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에릭리 Mar 17. 2023

이걸 장사라고 하나..

체험단 하며 겪은 가장 충격적임 경험 

최근에 여자친구와 공동으로 당첨된 체험단이 있었습니다. 그곳은 와인바를 주제로 운영하는 음식점이었고 각종 블로그 후기에는 칭찬일색이었습니다. 특히나 분위기가 좋은 곳이었고 안주도 맛있다는 이야기가 많았습니다. 당연히 큰 기대를 가지고 있었고 여자친구와 약속을 잡고 음식점으로 향했습니다. 외관이 참 앤티크 했습니다. 잘 꾸며놨고 내부 조명도 아늑하게 정말 잘되어 있었습니다. 앞팀도 블로그였는지 계속해서 외부 사진과 내부 사진을 찍고 있더군요. 평소 하는 것처럼 외부 사진도 찍고 내부사진도 찍었습니다. 그리고 자리에 앉았고 메뉴판을 펼쳤습니다. 사실, 처음에 메뉴판이 너무 허접스럽게 되어 있길래 놀랐지만 그래도 기분 탓이겠거니 하고 넘겼습니다. 메뉴는 많지는 않았습니다. 10개 남짓이었습니다. 술 종류는 수백 개가 되는데 안주가 생각보다 적어 조금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일단 주문을 했습니다. 메뉴 두 개는 고정되어 있었고 한 개 메뉴를 시킬 수 있었는데 여자친구가 좋아하는 떡볶이를 주문했습니다. 그리고 와인을 10만 원 내에서 하나 주문할 수 있었는데요. 10만 원이라고 하니까 와.. 이렇게 비싼 걸 시켜도 되나?라는 생각이 처음에 들었습니다. 어쨌든 제공을 받은 거니 10만 원짜리 와인을 시켰습니다. 그런데, 인터넷에 검색해 보고 너무나도 놀랐습니다. 실제 소비자 가격은 1~2만 원 사이더군요. 무려 5배에서 10배를 올려 판매하고 있었습니다. 사실 너무나 충격적이어서 콜키지 가격을 좀 확인해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왜냐면 보통의 레스토랑은 기존 와인 판매가에 콜키지 가격을 더해서 판매를 하기 때문이죠. 잠실에 있는 시그니엘에 스테이라는 파인 레스토랑에 간 적이 있었는데 그때 콜키지 가격이 10만 원이었습니다. 예를 들어, 시중에 5만 원에 판매되고 있는 와인을 시그니엘에서 먹으면 15만 원인 거죠. 그런데 체험단을 하러 간 이 와인바에서는 무려 3만 원대 와인을 10배가 넘는 55만 원에 파는 와인도 있었습니다. 어쨌든 아르바이트생이 왔을 때 콜키지 가격을 물어봤는데 답변이 더 가관이었습니다. "여기는 콜키지가 불가합니다." 황당 그 자체였습니다. 결국 술은 못 가지고 오는 음식점이니 여기서 5~10배 되는 와인 사 먹으라는 것이었습니다. 사실 입 끝까지 욕이 올라왔습니다만 참았습니다. 그래도 음식은 맛있을지 모르니 참을성을 가지고 기다렸습니다. 


어두운 조명에  음악은 좋아서 분위기는 나쁘지 않았습니다 사실. 떡볶이 하면 국민음식이고 사실 맛없게 하는 게 더 어려울 겁니다. 그런데, 음식이 나오고 몇 입을 먹었는데 다시는 손이 안 가더군요. 덤탱이 씌우는 가격에 적지 않게 놀랐지만 맛이 없을 수 없는 떡볶이를 이렇게도 할 수 있구나라는 생각에 남아있던 입맛마저 사라져 버렸습니다. 그리고 그 실망감은 곧 분노로 바뀌었습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체험단으로 간 음식점에서 음식을 반 이상 남겼습니다. 더 이상은 먹을 수가 없더군요. 그런 와중에 아르바이트생들은 순서를 나눠가며 밖에서 그것도 가게 문 바로 옆에서 흡연을 하고 들락날락하더군요. 사장은 물론 자리를 지키고 있지 않았고요. 그렇게 1시간도 채 되지 않아 이 가게를 황급하게 떠났습니다. 그런데 마지막에 아르바이트생이 환한 미소로 영수증을 건네더군요. "영수증 리뷰 꼭 해주세요" 어이가 없었습니다. 어떻게 이런 말도 안 되는 가격표와 맛대가리 없는 음식을 제공하고서는 영수증 리뷰를 해달라니요..


그런데, 충격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이런 식으로 장사를 하는 곳인데 블로그에 좋은 리뷰만 있는 건 아니겠지. 하고 네이버 블로그에 이 가게 이름을 검색해 블로그 후기글들을 봤습니다. 정말 절 놀라게 했던 건 이 가게에 대한 솔직한 평가가 단 한 개도 없었다는 겁니다. 분위기가 좋았다. 이 가게 때문에 나도 비싸지는 느낌이 뜬다. 그런 영혼 없는 글들만 나돌았습니다. 그런 생각이 들더군요. 정말 블로그라는 게 믿을 게 못되구나. 요즘은 특히나 블로그 마케팅 서비스가 늘어나면서 수많은 가짜 후기들이 끊임없이 나오고 있구나라는 걸 알게 됐습니다. 블로그 체험단을 하며 음식점을 방문하다 보면 보통 두 가지 음식점으로 나뉩니다. 정말 잘하는 가게. 아니면, 그냥 그저 그런 평범한 가게. 사실은 평범한 가게가 많습니다. 보통이 다 그렇죠. 어느 가게든 엄청 잘하지도 않고 못 하지도 않지만 중간은 합니다. 그런데, 이 사람은 음식 할 자격이 있나? 생각할 정도로 말도 안 되는 품질을 제공하는 음식점을 저는 오늘 처음 겪어 봤습니다. 오늘 정말 확실한 걸 하나 배웠습니다. 블로그 후기. 절대 믿을 것이 못 된다. 특히 마케팅을 통해 나온 후기들은 더더욱 그냥 믿고 거르면 됩니다. 인플루언서의 후기? 그냥 안 봐도 됩니다. 왜냐하면 인플루언서에게는 더더욱 많은 협찬이 들어오기 때문이죠. 물론 그중에는 맛과 서비스가 훌륭한 집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오늘 제가 겪었던 음식점처럼 말도 안 되는 음식점도 있을 겁니다. 주변에 참 우리를 유혹하는 광고들이 많습니다. 어떤 유명인이 광고한다고 해서 쉽게 넘어가서도 안되며 좋은 후기가 있다고 해서 홀라당 믿어버려서도 안됩니다. 후기를 참고하되 이 상품과 서비스가 좋은지 안 좋은지 분별하는 눈을 항상 길러야 합니다. 그리고 호구당하지 않도록 음식점 가기 전에 가격을 비교하는 습관을 반드시 길러야겠습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