그리고 애플도 그러한 기업에 대한 견제를 제대로 해야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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