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2일, 내가 브런치에 처음으로 글을 올렸다. 블로거에게 있어서 플랫폼만큼 중요한 게 없는 만큼, 정착한 플랫폼을 뒤로하고 새로운 플랫폼을 시도해본다는 것은 생각보다 어려우면서 귀찮은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브런치에서 작가 신청을 무려 3번이나 시도했었다.
앞으로 많은 부분을 시험적으로 운영해볼 것이고, 대략 1달~2달 정도 글을 써보고 브런치에 대한 리뷰도 작성할 계획이 있다.
https://brunch.co.kr/@ericbaek/5 ('카카오 브런치 작가 신청 통과, 3번의 시도' 내용 중)
그렇다면 과연 한 달 동안 브런치라는 플랫폼에서 '작가'라는 어색한 명칭을 달고 사용해본 결과가 무엇일까? 어렵게 시작한 다음카카오의 브런치를 한 달 동안 사용하면서 느낀 점들을 하나씩 나열해보고자 한다.
브런치와 여태까지의 블로깅(Blogging) 플랫폼과 차이는 바로 '작가 신청'에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기본적으로 글을 쓰거나 글을 읽을 수 있는 권한은 모두에게 주어지지만, 작성한 글을 공개로 전환하기 위해선 '작가'라는 타이틀을 얻어야 된다. 이러한 '작가'라는 타이틀은 모두에게 주어지는 것이 아니며, 작가 신청 후 통과를 받아야만 주어진다.
정말 생소하고도 신박하다고 할 수 있는 시스템인데, 아마 이 시스템이 지금의 브런치를 만들지 않았을까 싶다. 브런치에 올라오는 글들은 대부분 깔끔하게 정돈되어있다. 어느 정도의 퀄리티를 지니고 있으며, 여타 블로그 플랫폼들에서 볼 수 있는 홍보성 글이나 문법이나 맞춤법을 잘 지키지 않아 눈살이 찌푸려지는 글 또한 없다. 이러한 환경을 조성할 수 있도록 만들어준 것이 바로 '작가'시스템이라고 평가한다.
여태까지의 블로그 플랫폼들은 검색을 통하여 이러한 홍보성 글들을 배제해 나가는 방식을 택했다. 다음, 네이버 그리고 구글까지 자사만의 검색엔진을 개발해나가고 있으며 좋은 글과 그러지 못한 글을 판단해서 적절한 위치에 배치한다. 다만, 브런치는 이를 초기부터 염두해 제작된 플랫폼이라고 할 수 있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작가 신청이라는 시스템으로 저품질 블로그를 원천 봉쇄하고 있다, 그리고 이게 바로 브런치만의 고유 아이덴티티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이러한 시스템이 무조건적으로 좋은 것은 아니다. 가장 큰 단점을 언급하자면 바로 높은 진입장벽에 있다. 브런치를 사용해보고 싶은 수많은 사람들이 작가 신청을 통과하지 못해 꿈을 접는다. 사실 블로그 서비스에게 있어서 글의 퀄리티와 진입장벽은 상반 관계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다. 진입장벽이 너무 낮은 플랫폼은 홍보성 그리고 저품질 글들이 많이 생성되기 마련이고, 반면 진입장벽이 너무 높은 플랫폼은 글 자체의 수준은 높을지 몰라도 글을 작성하는 에디터가 적을 수밖에 없다. 브런치는 후자에 속한다고 생각되며, 전자의 대표적인 예시는 네이버 블로그가 아닐까 생각된다.
블로그라는 것을 고려할 때, 얼마나 사람들이 내 글을 찾아와서 읽고, 공감하고 공유하는가는 매우 중요한 문제다. 특히 네이버가 대한민국 검색시장에 과반수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지금, 티스토리를 비롯한 다음 서비스가 각광을 못 받는 이유 또한 네이버 검색이 자사 네이버 블로그를 우선시 표시한다는 문제가 있다. 당연하게 검색시장의 과반수를 넘는 네이버가 자사 블로그 서비스인 네이버 블로그를 우선시 표시되면 다음에서 운영하는 서비스가 검색위치에서 밀리는 것은 당연하다.
놀랍지 않게도 브런치는 네이버 검색 결과에서 블로그로써 반영되지 않는다. 브런치 게시글은 네이버에서 '웹사이트'로써 분류되며, 네이버 측 유입은 한 달 동안 단 하나도 없었다. 깔끔하게 설명하면, 네이버 측 검색 유입은 거의 없다고 보는 것이 옳다고 생각된다. 다만, 브런치는 다음 쪽 서비스답게 다음 측 유입이 많은 편인데, 다음의 경우 브런치 섹션이 별도로 표시되며, 대다수의 검색 결과에서 블로그보다 위에 표시된다.
다만 위에서 밝힌 바와 같이 다음이 검색엔진 시장에서 다소 약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기에, 여타 블로그 서비스처럼 단순 검색 유입에 치중되어있지 않다. 브런치는 브런치 내의 유입과 SNS 쪽 유입이 생각보다 많은 편인데, 내가 SNS을 하지 않아도 좋은 글을 작성한다면 알아서 뷰어가 쌓이고 공유가 시작된다. 이는 본인의 글을 구독해주는 구독자가 많아질수록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며, 결론적으로
절대적으로 타사 플랫폼에 비교하여 유입이 부족하지 않다.
이러한 내용을 증명하듯, 위 이미지를 비교해보면 8월부터 시작한 네이버 블로그와 비교하여 브런치가 평균적으로 하루 조회수가 더 높다. 18일 날 다음 메인에 소개된 글은 벌써 5만이 넘는 조회수를 보유하고 있으며, 이는 네이버에서 3개월 동안 달성하지 못한 조회수다.
개인적으로 브런치를 한 달간 이용하면서 매우 아쉬운 점들이 몇 개 보였는데, 그중 통계시스템이 단언컨대 가장 아쉬웠던 부분으로 꼽힌다. 브런치의 통계 시스템은 타사 서비스와 비교할 것도 없이, 다음카카오에서 운영 중에 있는 티스토리 통계와 비교해도 매우 미흡한 모습을 보여준다.
위 이미지는 필자의 글이 다음 메인 페이지에 소개되었을 때 촬영한 통계화면이다. 브런치가 다음 서비스임에도 불구하고 다음 메인에서 유입이 되는 부분은 기타로 분류된다. 브런치 섹션은 브런치에서 어떠하게 유입되는지 설명조차 되지 않는 상황이고, 전반적으로 어떠한 사이트에서 어떠한 시간대에 어떠한 연령대가 글을 조회했는지 알 수가 없다.
당장 브런치에서 구글 애널리틱스 수준의 실시간 조회수와 특정 글에 몇 분 동안 머물렀고, 어떠한 나잇대가 주로 접속을 하며 어떠한 나라에서 접속했는지를 요구하는 것도 아니고, 타사 서비스들이 이미 거의 기본적으로 제공하는 수준의 통계 수준에도 한참 미치지 못한다. 특히 위에서 말한 브런치 내 유입이 중심이 되는 서비스임에도 불구하고, 브런치 내에선 어떻게 유입이 됐는지 추적이 되지 않으니 매우 안타까운 부분이다.
글을 쓸 때 종이의 품질이 떨어지면 글을 쓰기 힘들듯이, 블로그에서 에디터는 사용자가 글을 쉽게 써 내려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맡는다. 그런 면에서 과연 브런치의 에디터는 본연의 역할을 충실히 하도록 디자인되어있을까?
브런치의 에디터를 비롯한 여타 블로깅 서비스에서 제공하는 에디터를 사용해보았다면 알겠지만, 브런치 에디터는 매우 간단하면서 글을 쓰기에 최적화된 에디터라고 할 수 있다. 필요한 일부 기능이 우측에 위치하고 있으며, 글 포맷을 변경할 땐 단순하게 원하는 부분을 드래그 후 나타나는 포맷 창에서 원하는 포맷을 선택하면 된다.
브런치는 현재 본고딕을 포함한 6가지의 폰트와 총 4가지의 글 사이즈를 제공한다. 여타 서비스들이 px단위로 사이즈를 제공한 것과 다르게, 브런치 에디터는 지정된 사이즈만을 제공함으로써 커스터마이징면에선 다소 미흡하다고 할 수 있으나, 가독성 그리고 일관성 측면에선 타 서비스보다 우월하다고 볼 수 있다.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뭔가 글을 쓰고 싶게끔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특히 브런치 에디터가 글을 쓰는데 최적화된 에디터라는 점은 '맞춤법 검사' 기능에서도 확실하게 드러나는데, 개인적으로 한 달간 사용하면서 느낀 점은 타 서비스에서 제공하는 '맞춤법 검사기'와 비교하여 브런치가 월등하게 좋은 성능을 지니고 있다.
다만 위에서 말한 것처럼 이러한 가독성과 일관성을 추구함으로 인하여 잃어버리는 장점들도 몇 가지 존재하는데, 대표적으로 기능이 타 서비스 대비 미흡하다.
현재 브런치는 '소스코드 (소스 블록)' 및 '표 (테이블)' 그리고 무려 불릿 포인트를 비롯한 여러 가지 기능을 지원하지 않는데, 지도나 스티커를 지원하면서 위에서 언급한 2가지 기능이 없다는 건 이해가 더더욱 되지 않는다.
특히 브런치가 직업을 선택하는 란에서 '개발자'라고 당당하게 적어놨고, 수많은 개발 관련 게시글이 등록되는 플랫폼이 2015년부터 서비스해서 지금까지 소스 블록 하나 추가를 못했다는 것은 확실하게 마이너스적인 요소라고 평가한다. (테이블 기능도 당연하게 마찬가지인 사항) 개인적으론 이 부분은 브런치팀에서 빠른 업데이트를 통하여 개선해나갔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추가적으로, 브런치 에디터를 다시 한번 꼬집자면 사진 이동이 어렵다고 할 수 있다. 정확하게 설명하자면 이미 글에 삽입한 이미지를 기존 위치에서 위에 있는 문단 사이에 이동하고 싶을 때, 단순 드래그 & 드롭으로 가능하지 않다. 물론 내가 정확하게 이동하는 방법을 모르는 걸 수도 있지만, 튜토리얼에서 브런치가 알려준 것은 문장을 드래그해서 포맷을 변경하는 사항밖에 없었다.
또한 에디터에서 제공하고 있는 일부 기능을 튜토리얼에서 소개하고 있지 않는다는 점도 있는데, 이는 결과적으로 사용자의 불편을 야기한다. 유튜브 비디오 삽입 방식을 예시로 둘 수 있는데, 브런치에서는 유튜브 비디오를 삽입하기 위해서 링크를 넣고 엔터를 쳐야 된다는 점을 튜토리얼 그 어디에서도 언급하지 않았고, 이는 곧 유저가 직접 찾아봐야 된다는 점을 의미한다. 링크 자체에서 엔터 한 번으로 비디오가 삽입된다는 것은 매우 간편하면서 여타 서비스들이 선보이지 못한 직관적인 방법이다. 그러면 뭐하나? 튜토리얼 부재로 인하여 유저가 이를 모르는데.
이미 많은 브런치 작가분들이 작성하신 리뷰를 살펴보면, 브런치라는 플랫폼이 수익을 내기에 적합한 곳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을 것이다. 애초에 브런치는 Tistory처럼 애드센스를 넣을 수도 없고, 네이버 블로그처럼 자사 광고 제공 서비스 조차 없다. 더불어 브런치 작가 신청 통과 시 이메일을 통해서 "작가 신청 이유에 기재한 내용과 달리 상업성/ 홍보성 글을 쓰시거나 타인의 저작물, 또는 신분을 도용할 경우 서비스 이용이 제한될 수 있으니 주의해주세요"라는 엄포를 놓았으니 앞으로도 광고를 지원할 계획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광고가 없어 수익이 안 나온다는 점을 무조건적으로 단점으로 취급할 수는 없다. 애초에 브런치라는 서비스에선 그 어떠한 타사 서비스에서도 제공하지 않는 '출간'이라는 멋진 기회를 제공하고 있으며, 광고의 특성상 브런치가 추구하는 깔끔한 환경과는 맞지 않는다. 이점은 이번 네이버가 자사 블로그 서비스인 네이버 블로그에서 본문 광고를 허용하겠다고 밝힌 '본문 애드포스트' 업데이트와 대조되는 방향성으로, 개인적으론 지금도 상업성 게시글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네이버 블로그에서 본문 광고까지 지원한다는 것은 자충수가 아닐까 우려스럽다.
현재로써 브런치가 작가를 금전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든다면 '후원 기능'이 가장 유력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글을 읽는 사용자를 방해하지 않으며, 가장 젠틀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물론 이러한 기능이 추가될지는 미지수다.
브런치는 모바일에서도 꽤나 근사한 글 작성 경험을 선사해준다. 단순 PC에서 작성한 글을 다듬는 수준이 아닌, 밖에서 시간이 날 때마다 폰을 들고 글의 대략적인 초안부터 끝까지 쓰기에 큰 불편함이 없다. 이미지나 동영상을 첨부하는 것 또한 문제없이 매끄럽게 가능하며, 유일한 불편함이라면 "키보드가 없다"라는 수준이다.
다만 모바일에서 선사해주는 이러한 훌륭한 경험과 다르게 태블릿에서는 꽤나 불편한 점이 하나둘씩 보이는데, 일단 아이패드 기준으로 가로모드가 안 되는 부분이 있다. 메인 레이아웃부터 글을 읽는 부분까지는 가로모드를 지원하지 않아, 강제적으로 세로로 들고 글을 읽어야 된다. 다행히도 글 작성 에디터에 들어가는 순간 가로모드가 활성화되는데, 이때는 터치에 최적화된 모바일용 에디터가 제공된다.
위에서 에디터 및 통계와 관련된 문제점을 일일이 나열해놓고선, 왜 마지막에서 와서 브런치를 선택했는지 단편적으로 보면 이해가 되지 않을 것이다. 이점을 설명하기 위해선 브런치라는 플랫폼이 다음카카오 서비스 중 어떠한 포지셔닝을 택하고 있으며, 어떠한 환경에 어울리는 플랫폼인지 이해가 필요하다.
이는 브런치에서 메인으로 보여주는 글 몇 가지를 샘플로 보면서 어떠한 문체를 채택했고, 어떠한 방식으로 어떠한 주제를 풀어나가는가를 주의 깊게 파악했고, 이를 나름의 방식으로 적용해서 처음 작성한 것이 위에 "승차 공유, 택시 파업과 관련된 개인적인 견해"라는 글이었다.
https://brunch.co.kr/@ericbaek/5 ('카카오 브런치 작가 신청 통과, 3번의 시도' 내용 중)
플랫폼이라는 것을 이동한다는 것이 자칫 잘못하면 이도 저도 아니게 되는 상황을 만들 수 있기에 더더욱 주의가 요구되는 결정이다. 그렇기에 나는 브런치 작가 신청 전 브런치라는 플랫폼을 이해하고 이를 기반하여 글을 작성해보는데 대략 한 달이라는 시간이 소요됐다.
과연 브런치가 나에게 '적합한' 플랫폼인가?
위 문장에서 '적합한'이라는 단어는 내 글을 읽을만한 수요층을 시작으로 플랫폼 자체의 잠재력까지 많은 의미를 내포한다. 내 글을 읽을만한 수요층이 아무리 많다 해도 플랫폼 자체가 사장 위기에 있으면 의미가 없는 것이고, 반대로 플랫폼 자체는 굳건하고 오랫동안 지속될 것으로 보이지만, 정작 내 글을 읽어줄 만한 연령대 및 뷰어가 없으면 의미가 없어진다.
네이버 블로그는 나에게 있어서 '적합한' 플랫폼인가를 고려할 때,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라는 결론을 내릴 수 있다. 실제로 네이버 블로그를 운영하면서 대부분의 조회수는 일주일마다 한 번꼴로 소개되는 네이버 메인에서의 유입이었지, 고정적인 유입이 아니었다. 고정적으로 하루에 들어오는 뷰어는 약 100명 정도였고, 그보다 못할 땐 40까지도 떨어져 본 적도 있다.
이러한 상황을 예측하기 힘든 것은 아니었는데, 이는 네이버의 전반적인 사용 연령대를 확인해보면 답이 나온다. 네이버는 대체적으로 10대~20대가 사용하는 플랫폼이고, 물론 예외도 있지만 이러한 연령층이 긴 글을 선호하지 않는 것은 아마 모두가 아는 사실일 것이다. 이렇기에 많은 정보를 글 없이 짧고 효율적으로 받을 수 있는 유튜브라는 플랫폼이 성공하게 된 것이고, 네이버에 2018년 블로섬 데이에서 소위 말하는 '잘 나가는 블로거' 몇 분들 모셔놓고 "우리는 앞으로 Video-log에 방향성을 잡고, 비디오 부분을 대폭 개선해 나갈 예정입니다"라고 말하는 것이라고 평가한다.
그에 반하여 다음 브런치는 처음부터 이러한 긴 글을 중심적으로 작성하기 위해서 탄생한 플랫폼이다. 그렇기에 작가 신청을 받으면서 물관리를 하는 것이고, 이러한 작가 신청을 기반으로 정보성 글들을 쌓았기에 다음 검색 결과 상위에 표시되는 것이다. 만약 브런치가 이러한 양질의 콘텐츠를 제공 및 생산해주는 브런치 작가를 성공적으로 유지하게 된다면 개인적으로 앞으로의 브런치의 미래는 밝다고 생각했다.
브런치는 글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꿈꾸던 플랫폼이다.
소소한 아쉬움이 있다는 점만 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