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한 부장과 술을 먹게 됐다. 이 부장은 소위 잘 나가던 사람이었다. 한 법인의 법인장까지 했던 사람이니까 말이다. 사실 이 사람과 크게 말을 섞고 싶진 않았지만 새로운 사람과 이야기한다는 생각으로 이야기를 섞기 시작했다. 회사생활을 오래 한 사람이었기 때문에 회사의 역사에 대해서 잘 알고 있었고 지금 사장이 어떻게 사장이라는 자리까지 올라왔는지에 대한 스토리도 잘 알고 있었다. 나는 이야기를 듣던 도중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역시, 한 사람의 인생에서 농축된 이야기를 듣는 일이란 참 귀한 일이라는 걸 다시 한번 느끼게 됐다. 현재 사장이 되는 사람이 이 자리까지 올 수 있었던 건 바로 실력도 아니고 운도 아니었다. 그 사람은 바로 사장이 되는 길을 알고 있었다. 왜냐면 역대 사장이 됐던 사람들을 바로 지척에서 모셔왔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장 후보들 중에 누구는 떨어지고 누구는 떨어지고에 대한 이유를 명확히 알고 있던 사람이었고 그는 그저 사장이 되는 길을 알고 그 길을 걸어갔던 것뿐이다. 이런 이야기를 하면 사람들은 착각할 수 있다. 사장이 되는 길이 정해져 있으니 그 길만 알면 될 수 있나? 사실 아니다. 내가 속한 산업군 그리고 내가 속한 회사마다 사장이 되는 길은 다 다르다. 천차만별이다. 어떤 회사에서는 정치로 승부를 볼 수 있을 것이고. 어떤 회사에서는 정말 실력으로 승부를 볼 수 있을 것이다. 그 회사의 역사가 말해줄 것이다. 그래서, 회사생활을 하면서 회사의 임원 그리고 조직이 어떻게 변해가고 있는지 관찰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물론 회사에 욕심이 있다는 전제하에) 어쨌든 이 사장이 알았던 길은 바로 이거다. 무조건 윗사람의 말을 따르고 윗사람이 하는 것에 군말 없이 동참하는 것. 이전 사장의 취미가 있었는데 그건 바로 낚시였다. 사실 내가 듣기에 이렇게 고리타분하고 재미없는 취미가 있냐라고 생각하지만 지금의 사장은 그렇지 않았다. 물론 사장의 후보는 여러 명이었고 유일하게 전 사장의 취미를 같이 하고 따라다녔던 것은 지금의 사장인 사람이 유일하다. 물론 낚시를 따라다녔다고 사장이 되었다는 얘기가 아니다. 하지만, 쟁쟁한 후보들을 제치고 사장자리에 오를 수 있었던 주요한 원인 중에 하나였던 것은 틀림없다. 권력자의 취미를 추종하고 시간을 함께하는 것. 그게 사장에 오르는 아주 주요한 길이었던 것이다. 단, 지금의 내 회사에서만 통용되는 길이다. 당신은 그 길을 찾고 따르고 싶은가? 그 길을 갔을 때 행복할 것인가? 이것은 또 다른 문제이며 인생은 선택의 연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