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에릭리 Mar 26. 2023

노랑머리 재수생에게

저는 카공하러 카페에 가는 걸 좋아합니다. 특히 좋아하는 카페가 몇 군데가 있는데 주로 가는 카페에 항상 눈에 띄는 친구가 있습니다. 바로 샛노란 색으로 염색한 재수생입니다. 이 친구는 심지어 역 근처에서 마주친 적도 있고 카페에서도 종종 마주칩니다. 아마 이 친구도 저를 알거라 생각합니다. 그런데, 이렇게 지지로도 공부 안 하는 친구는 처음 봤습니다. 보통 카페를 오는 재수생들은 목적을 가지고 옵니다. 바로 '공부'죠. 이 친구는 공부가 목적이 아니라 사람 구경, 음악 듣고 고개 까딱이기, 친구와 전화통화하기가 그 목적인 거 같습니다. 사실 종종 마주쳐서 상당히 반가운데, 공부에 집중을 안 하는 모습을 보니 이 친구에게 한 마디 하고 싶어 카페에서 브런치를 열었습니다. 


노랑머리 재수생에게. 


얘야... 아마 네가 삼수가 아닌 재수라고 하면 21살 정도 됐겠구나. 그런데 말이다. 공부를 하러 카페에 왔으면 공부를 해라. 너가 10분 이상 집중한 걸 나는 본 적이 없다. 재수생이라는 놈이 머리는 왜 그렇게 노란색으로 물들였으며 패션에는 왜 이렇게 많은 신경을 쓴 것이냐? 너가 지금 집중해야 될 것은 공부지. 외모가 아니다. 물론 하루 정도는 조금 퍼질 수도 있고 다른 걸 하며 시간 보낼 수 있다. 그런데 내가 너를 볼 때마다 너는 집중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더구나. 음악을 들으면서 리듬을 타고, 친구랑 계속해서 통화하고, 유튜브 보고 ... 그러면 니 미래가 조금이라도 나아질 거 같으냐? 차라리 공부 말고 딴 거를 하면 이해를 한다. 꼭 대학을 가야 성공하는 세상은 아니기 때문이다. 보아하니 꽤 있는 집에 자식 같구나. 샛노란색의 머리.. 아이폰에 케이스티 파이 고급 케이스.. 그리고 맥북.. 신발도 좋은 걸 신는 걸 보니 넌 분명 잘 사는 집의 자식이다. 부모님이 너가 그러고 있는 걸 보면 참 마음이 좋겠구나. 너가 어떤 대학을 목표로 하는지는 모르지만 지금 너의 모습이 쌓여 결국은 미래에 현실로 나타날 것이다. 지금의 너의 현실을 봤을 땐 너가 목표로 하는 대학의 발끝에도 다다르지 못할 것이 내 눈에는 선명하구나. 난 사실 너가 잘 됐으면 좋겠다.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착한 친구인 거 같아서 잘 됐으면 좋겠다. 그러니, 제발 정신 차리고 펜을 잡아라. 그리고 공부에 미쳐라. 나 또한 고등학교 때 공부에 미치지는 못 했지만 지금 고등학생으로 돌아간다면 내 인생을 걸고 미친 듯이 공부할 생각이 있다. 좋은 대학에 갈수록 더 많은 기회가 있는 것만큼은 내가 사회에서 배운 사실이니까. 그렇다고 좋은 대학 나왔다고 성공을 약속하지는 않더라. 다 자기 하기에 달려있다. 그러니, 펜을 잡던지 아니면 펜을 놓고 다른 걸 하던지 하나만 선택해라. 어중간하게 펜 잡고 놀지 말고 말이다. 너가 그렇게 노래 들으며 고개 까딱거린 시간들을 너는 나중에 땅을 치며 후회할 수 있는 날이 올 수도 있다. 그러니, 제발. 지금이라도 공부를 해라. 


내가 카페에 왔을 때 노트에 써 내려간 필기는 3줄이었다. 그런데 2시간이 지났는데도 너의 필기는 그대로구나. 그리고 내가 이런 얘기를 너한테 했다고 기분 나빠하지 말아라. 사실은 이 얘기는 나한테 하는 이야기다. 나 또한 고등학교 때 아무도 알려주는 사람이 없어 생각없이 지냈다. 


작가의 이전글 이걸 장사라고 하나..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