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팟 프로 1주일 사용기
애플이 처음 에어팟을 선보인 지 무려 3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그동안 스마트폰의 이어폰 잭은 종적을 감췄고, 무선 이어폰은 유선 이어폰의 입지를 위협하고 있다. 참으로 격세지감이 아닐 수 없는데, 안 그래도 무선 이어폰 시장에서 압도적 선두주자인 애플이, 후속작인 '에어팟 프로'를 최근에 공개하면서, 이러한 움직임이 더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그렇다면, 애플의 '에어팟 프로'는 33만 원이라는 고가의 가격을 대변할 수 있을법한 제품인지, 그리고 왜 나는 에어팟 프로를 선택했는지에 대해서 간단하게 서술해보고자 한다.
제품 외관이 궁금하시다면, 다음 영상을 확인해주세요.
일단 에어팟 프로에 대해서 설명하기 전, 애플은 이미 기존 에어팟의 1세대 버전을 판매 중단했으며, 현재 판매되고 있는 에어팟은 '에어팟 2세대'임을 다시 한번 짚어볼 필요가 있다. 같은 드라이버, 비슷한 케이스 사이즈 그리고 여러모로 기존의 에어팟의 장점을 가져와서, 단점을 개선한 버전이 '에어팟 프로'이기에, 에어팟 프로가 거의 모든 면에서 에어팟보다 우월한 것은 부정하기 어려운 사실이다.
대표적으로 오픈형인 에어팟이 커널형으로 변경되었으며, 노이즈 캔슬링 등의 변화점이 전부라고 봐도 무방하겠지만, 커널형으로 변경하면서 얻는 이점들로 인하여 상당히 인상적인 제품이 탄생했다고 생각한다. 완벽한 제품은 아니겠지만, 여태까지 사용해본 모든 코드리스 이어폰중에서 전반적으로 가장 안정적인 모습을 보여줬고, 기능적으로 풍부하며, 어디한 곳 모난 점 없다.
에어팟 프로의 가장 대표적인 차별점이라고도 할 수 있는 액티브 노이즈 캔슬링. 말 그대로 외부 노이즈를 상당수 차단해주고, 시끄러운 환경 속에서도 낮은 볼륨으로 노래를 지속적으로 들을 수 있게 해주는 기능이다. 흔히들 패시브 노이즈 캔슬링과 액티브 노이즈 캔슬링을 혼동하곤 하는데, 아예 별도의 개념이다.
패시브 노이즈 캔슬링은 흡음재를 사용해 소음을 흡수하는 것으로 이어팁이나 이어패드를 이용한 소음 차단을 의미한다. 그에 반하여 '액티브 노이즈 캔슬링'은 Sound Wave(음파)의 성질을 이용한 기능인데, 헤드폰 안에 탑재된 마이크가 외부 소음을 감지하여, 정반대의 음파를 재생함으로써 '상쇄 간섭'을 일으키는 방식으로 작동된다. 매우 복잡해 보이는 설명이지만, 결국 맞불작전 같은 원리다
당연히 ANC(Active Noise Cancelling)가 훨씬 상위단계의 기술이고, 대부분 이와 같은 기능을 탑재한 헤드폰은 고가에 위치하고 있다. 이와 같은 기술로 유명한 회사는 대표적으로 '보스', '소니'와 같은 기업을 지목할 수 있겠는데, 뜬금없이 애플이 튀어나와서 '액티브 노이즈 캔슬링'을 선보이겠다고 했을 때, 개인적으로는 기대보단 우려가 더 컸다.
ANC가 결코 간단한 기술도 아니거니와, 이를 제대로 소화하는 기업도 많지 않기에, 잘못하면 화이트 노이즈와 같은 거지 같은 결과물이 나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애플의 '에어팟 프로' 노이즈 캔슬링은 환상적이었다.
앞서 선보여진 소니사의 "WF-1000 XM3"와 견주어 절대 뒤질 성능이 아니었고, 유닛의 사이즈, 연결의 편리성, 그리고 모든 점을 고려할 때 처음 소니의 노이즈 캔슬링 무선 이어폰을 사용할 때부터 염원하던 그 제품이 실현됐음을 직감했다.
유닛 사이즈에서 나올 수 있는 ANC 성능은 충분히 나오고도 남았으며, 이보다 더 좋은 ANC 무선 이어폰은 앞으로 근 몇 년간 찾기 어려울 듯싶다. 단순 ANC 성능을 보자면, 이를 오랫동안 연구해온 'SONY WF-1000 XM3'보다 좋다고 하긴 어렵겠지만, 크게 차이가 나는 것도 아니었고, 연결성 및 편의성면에서 에어팟 프로가 압도적인 승리를 거뒀기에, 여전히 내 결정에는 변함이 없다.
아울러, 노이즈 캔슬링을 통하여 노래의 볼륨을 높이지 않고 듣는다는 건, 청각 건강 측면에서도 매우 효과적이다.
애플이 유별나게 타사보다 잘하는 게 몇 가지 있는데, 기기간의 유기적 연동은 그중 가장 오랫동안 애플이 이름을 떨치는 영역이다. iCloud를 시작으로, AirDrop, HandsOff 그리고 keychain 등, 애플 기기간의 연동성은 이루어 말할 것도 없다.
기존 에어팟 또한 첫 세팅이 간단했으며, 연결면에서 꽤나 안정적인 모습을 보여줬다. 에어팟 프로에서도 이러한 긍정적인 면은 유지됐는데, 대략 10미터 정도 연결이 유지되는가 하면, 만원 지하철에서 단 한 번도 끊김이 없는 등의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줬다. 특히 이 부분은 ANC의 가장 대표적인 경쟁작인 'WF-1000XM3'가 매우 볼품없는 모습을 보여줬기에, 더더욱 인상이 깊었다. (근데 소니는 전통적으로 연결에서 불안정했다)
싱크 딜레이 또한 매우 안정적인 모습을 보여줬는데, 에어팟 프로로 크게 거슬림 없이 리듬게임을 할 정도로 딜레이가 없었으며, 당연히 유튜브를 보는 동안 딜레이 때문에 이질감이 느껴지는 경우도 없었다. AAC 코덱으로 이러한 딜레이를 뽑아내는 게 신기할 지경인데, 애플 To 애플 기기니까 어느 정도 이해를 하고 가는 측면도 없지 않아 있다.
앞서 언급한 유기적인 연결은, 본인이 애플 이코시스템에 더 깊이 빠져있는 만큼 효과적으로 작동된다. 아이폰, 아이패드, 맥북에서 클릭 한 번으로 에어팟과 연결을 할 수 있고, 어떤 기기에서도 딜레이가 느껴지지 않는다.
커널형으로 바뀌면서 상당수의 에어팟 유저들이 우려를 표했는데, 주변 지인들에게 테스트를 해본 결과 먹먹함을 느끼는 쪽도 있었고, 먹먹함을 느끼지 않는 쪽도 있었다. 대체적으로 상당수의 지인들이 생각보다 괜찮다는 평을 했었고, 먹먹하다고 했던 지인이 단 1명뿐인지라 정확한 지표를 내세울 순 없다. 다만, 사람마다 다르게 느낄 수 있는 영역이니, 꼭 애플 스토어에 가서 테스트를 해보는 것을 권한다.
또한, ANC 자체를 선호하지 않는 유저라면, 에어팟 프로의 ANC가 상당히 먹먹하게 느껴질지도 모르겠다. 개인적으로 커널형을 귀에 삽입할 때, 압력으로 인하여 귀를 상당히 아파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에어팟 프로의 경우 크게 문제가 없던 것을 고려할 때, 애플이 상당한 심혈을 기울인 것 같긴 하다.
그 대신 장시간 착용하다 보면 통증이 느껴질 때가 있다. 이는 기존 에어팟도 비슷했으니 크게 지적할 부분은 아니겠지만, 이러나저러나 있는 것은 사실이니, 참고해두면 좋을 것 같다.
그 외에는 케이스가 무선 충전을 지원한다는 점과, 배터리가 꽤 오래간다는 점등의 장점을 짚을 수 있겠는데, 무선충전은 특히 라이트닝 케이블을 싫어한다면 구세주와 비슷한 느낌일 것이고, 배터리가 오래간다는 점은 최근 인터넷에서 '에어팟 프로에 대한 배터리 불평'이 들려와서 언급할 내용이 있다.
기본적으로 ANC가 들어가는 무선 이어팟의 평균 배터리 수명에서 크게 다르지 않은 수준이고, ANC를 탑재하면서, 에어팟만한 유닛에 4.5시간을 버틴다는 것부터가 칭찬할 일이다. 케이스를 사용함으로써 24시간에 가까운 플레이 타임을 보여주고, 무선충전까지 지원하니 간간히 충전하다 보면 배터리에 대한 걱정은 전혀 없다.
마지막으로 음향이 있겠는데, 이를 별도의 섹션으로 분리하지 않고, 사용성에 묶어서 언급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별로 내세울 게 없다. 정말 에어팟에서 차음성만 늘려서, 해상도가 올라가고, 곡이 선명하게 들린다는 점 이외의 특징을 못 잡았다. 기존 에어팟이 밸런스 잡힌 음질을 보여줬기에 크게 불만은 없지만, 그렇다고 극찬하기도 애매하다. 그냥저냥 쓸만하다고 평가한다.
에어팟 프로는 현재 애플 공식 홈페이지에서 33만 원에 판매되고 있다. 가격만 들으면 "헉!"하고 놀라는 반응들이 대다수지만, ANC를 탑재하면서, 무선 이어폰에, 배터리가 4.5시간을 가고, iOS 간의 연결성, 그리고 애플이 선보이는 완성도에 가까운 이어폰을 더 저렴한 가격에 찾아볼 순 없다.
댓글에서 '에코 버즈'가 ANC를 지원하면서 반값밖에 안 한다는 지적을 본 적이 있는데, 이에 대한 반박을 간단명료하게 할 수 있다.
1. 에코 버즈는 ANC가 아니라 "Noise Reduction"을 탑재했다. 그냥 패시브 노이즈 캔슬링(PNC) 같은 거 넣어놓고, 말장난 치는 거다.
2. 음향 쪽에서 영향력 있는 인물이 다수 언급한 내용이지만, 화이트 노이즈가 심하다.
3. 연결성, 편리성, 사용성, ANC, 음질이 모든 부분에서 전반적으로 에어팟 미만이다.
이 수준의 제품을 두고, 애플식 마진이라 33만원이다? 심히 동의하기 어려운 주장이다. 하다못해 ANC 헤드셋 중에서 평이 좋은 제품들 중 25만 원 이하로 판매되는 제품은 거의 실존하지 않으며, 대부분 에어팟 프로와 비슷한 선에서 가격이 책정되어있다.
만약 본인이 에어팟에 만족을 했고, 노이즈 캔슬링을 원한다면 사라. 그 외에 어떠한 제품도 '에어팟 프로'급의 만족을 주진 못할 것이다. 이는 모든 아이폰, 아이패드, 맥북 등의 애플 제품 유저들에게 해당된다. 애플 기기를 사용하면서 ANC를 무선 이어폰에서 쓰고 싶다면, 이미 최상의 선택지가 제시됐다.
안드로이드 유저라면 꽤나 고민이 될법한데, 가장 대표적인 경쟁작으로 '소니의 WF-1000XM3'가 차선책이라고 할 수 있다. 음질도 좋을 것이고, ANC도 훌륭하다. 유일한 단점이라면 유닛이 너무 커서 귀에 전혀 안 들어갈 확률이 꽤 높다. 물론, 위에서 언급한 연결성도 에어팟급은 안 되겠지만, 소니와 안드로이드는 꽤 괜찮은 편이라니까 유일한 차선책이 아닐까 싶다.
이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