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패드 7세대가 공개되었습니다. 329달러로 전작인 6세대보다는 소폭 저렴해졌으나, 한국의 경우 환율로 인하여 가격이 오히려 상승했습니다.
아이패드는 여전히 태블릿 제품 중에서는 가장 잘 나가는 제품이고, 삼성의 갤럭시 탭의 경우에도 경쟁자로 취급받기는 무리가 있어보는 시장이기에, 앞으로도 애플이 뭘 내놓던 어느 정도의 판매량은 확정된 제품이기도 합니다.
다만 비디오의 타이틀에서도 보셨듯이, 별로 추천을 해드리고 싶은 제품은 아닙니다.
제품을 선택할 때 ‘가격’은 구매를 결정짓는 매우 중요한 척도가 됩니다. 아무리 구린 것이라도 가격이 낮으면 어느 정도 용서가 되기 마련이고, 아무리 비싼 것이라도 매우 좋으면 합리적인 소비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죠.
애플이 이번 아이패드 7세대를 키노트에서 소개할 때, 자사 아이패드 제품군과 성능 비교를 하는 것이 아닌, 뜬금없는 노트북과 비교하는 모습을 보여줬는데요? 전작과 성능을 비교하지 않는대에는 예전부터 애플이 추진하던 “아이패드는 노트북을 대체하는 제품이다”를 뒷받침하는 것도 어느 정도 있겠지만, 사실 6세대에서 사용하던 A10 칩셋을 동일하게 사용했기에 그런 걸 지도 모릅니다. 한마디로, 내세울 게 없었다는 거죠.
성능 변화는 없는데, 가격은 어떻게 변했을까요? 본체는 45만 원으로 비교적 저렴한 모습을 보이고 있으나, 애플이 선전하는 ‘노트북’을 대응하기 위해서 20만 원짜리 스마트 키보드와 11만 원짜리 애플 펜슬을 구매한다면, 총 80만 원에 호가하는 제품이 됩니다.
노트북이랑 비교하면서 아이패드는 32기가 모델이 베이스 모델인 것도 개그에 가깝습니다. 80만 원대 노트북 시장은 좋은 제품군으로 널렸고, 아이패드는 여전히 완벽한 노트북 대체제가 아닙니다.
iPad OS가 혁신을 했고, 큰 개선점이 있다고 아무리 인정을 해도, 기존 노트북 유저들에게 적응기가 필요하지 않은 것도 아니고, 할 수 있는 것들이 제한된 것도 사실입니다. 당장 문서 작업만 봐도 ‘PC용 풀 오피스’와 ‘아이패드용 모바일 오피스’는 차이가 많이 나죠.
아이패드가 유일하게 노트북을 능가하는 분야는 개인적으로 ‘교육’이라고 생각됩니다. 애플 펜슬을 통한 필기 지원에, 넓은 앱 라이브러리, 그리고 관리가 용이한 OS도 장점 중 하나죠. 다만, 미국 시장에선 저렴한 Chromebook 이 자리를 잡고 있고, 마냥 쉽고 밝은 상황은 아니라는 것 이겠죠.
이번 아이패드 7세대에서 아이패드는 전작의 9.7인치 화면에서 10.2인치로 업그레이드가 됐습니다. 결정적으로 아이패드 에어 대신 일반 아이패드를 구매하는 대부분의 소비자들은 가격을 보고 구매했을 가능성이 높은데요? MS 오피스는 10인치부터 유료로 취급을 하고 있기에, 전작에서 무료이던 모든 태블릿용 오피스 앱이 전부 유료로 전환됐습니다.
애플의 Pages를 사용하라는 압박일지도 모르겠지만, .DOCX가 표준화된 문서 시장에서 모든 걸 Pages로 해결할 수 있을 리도 없고, 가장 저렴한 아이패드임을 고려한다면 좋은 선택일지는 다시 한번 고려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교육에 관한 이야기를 하자면, 앞서 언급한 필기를 빼놓을 수 없는데요? 이번 아이패드 7세대에서는 여전히 라미네이팅 화면 처리가 되어 있지 않습니다. 라미네이팅이란 “ 빛 난반사를 막아주는 화면 마감”으로, 필기를 할 때 이와 같은 처리가 안되어 있으면 디스플레이 시안성이 극도로 저하됩니다.
사실상 화면 커진 것을 제외하면 크게 장점이 없는 아이패드라는 것이죠.
애플이 이렇게 애매한 포지셔닝으로 아이패드 7세대를 내놓은 대는 다 이유가 있습니다. 일명 어른들의 사정이죠. 2년 전에 출시된 아이패드 프로 2세대에 사용된 A10X 칩셋보다 느린 A10 칩셋을 그대로 사용하고, 라미네이팅 같은 중요한 마감을 제외하는 건 엄연한 ‘급 나누기’에 불과합니다.
팀킬 방지를 하고자 에어보다는 나쁘게 나와야 되고, 그렇다고 이전 6세대 아이패드보다는 발전해야 되니, 이도 저도 아닌 제품이 나온 겁니다.
그나마 가장 확실하게 차이를 보여주고, “엣 헴” 할 수 있는 차이점이 디스플레이 사이즈니까 9.7인치를 10.2인치로 늘린 것이고, 급을 여전히 나눠야 하니 그 외에 IT를 잘 모르는 소비자가 따지지 않는 부분에서 원가 절감을 한 것이죠.
이번 아이패드 7세대의 슬로건은 “컴퓨터답게, 컴퓨터와는 다르게.”로 마치 아이패드라는 제품이 컴퓨터를 대체할 목적으로 나온 것처럼 소개합니다.
20만 원에 육박하는 키보드를 써야만 그나마 컴퓨터를 대체할 수 있을까 말까인 제품을 두고, 절대로 합리적인 가격을 제시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합리적인 척을 할 뿐이죠.
실상은 급 나누기에, 어중간한 포지셔닝으로 인한, 어중간한 제품일 뿐입니다.
그 가격을 지불할 용의가 있는 소비자들에겐 차라리 ‘에어를 구매하는 것이’ 좀 더 합리적인 소비일 것이고, 헤비 한 작업을 해야 되는 직장인들에게는 애초에 ‘아이패드는 노트북 대체제가 되지 못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