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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릭 Feb 02. 2020

애플은 왜 3D 터치를 포기했는가?

아이폰 11부터 사라진 3D 터치, 그리고 새로운 햅틱 터치에 대한 배경

애플이 최근에 출시한 아이폰 11, 그리고 아이폰 11 프로. 더 많은 카메라가 탑재됐고, 배터리 용량이 늘었으며, 성능이 개선된 제품이지만, 3D 터치라는 기능이 처음으로 빠진 아이폰이기도 하다.


애플이 3D 터치를 처음 선보인 기기는 아이폰 6S로 연도로 따지면 2015년에 소비자들 손에 쥐어진 셈이다. 생각보다 오래전부터 제공된 기능이기도 하고, 링크 프리뷰를 비롯한 상당히 유용한 기능을 손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도와줬기에 어느 정도의 원성이 들리는 이유 또한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그렇다면, 만약 수년간 유지되며 아이폰의 주요 기능 중 하나로써 자리 잡은 3D 터치가 어쩌다가 차기작에서 배제된 걸까?



본 글은 영상으로도 제공됩니다.

영상에서 언급되는 내용은 본 브런치와 동일하며, 재생 후 스크롤을 내리시면 오디오북 형태로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



3D 터치는 어떠한 역사를 가지고 있는가?

해당 기능은 앞서 언급한 것처럼 2015년, 아이폰 6S에 탑재되면서 소비자들에게 그 존재를 알렸다. 애플은 이 당시 3D 터치가 최초의 아이폰에 적용된 멀티터치와도 견줄만한 혁신이라고 자평했고, 아이폰을 조작하는 완전히 새로운 방식이 될 거라는 등의 포부를 내비친적도 많다.


특히, 손가락 여러 개를 동시에 사용하여 터치 스크린을 조작하는 멀티터치가 거의 모든 스마트폰에 적용된 것을 고려한다면, 당시 애플이 얼마나 3D 터치에 큰 기대감을 품었고, 자신만만한 주장을 했는지 감이 올 거라 생각된다.


포스 터치의 가장 큰 역할은 여러 가지의 콘텐츠를 미리 볼 수 있다는 점에 맞춰져 있었는데, 웹페이지 링크를 세게 눌러서 미리 보거나, 노티피케이션을 눌러 채팅을 미리 보는 등의 활용이 가능했다.


물론, 이러한 구현을 위해서 애플은 아이폰의 소프트웨어적인 변화는 물론, 하드웨어적인 변화까지 감행해야 되는데, iOS는 새로운 오버레이 형태의 팝업 창을 만들어야 됐고, 해당 창에 무엇이 표시되도록 결정하는 것은 물론, 앱마다 어떠한 콘텐츠를 누를 때 작동해야 되는지 등을 결정해야 됐다. 이 또한 서드파티에는 적용이 안되니, 개발자들에게 3D 터치를 지원해달라고 홍보해야 되는 것을 덤.

하드웨어적인 변화도 꽤 있었는데, 일단 기본적으로 디스플레이가 터치의 세기를 인식할 수 있도록 압력 센서를 추가할 필요가 있었다. 이는 커버 글라스와 LCD 백라이트의 미세한 간격 차이를 인식하는 것으로 누름의 세기를 감지할 수 있게 되었고, 좀 더 자연스러운 피드백을 위해서 고도화된 진동 센서인 '햅틱 센서'를 넣을 필요가 생겼다.


당연히 이러한 부품들의 추가로 인하여 기기 내의 더 많은 공간이 요구됐고, 6S가 전작인 6보다 더 두꺼운 바디를 가지고 있는 데에도 어느 정도 일조를 하게 된다.


3D 터치는 왜 실패했는가?

애플이 소프트웨어, 하드웨어의 경계를 넘어서 큰 투자를 했을 만큼 가능성이 높았던 기술이지만, 대중적인 소비자들에게 인식되긴 실패했다. 가장 큰 원인은 3D 터치 그 자체에 있는데, 정확하게는 소비자들에게 해당 기능을 사용할 메리트를 제공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새로운 휴대폰에 카메라 렌즈가 하나 더 달렸다면, 그건 외관적인 변화가 있을 것이다. 소비자가 시각적으로 제품 후면을 보고 카메라 기능에 변화가 있음을 인지할 수 있다는 의미다. 다른 예시로 휴대폰의 성능이 좋아진다면 앱을 켜고 끄는 속도의 차이가 체감될 것이다.


하지만 3D 터치는 소비자가 직접 화면을 정확한 부분에 세게 누르지 않는 이상 인지하기 어렵고, 외관적인 차이가 없어 직관적으로 배울 수 있는 기능도 아니다. 아이폰 X 이후부터 소개된 제스처 컨트롤의 경우 휴대폰을 초기 설정하는 과정에서 의무적으로 짧은 설명을 해주고 있지만, 3D 터치는 이와 관련된 소개가 전무하거나, 있더라도 유저가 굳이 찾아서 사용할 이유를 제시하진 못했다.


아이폰 X에서 제스처를 모르면 아이폰 사용이 불가능하겠지만, 3D 터치를 통한 콘텐츠 미리보기는 애초에 있으면 좋고, 없으면 마는 기능이다. 3D 터치에 대한 사실을 일절 모르더라도 전작들과 동일한 아이폰 사용이 가능했고, 사용에 있어서 복잡하고, 새로운 기능을 배우면서까지 사용해야 될 이유는 일반적인 사용자들 입장에서 전혀 없었다.


애플도 이러한 사실을 잘 알고 있었기에 대대적인 광고 마케팅을 통하여 아이폰 6S에 탑재되는 3D 터치 기능을 홍보했고, 당시 한동안은 꽤 효과가 있기도 했다.


물론 모두가 최신 플래그쉽 아이폰을 구매하는 것도 아니거니와, 3D 터치를 알고 있더라도 굳이 사용할만한 메리트가 없었기에 사용률이 저조했다는 문제점도 존재는 했지만, 결정적인 문제는 아이폰 7, 그리고 8이 나오면서 발생했다.


애초에 3D 터치의 대대적인 마케팅은 6S 한정으로만 이루어졌고, 차후작인 7과 8에서 간헐적으로 언급이 되긴 했어도 더 이상의 킬러 기능으로 취급받기엔 무리가 있었다. 이러한 애플의 줄어든 마케팅과 굳이 사용할 필요가 없는 3D 터치가 만나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잊히는 건 시간문제에 가까웠다.


무엇보다 애플 기본 앱에서는 어느 정도 3D 터치를 일관성 있게 지원했지만, 서드파티 앱에서는 일관적인 지원을 기대하기 어려웠고, 정확하게 3D 터치를 어떠한 요소가 지원하는지 알 수 없어, 유저의 불편함도 존재했다. 이와 같은 문제점은 당연히 애초에 3D 터치를 안 쓰는 사람들에게 있어서 더더욱 쓸 이유를 제시하지 못하게 만들었고, 3D 터치를 그나마 쓰는 사람들도 키보드에서 커서를 움직이는 등의 극소수의 경우에만 사용하게 되었다.


햅틱 터치의 등장

3D 터치 탑재 중단설을 가장 직접적으로 보여준 모델은 아이폰 XR이 아닐까 싶은데, 사실상 아이폰 6S이후 출시된 제품 중 최초로 3D 터치를 지원하지 않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여러 가지 뒷배경이 있을 거라는 추측이 있는데, 가장 기본적으로는 사용률 저조, 값비싼 제조과정, 거기에 일관성 없는 경험을 꼽을 수 있겠다.


당연히 앞서 언급한 것처럼 3D 터치는 입력 세기를 감지하는 기술이고, LCD 외부 유리와 백라이트 간의 간격 변화를 감지하여 얼마나 유저가 화면을 세게 누르는지 감지한다. 즉슨 디스플레이 간격에 있어서 오차가 나면 안 되는 건 당연한 거고, 이를 감지할 센서가 비싼 것도, 아이폰 X이후에 탑재하는 아몰레드 특성상 센서를 넣기가 더 까다로웠을 거라는 의견도 많다.


기술적인 한계로 인하여 아이패드와 같이 큰 화면에는 3D 터치를 탑재할 수 없는데, iOS 간의 사용 일관성을 매우 강조하는 애플에게 있어서, 어떤 건 길게 눌러서, 어떤 건 입력 세기로 작동한다는 게 거슬리지 않을 수 없다.


그렇기에, 아이폰 XR에서 최초로 3D 터치를 배제했고, 아이폰 11에서는 iOS 13과 함께 햅틱 터치라는 개념을 가져왔다.


햅틱 터치와 3D 터치의 가장 큰 차이점이라면, 햅틱 터치는 입력 세기를 감지하는 기술이 아닌, 간단하게 설명해서 얼마나 길게 누르는지를 인식한다. 거기에 애플 특유의 햅틱 진동을 통하여 사용자 경험을 극대화한 게 특징이라면,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구동 방식의 차이로 인하여 대부분의 3D 터치 기능은 햅틱 터치로 문제없이 구현이 됐지만, 세게 누르던걸 더 세게 눌러서 2단계 액션을 취하는 "peek and pop" 기능은 사라지거나, 수정됐다.


키보드를 세게 눌러서 커서를 이동하는 기능은 이제 스페이스바 위에서 드래그를 하면 작동되는 방식으로 바뀌었고, 여기서 더 세게 눌러서 단어를 선택하는 기능은 이제 드래그를 하는 상태에서 화면을 한번 더 터치하면 단어를 선택하는 모드로 바뀌는 식의 변화를 거쳤다는 의미다.


긍정적인 변화일까?

개인적으로는 이번 변화에 대해서 매우 환영하고 있다. 비록 3D 터치가 여러 가지 전반적인 사용에 있어서 길게 누르는 게 아닌, 누르는 힘으로 감지를 하다 보니 훨씬 자연스러운 느낌도 있었다는 점을 부정하기 어렵다.


다만, 이러한 경험이 언제나 잘 작동되는 건 아니었는데, 오히려 화면이 힘을 인지하지 못해서 작동을 안 하거나, 단어를 드래그하고 있는 도중에 갑자기 드래그가 캔슬되는 등의 문제점이 생각보다 자주 발생했다. 특히 아이폰에서 3D 터치를 사용하다가, 아이패드에서 사용을 못한다는 점이 가장 아쉬웠는데, 햅틱 터치 이후, 아이패드와 아이폰을 막론하고 보다 통일성 있는 사용성을 갖추게 된 느낌도 있다.


무엇보다 햅틱 터치가 3D 터치에서 구현하던 거의 모든 기능을 대체할 수 있게 됨에 따라, 굳이 하드웨어적인 지원이 필요하던 3D 터치를 그리워할 필요가 없다는 점도 한몫한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3D 터치 포기에 대해서 매우 아쉽다는 의견을 표하고 있다는 건 이해를 하지만, 애플의 상황을 고려한다면 어쩔 수 없는 선택에 가까웠다. 대부분의 아이폰 유저들은 해당 기능의 유무를 알지도 못했으며, 알더라도 저조한 사용률을 보이고 있는 상황이라면, 애플의 입장에서도 굳이 아이패드와 아이폰의 통일성을 하락하고, 디스플레이 원가 상승의 주범을 계속 지원할 이유가 없는 것도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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