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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릭리 Nov 14. 2022

빠른 회신이 능사가 아닙니다

가끔씩은 느리게

협력업체 중 한 분은 항상 실수를 하십니다. 메일을 보낼 때도 언제나 오류가 발견되고 첨부파일에서도 심심치 않게 오류를 볼 수 있습니다. 서지로 제출하는 경우, A3 반접도 제대로 되어 있지 않고 용지들끼리 항상 오와 열이 맞춰져 있지 않습니다. 그야말로 대충대충입니다.


그래서, 이 차장님을 불러 주의를 줬습니다. 다음부터는 메일에 오류도 잘 점검해주시고 이번에 제출해주신 서류 코멘트를 친절히 알려드릴 테니 꼭 반영해서 제출해달라고요. 이 차장님은 죄송하다고 하고서는 이번에는 실수 없이 제출하겠다고 했습니다. 늦어도 되니 꼼꼼히 보시고 제출해달라고 거듭 부탁을 했습니다.


그렇게 미팅이 끝나고, 1시간쯤 지났을까요. 메일 회신이 왔습니다. 저는 사실 이 메일을 열어보기가 싫었습니다. 분명 고민 없이 그리고 꼼꼼한 검토 없이 보냈을 것임이 분명했으니까요. 꼼꼼히 보고 재 점검했더라면 최소 3시간은 걸릴 분량이었는데 이걸 또 한 시간 만에 보냈다니 메일을 열기 전부터 덜컥 겁이 났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메일을 열었더니 첨부에는 오류 투성이었고 제가 얘기한 사항들 중에서 반영 안 된 것들이 눈에 띄었습니다. 결국, 차장님을 다시 불러 그 자리에서 같이 수정했습니다.


보통 빠른 회신은 직장인에게 필수 덕목으로 여겨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 또한 빠른 회신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 중에 한 명이고요. 다만, 시간을 요하고 신중함이 요구되는 자료의 경우에는 너무 빠른 회신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습니다. 꼼꼼히 검토하지 않았다는 느낌을 주기 때문이죠. 그래서. 업무의 질에 따라서 가끔씩은 너무 빠르지 않은 회신이 이 사람은 참 신중하는구나라는 인상을 줄 수도 있다는 걸 이 차장님을 통해 알게 됐습니다. 업무의 종류에 따라서 회신의 속도도 완급조절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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