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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릭 Nov 10. 2019

두 달 동안 사용하면서 느낀
아이폰 11 리뷰


애플에게 있어서 적절한 휴대폰 가격이란 무엇일까?
그리고 애플이 제시하는 금액을 소비자들이 용납할 준비가 되어있는가?‎


2017년에 출시된 아이폰 X은 이전 아이폰에는 없던 파격적인 변화를 보여줬다. 누구보다 빠르게 실용성 있는 지문인식을 탑재한 홈버튼도 없어졌고, 표준규격을 잘 따라간 무선충전, 거기에 대세에 발 빠르게 맞춰간 베젤레스 디스플레이까지. 애플이 근 10년간 아이폰이라는 라인업을 유지하면서, 이렇게 흥미로운 제품을 내놓았던 적은 손에 꼽는다.


아쉽게도 이 모든 파격적인 변화에는 귀결이 잇따랐고, 전례에 없던 가격 인상을 남기게 된다. 파격적인 변화에 판매율은 치솟았지만, 그 높은 가격을 수용하고도 구매하는 애플빠를 제외한다면, 애플의 가격 정책에 빨간불이 켜지는 시기이기도 하다.


한 해가 지나 모두가 염원하던 (그럴듯한?) 베젤레스 디스플레이에 낮아진 가격을 책정한 아이폰 XR이 출시됐다. 소비자들의 니즈를 모두 다 파악한 건 아니었지만, 언제는 애플이 그랬던가? 크고 작은 아쉬움에도 불구하고, 다시 한번 낮아진 가격에 소비자들은 열광했다.


2019년에 출시된 아이폰 11은 이러한 아이폰 XR을 후속하는 제품으로, 적절한 가격에 전반적으로 밸런스를 잡은 모델이다. 근 2년 동안 각종 라인업과 가격 인상으로 소비자들이 이해하기 어려워했던 만큼, 올해는 이는 바로잡았으며, 듀얼 카메라 및 소소한 급 나누기도 최소화됐다.


아이폰 X때만큼 혁신적인 변화도 없고, 흥미로운 제품도 아니겠지만, 적당한 밸런스 및 가격에 형성된 올해의 아이폰을 구하는 사람들에게 이만한 제품도 없다고 평가한다.


스마트폰 시장에서 2019년이란?

이미 레드오션화가 되어버린 스마트폰 시장에서, 2019년은 새로운 시작과 기존 시장의 끝물을 의미하는 해다. 삼성은 드디어 잡음을 견뎌내고 실소비자들을 위한 폴더블 스마트폰인 갤럭시 폴드를 세계 최초로 출시했으며, 샤오미는 Body-To-Screen Ratio가 100%를 넘어가는 미믹스 alpha를 출시하기도 했다.


회사들은 기존 스마트폰 폼팩터에서 안주하지 않고, 새로운 방식으로 스마트폰을 제작할 기획을 하고 있으며, 이러한 새로운 폼팩터에서 스마트폰을 어떠한 방식으로 사용할 것인지를 논의하고 있다.


물론 후발주자들이 혁신과 변화를 갈망할 때, 애플에게 있어서 이러한 이야기는 먼산에 불과하다. 스마트폰 시장은 이미 앞서 언급한 것처럼 레드오션이고, 서비스로 주 수익원을 변경한 애플에게 있어서 하드웨어적인 변화는 거대한 리스크를 사서 갖는 미친 짓이다. 이미 탄탄한 소비자층을 보유하고 있으며, 기존 아이폰 유저들이 스마트폰을 바꿔야 할 중요한 시기일 때, 굳이 위험천만한 제품을 내놓아서 소비자를 잃을 이유가 있을까?


그렇기에 애플이 올해에 내놓은 아이폰들은 하나같이 재미가 없다. 흥미도 없고, 눈여겨볼만한 변화도 없다. 내년에 출시할 아이폰을 위해서라도 힘을 빼야 되는 제품이기에, 애플은 이번 아이폰을 철저한 성공 공식에만 의거하여 제작했다.


스마트폰의 성공 공식이란?

스마트폰의 뼈대가 되는 성공 공식은 작년에 LG가 언급한 내용에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당시 LG는 “ABCD”를 강조했는데, 각각의 알파벳은 Audio(오디오), Battery(배터리), Camera(카메라), Display(디스플레이)를 의미한다. 놀랍지 않게도, 근 4년간 메이저 스마트폰에서 보여온 개선점과 많이 닮은 구석이 있다는 걸 알아차릴 수 있는데, 이번 아이폰 11 또한 위와 같은 개선점에 집중했다고 볼 수 있다.


애플이 이번 키노트에서 귀에 피가 나도록 언급한 카메라, 별반 달라진 것 없지만 뭔가 거창한 이름을 붙인 11 Pro용 XDR 디스플레이, 드디어 지원되는 돌비 에트 모스 오디오, 그리고 엄청나게 개선된 배터리. 이상하리 만큼 딱딱 들어맞지 않는가?


위에서 언급한 기능들은 스마트폰을 구성하는 요소 중에서도 가장 근본이 되고, 사용에 있어서 기본이 되는 항목이다. 찔끔찔끔 개선하기 좋고, 1년이라는 기간 동안 크게 개선하기 어려운 것도 아니다. 사실 디스플레이랑 오디오는 크게 변한 것도 없기에, 애플의 억지스러움이 없지 않아 있다


그래서 아이폰 11은 어떠한 개선점을 거쳤는가?


이번 아이폰에서 실질적으로 변화한 것은 카메라, 그리고 배터리를 꼽을 수 있다. 아쉽게도 이번 아이폰 11 또한 OLED가 아닌 전작과 동일한 LCD 디스플레이를 탑재하고 있기에, 줄어든 배젤이나, 노치를 기대하고 있다면 올해는 알맞은 때가 아니다.

일단 외관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애플 로고가 후면 중앙으로 이동했으며, iPhone 상표가 사라졌다. 한창 말이 많았던 USB-C 또한 루머였을 뿐, 라이트닝 단자는 아직 건재하다.

애플의 과감한 카메라 디자인으로 인하여 한때 말이 많았지만, 한 2달 정도 사용하다 보니 크게 거슬리진 않았다. 특히 카메라 부분의 매트한 마감 공법으로 예상치 못한 조화로움을 느끼기까지 했으니, 실패한 디자인인지 섣부른 판단을 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생각된다. 노치가 그랬듯이.


카메라는 어떠한가?

이번에 애플이 키노트에서 카메라에 대한 설명을 비중 있게 다뤘다면, 어느 정도의 큰 개선은 이미 보장된 것과 다름이 없다. 싱글 렌즈에서 듀얼렌즈로 변화하면서 인물 모드를 하드웨어적으로 처리가 가능해졌으며, 이는 즉슨 동물이나 사물에도 인물 모드를 사용할 수 있다는 의미다.

 iPhone 11 - Portrait Mode

소프트웨어적인 완성도도 여태까지 보던 어떠한 스마트폰 카메라보다 좋았으며, 렌즈 간의 전환 및 나이트 모드 촬영 등의 UX(User Experience)는 완벽에 가까웠다. 애플 제품을 사용하면서 소프트웨어적인 Visual Interaction(시각적 상요 상호 작용)을 늘 높게 평가하는데, 카메라에서 줌을 하거나, 사진을 찍을 때 햅틱 터치를 제공하는 등의 디테일한 요소도 빼먹지 않았다.

iPhone 11 - Night Mode (On/Off)

애플의 나이트 모드 또한 완성도가 매우 높았는데, 나이트 모드를 켜지 않아도 시각적으로 보는 것보다 사진이 밝게 나오고, 나이트 모드를 켠다면 밤에도 충분히 밝은 사진을 어렵지 않게 촬영할 수 있었다. 염려스러웠던 손떨림 또한 크게 문제가 되지 않았으며, 결과물이 충분히 만족스러웠다.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여태까지 나온 아이폰 중에서 가장 높은 수준의 결과물을 보여줬으며, 색감 또한 기존 아이폰과 비슷한 자연스러운 색감을 추구하는 결과물이 나왔다. 삼성의 과장된 색상을 선호하는 유저라면 어느 정도의 보정으로 해결이 가능하며, 애플만의 자연스러운 색감을 선호하는 유저라면 실망하지 않을 것이다.

Lens flare - (좌) iPhone 11, (중) Galaxy S7, (우) Galaxy S10

다만, 아이폰 11 카메라와 관련해서 몇 가지 논란이 존재하긴 했다. 특히 가장 최근에 붉어진 '렌즈 플레어 및 고스트' 현상은 아이폰 11이 확실히 2019년 최신 스마트폰과 비교하여 좀 더 심하게 나타나는 것을 목격할 수 있었다. 애플이 마진을 남기기 위해서 렌즈 코팅에서 단가를 낮췄을 가능성이 높은데, 이러나저러나 변명하기 어려운 문제다.


배터리는 오래가는가?

현대사회에서 스마트폰이 없으면 안 되는 필수품으로 자리 잡은 지 어언 10년이 지났다. 10년 전에 나왔던 스마트폰과 지금 스마트폰의 성능 차이는 50배도 넘게 나겠지만, 배터리는 많아봐야 3배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이것도 스마트폰의 물리적인 사이트가 커진 거지, 배터리의 혁신적인 기술이 적용된 것은 아니다.


그만큼 에너지 저장기술은 가장 발전이 더딘 항목 중 하나다. 세상만사에 스마트폰이 필요하다면, 얼마나 오랫동안 배터리가 지속되는지는 근본적이고, 매우 중요한 요소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아이폰 11의 배터리는 매우 만족스러웠다.

iOS 13.1 - iPhone 11 Battery

기본적으로 화면 켜짐 8~9시간을 유지하며, 하루 동안 스마트폰을 종일 붙잡고 있어도 충전 없이 버틸 수 있을 정도로 강력한 배터리를 탑재했다. 특히 애플이 최근에 iOS 13을 내놓으면서 '배터리 최적화 부실'에 대한 비판을 받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이폰 11을 사용하는 동안 배터리가 부족하다고 느낀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iOS 13.2.2 업데이트 이후 많은 부분에서 소프트웨어적인 문제점이 해결됐는데, 배터리 또한 많이 개선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평균적으로 하루 6시간 정도를 스마트폰에 할애하는데, 배터리가 40% 미만으로 떨어지는걸 최근에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In conclusion

아이폰 11은 기존 아이폰 유저들에게 가장 적절한 제품이라고 설명할 수 있다. 적절한 가격 책정에, 타협 없는 스펙, 거기에 대폭적인 배터리 & 카메라 개선까지. 매우 골고루 밸런스 잡힌 아이폰이고, 베젤레스 아이폰을 사용하고자 하는 새로운 소비자들에게 어필하기 좋은 제품이다.


이미 하드웨어적인 측면에서 애플이 중국 스마트폰과 정면대결을 할 수 있을 리도 없고, 굳이 검증되지 않은 기술을 섣불리 탑재할 이유도 없다. 그렇기에 흥미롭지도 않고, 밋밋한 제품이라고 느껴질지 모르겠지만, 검증되고 모든 부분에서 안정적인 스마트폰임은 틀림이 없다.


이상이다.



제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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