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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릭 Sep 21. 2020

아이패드 에어 4세대, 정말 '프로'보다 좋을까?

논란의 A14, 그리고 A12Z. 아이패드 에어 4세대에 관한 이야기

A14 그래픽 벤치마크 값에 대해선 아직까지 면밀히 검토중에 있습니다.
아직까지 수시로 올라오는 모든 벤치값이 큰 변동폭을 기록하는 것을 볼때, 데이터에 대한 신뢰성은 상당히 낮다고 판단중에 있습니다.
정확한 내용이 파악되는 즉시 적절한 팩트체크를 한 이후에 수정이 필요하거나 정정이 필요한 부분은 정정하도록 하겠습니다.

아이폰이 없는 최초의 9월 애플 언팩에서 새로운 아이패드 에어가 공개되었다. 프로를 닮은 새로운 디자인에 A14까지 꽤나 완벽한 스펙으로 무장했다고 봐도 무방할 수준의 제품으로, 사골 국물 끓이듯 우려먹은 이전의 폼팩터는 더 이상 찾아볼 수 없게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때아닌 논란을 불러온 제품이기도 하다. 위 이미지와 같은 트윗을 처음 볼 때는 그냥 웃어넘겼지만;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이와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다는 점을 깨닫기까지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주변인들의 "프로보다 에어가 이번에 더 좋다고 하는데, 정말이야?"라는 질문은 이제 지겹도록 들었고, 말도 안 되는 헛소문이 이런 식으로 퍼지는 게 이리 쉽다는 것을 다시 한번 체감할 수 있었다.


이러한 뜬소문이 퍼지는 이유를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었는데, 이번 아이패드 에어는 애플의 'A14' 칩셋을 탑재하고 있고, 현 프로 4세대 (11인치는 2세대)는 'A12Z" 칩셋을 탑재하고 있다. 당연히 숫자가 높을수록 최신 아키텍처가 적용된 칩셋이기에, 애플의 라인업을 제대로 파악하고 있지 않는 사람들에게는 A14가 A12Z보다 아마득하게 좋다는 인식이 심어질 수밖에 없다.

21일 자 네이버 메인에 등록된 포스트 - 잘못된 정보를 전달하고 있다


A14와 A12Z, 무엇이 다른가

사실 말 그대로 숫자만 보면 A14가 A12Z보다 더 높은 건 사실이다. 거기다가 A14는 최신 TSMC 5nm 공정이 적용되었으니, 더 작은 다이 사이즈로 더 높은 효율을 뽑아낼 수 있는 기술이 적용된 것도 맞는 말이다. 여기에 싱글코어 벤치마크 점수도 A14가 A12Z보다 높으니 혼란이 가중될 수밖에 없다.


물론 단편적으로 볼 때만 할 수 있는 이야기다. 현대의 프로세서는 단순 싱글코어로만 스펙을 나눌 수 있는 것도 아니거니와, 단순히 최신 아키텍처가 적용된 AP가 더 높은 성능을 의미하는 것도 아니다.


가장 기본적인 스펙을 비교할 때 아이패드 에어 (2020)에 탑재되는 A14 Bionic은 6 코어로 이루어져 있으며, 그중 2개의 코어는 퍼포먼스 코어, 그리고 나머지 4개의 코어는 Power-efficiency (성능보단 에너지 소비에 초점을 둔) 코어로 이루어져 있다.

A12Z의 칩셋 이미지 및 Die photo

그에 반하여 A12Z 및 A12X는 8/8 코어로 이루어져 있으며, 4개의 퍼포먼스, 그리고 4개의 Power_efficiency 코어로 이루어져 있다. 이와 같은 퍼포먼스 코어 개수의 차이는 애플이 설계하는 칩셋 라인업을 알고 있다면 쉽게 이해할 수 있는데, 기본적으로 A14 칩셋은 아이폰을 비롯한 각종 모바일 기기에 탑재하고자 다이 사이즈도 최대한으로 줄였고, 전력 소비도 최대한 염두한 칩셋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2015년부터 아이패드 프로에 별도로 설계 및 탑재되기 시작한 A00X (최근엔 A00Z) 칩셋의 경우엔 태생부터 목표점을 다르게 잡은 칩셋이다. 정확하겐 애플의 ARM 설계에 대한 야심이 들어간 칩셋이라도 봐도 무방하다. 애초에 프로급 아이패드에서만 탑재하고자 설계한 칩셋이기에 전력 소비량도, 다이 사이즈도, 그리고 설계구조부터 상당 부분이 차이나는 칩셋이다.


당장 애플이 이유 없이 올해의 WWDC 2020에서 ARM 맥용 프로토타입 기기에 A12Z을 넣고 MAYA를 돌린 게 아니라는 의미다. (사실 이건 기존 아이패드 프로 리뷰에서도 언급한 것 같은데, 애초에 이 정도 스펙은 아이패드에 필요가 없다는 게 내 의견이다)


결론적으로 실상을 들춰보면 CPU 멀티코어 성능도 A14보다 A12Z가 높고, GPU 성능은 벤치 값으로만 거의 1.5배 수준에 달하는 상황에서 네이밍 숫자만 높다고 "에어가 프로를 이겼다!"라는 말도 안 되는 소식을 믿지 않는 게 좋다. 애초에 기업은 바보가 아니다.


전자기기는 성능으로만 평가하지 않는다

아이패드를 사용하는 가장 주목적이 뭐라고 생각하는가? 넷플릭스를 통한 멀티미디어도 즐기고, 애플 펜슬을 통하여 각종 노트 테이킹을 할 수도 있고, 단순한 웹서핑을 즐길 수도 있다.


우리가 사용하는 모든 모바일 기기는 조립형 컴퓨터처럼 모든 부품을 따로따로 구매하여 조립하는 형태가 아닌, 이 모든 컴포넌트가 하나의 제품으로써 처음부터 결합되어 판매된다. 물론 LG G5나 Moto Mod처럼 각종 기업들이 시도한 조립형 모바일 기기 콘셉트도 많았지만, 성공한 사례가 없다.


이는 즉슨, 내가 영화를 안 볼 거라고 더 낮은 해상도의 모니터를 선택할 수 없다는 의미고, 내가 애플 펜슬이 필요하지 않다고 120Hz 주사율만을 미탑재한 아이패드 프로 모델을 살 수 없다는 의미다.


필기할 때 가장 필수적인 120Hz 디스플레이는 '아이패드 프로'에만 탑재됐고, 스테레오 스피커를 지원한다는 '아이패드 에어'가 탑재한 스피커의 갯수는 총 2개; 아이패드 프로가 갖춘 4개의 절반이다. 애플이 공식적으로 홍보하는 아이패드 에어의 디스플레이 밝기는 500 nits, 프로는 600 nits다.


제품의 사용성을 좌지우지하는 거의 모든 부분에서 일반인들은 자세히 살펴보지도 않는 톤-다운 (A.k.a 원가절감)이 이루어졌고, 사용성에 불쾌감이 있을 정도의 차이점은 없지만 아이패드에 거의 150만 원에 가까운 금액을 지불할 사람들에게 있어서 필수적인 요소들이 에어에서는 귀신같이 빠져있다.


물론 아이패드 에어가 나쁜 제품이라는 뜻은 아니다. 오히려 아이패드 프로가 정말로 필요하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오히려 에어가 더 좋은 선택이라고 생각될 정도로 올해의 아이패드 에어는 잘 나온 제품이다. 늘 언제나 애플을 칭찬하는 부분이 있다면, 그건 바로 애플의 경영 방식일 것이다. (앱스토어 같은 거 말고;; 그건 애플이 양아치가 맞다)


Note 20 Ultra가 더 고급 모델이라고 일반 모델 후면에 플라스틱을 넣어버리는 모 기업과는 다르게, 정말 사람들이 어떠한 부분에서 구매를 결정짓게 되는지, 그리고 그 부분을 어떠한 방식으로 절감해야지 소비자들이 기분을 최대한으로 안 망치고 구매를 하게 만드는지를 제일 잘 아는 기업이라고도 할 수 있다.


소소한 부분에서 가능한 최대한의 원가절감을 하지만, 이를 신경 쓸 정도로 민감한 사람들에게는 프로 모델을 구매하게 장려하면서도, 이를 신경 쓰지 않는 사람들에게는 해당 모델을 구매해도 개의치 않도록 만든다는 의미다.


종합하자면,

기업은 최대한의 수익을 내고자 하는 집단이다. 이를 최대한 효율적으로 연구하기 위해서 대부분의 기업에는 '사업부'가 존재하고, 어떤 기업이라도 자사 제품의 최고급을 구매하는 고객들에게 대놓고 뒤통수를 후려버리는 기업은 거의 없다.


비록 애플이 올해에 잘못한 게 있다면, 그건 대중들이 오해할 수 있는 A14와 A12Z라는 혼동되는 라인업을 들고 온 죄밖에 없다. 그걸 진실인 것처럼 체크도 없이 퍼 나르는 사람들은 본인이 무엇을 주장하기 전에 확인을 하는 게 바람직하지 않을까 싶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패드 에어는 정말 잘 나온 제품이 맞다. 특히 프로급을 구매하기엔 망설였지만, 일반 아이패드를 구매하기도 망설였던 학생들은 이번 에어만큼 만족스러운 제품이 없을 거라고 장담한다.


이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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