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원과 직원 사이 소통이 불가능한 이유

by 에릭리

임원과 직원을 통틀어 임직원이라고 한다. 평소에 자연스럽게 불러왔던 단어인데 오늘처럼 어색한 날이 있었을까. 오늘은, 한 임원께서 조직 분위기 향상을 위해 저녁 식사를 사주겠다고 하여 함께 했다. 열댓 명이 참석해서 대화를 나눴는데 이렇게 지루할 수가. 임원은 조직의 어떤 문제가 있는지 계속 VOC를 얘기하라고 하지만 아무리 직원들이 VOC를 얘기해도 돌아오는 건 허무한 답변뿐이었다.


그건 아직 시기상조다.

내가 Control 할 수 없는 안건들이다.

여러 이해관계자들이 엮어 있어 내 수준에서는 할 수 없는 일이다. 등등..


그러면 얘기를 하라고 하지를 말던지. 실무진이 하는 얘기들은 회사가 가지고 있는 고질적인 문제들이었다. 조직 인원 보충 문제. 예산 부족 문제 등등.. 하지만 오랫동안 회사생활을 해 온 사람들이라면 안다. 내가 아무리 발버둥을 쳐도 이 문제들이 쉽사리 해결되지 않으리라는 것을. 그럼에도 불구하고 임원이 VOC를 얘기하라고 열심히 떠드는 직원들은 그래도 그나마 아직은 회사에 대한 사랑이 남아 있다고 할까. 나는 이제 아무런 희망도 없어 얘기해 봐야 내 입만 아프다는 것을 안다. 그러니, 얘기하지 않고 앞에 있는 맛있는 음식만 먹을 뿐이다.


조직에서 임원과 직원 간의 소통이라는 게 과연 가능이나 할까. 내가 생각하기엔 평생을 가도 대기업의 구조가 바뀌지 않는 이상 임원과 직원 간의 소통은 불가능하다. 일단 직원의 경우 하루를 살아내고 쏟아져오는 업무를 감당하기에 여념이 없다. 그저 생존이 직원들의 목적이다. 하루 벌어 가족들 먹여 살리고 내가 좋아하는 것들에 소비를 해야 한다. 그러기에 나는 회사에 묶여 있어야 하고 지금의 내 현실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싫더라도 회사에 붙어있어야 한다. 하지만 임원의 마음속은 어떨까. 정말 회사 조직이 좋게 변하기를 바랄까. 천만의 말씀. 임원은 자기 바로 위에 고위 임원 또는 사장의 의중을 파악하고 그걸 따르기에 여념이 없다. 사장이 정말 직원들을 위하고 회사를 바꾸려는 노력을 한다면 임원들도 그 분위기에 따르겠지만 어디 그런 사장을 본 적이 있는가.


즉, 임원과 직원은 근본적으로 다르다. 회사생활을 대하는 태도 자체가 다르다는 얘기다. 임원은 윗사람의 명령에 충성을 다 한다. 무조건 수행해 내야 하고 내가 살기 위해서는 아래도 짓밟아 버릴 수 있는 사람들이다. 하지만, 직원은 어떤가. 그저 하루를 살아갈 뿐이다. 무의미한 보고와 실무와 관련도 없는 일을 쳐내기에 바쁜 사람들이다. 그러니 이 두 개체 간에 소통이 될 리가.


VOC를 말해봐. 괜찮은 VOC들은 정리해서 사장님께 보고하고 내 성과로 써야지 하는 거다.

그 와중에 VOC를 얘기하며 진짜 속 마음에 있는 얘기를 한 직원들은 아마 진급을 못 할지도 모른다.

아마 임원은 알지도 모른다. 직원과 소통은 불가능하다는 것을. 그러나, 아직도 많은 직원들이 있을 테다.

임원과 소통은 어느 날 가능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는... 그런 직원들 말이다.


저용량.png


이전 04화퇴사하면 아무도 기억해주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