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난 회사에 이런 사람들은 많이 본다. 형만 믿어라. 나만 믿어라. 나만 믿으면 니 인생 피게 해 줄 테니까 끝까지 나랑 같이 가자!라고. 윗사람 입장에서는 본인의 명령을 발 빠르게 따라줄 사람이 필요하다. 그래야 본인이 잘 될 수 있으니까. 그리고 또 아랫사람 입장에서는 윗사람의 도움이 필요하다. 물론 위로 올라가거나 회사에서 좋은 위치를 차지하기 위해서. 그렇지만, 이미 나이가 들어 이 회사가 아니면 안 되는 선배들 말고 우리 후배들은 이 회사가 아니어도 다른 옵션들이 많다. 예를 들어 다른 곳에서 우리 회사보다 연봉을 20% 더 준다라고 해보자. 지금 회사를 떠나지 않을 사람이 몇이나 될까? 물론 개인적인 상황도 고려해야겠지만 아마 대부분 떠나지 않을까. 그렇듯이 직원들은 윗사람에 대한 충성보다는 회사의 급여, 복지 또는 나의 미래 성장성에 더 큰 가치를 둔다.
최근 재밌는 선배 사례가 있어 이 이야기를 한 번 해본다. 한 유능한 부서장이 있었는데 아랫사람에게 온갖 위스키는 다 사주며 나랑 함께 가자라고 외쳤다. 새벽 4시까지 부어라 마셔라 하며 형제애를 돈독히 했다고 한다. 그런데, 다음 날 그 부서장과 같이 술을 마셨던 선배는 경쟁사에서 연봉 30%를 올려준다는 제안과 함께 부서장에게 회사를 그만둬야겠다고 통보했다. 양주를 마시며 우애를 다진 지 24시간이 채 지나지 않아서였다. 이만큼 우리가 생각하는 상대방과의 우애는 사실 쓸모없다. 약속도 쓸모없다. 직원들은 자기 이익에 따라 결정하지 상사의 이익에 따라 결정하지 않는다. 나에게 좋을 거라 생각하면 거기에 맞게 판단하고 행동한다. 아마 고급위스키를 사주며 후배 직원을 믿었던 부서장은 충격이 좀 컸을 거다. 하지만, 본인도 아마 그런 입장에 섰다면 똑같은 선택을 했지 않았을까?
여기에서 내가 하고 싶은 얘기는 관계도 중요하지만 너무 거기에 연연해하지 마라는 것이다. 오늘 약속한 우애는 내일 당장이라도 부서지기 쉬운 게 직장이다. 그리고 우애 없이도 여러 사람을 모으고 따르게 할 수 있는 것도 회사다. 그런 힘은 이런 쓸모없는 우격다짐에서 생기는 게 아니라 바로 내 실력에서 나온다. 내가 실력이 있으면 주변에 저절로 사람이 모이게 되어 있다. 사람들은 언제나 능력자와 친해지고 싶어 하고 권력자를 가까이하고 싶어 한다. 그래야, 이 무서운 정글 같은 회사에서 나를 조금이라도 보호해 줄지 모르니까. 그렇지 않은가? 그래서, 혹시라도 주변에 형만 믿어! 하며 다가오는 직장선배가 있다면 그냥 무시해라. 아마 그 사람은 지금 거기 있는 자리가 마지막 자리일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