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로 그렇다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는 말은 진리라는 걸 요즘 느낀다. 내가 알던 굉장히 착한 부장님이 계셨다. 팀장은 아니었지만 그분은 일을 항상 합리적으로 처리했고 주변사람들을 배려했다. 항상 아랫사람들에게는 따뜻한 미소를 지어주는 건 잊어버리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시간이 지나며 그분의 실력과 인품이 인정을 받았고 해가 바뀌면서 팀장이라는 보직을 맡게 됐다. 나는 사실 사람이 바뀐다는 말을 쉽게 믿지는 않았었다. 그 사람이 정말 좋은 사람이라면 자리가 어떻게 바뀌든 그냥 임직원이던 팀장이던 바뀌지 않을 거라고. 그런데, 내 눈과 귀를 의심할 정도로 이 분이 많이 바뀌어가고 있다. 갑자기 다짜고짜 본인의 요청사항을 강압적으로 지시하기도 하고 높은 사람이 들어가 있는 메일에는 꼭 하지 않아도 될 말을 해 본인이 일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과시한다. 물론 윗사람들이 보기에는 잘하고 있다고 느끼겠지만 실무를 뻔히 아는 실무자들이 봤을 때는 이 사람이 정말 일을 하는지 아니면 쇼잉을 하는지 보인다.
그런데, 어찌 보면 자리가 바뀌면 사람도 그 자리에 맞게 바뀐다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고 생각하다. 그분이 나쁘다는 얘기가 절대 아니라는 얘기다. 어찌 보면 그분도 살아야 하기 때문에 지금과 같은 선택을 했을 거라고 나는 믿는다. 어떻게 보면 팀장이 아닌 부서원으로 있을 때는 일을 받는 사람의 위치다. 그러니 일을 주는 사람이 싫고 어떻게 하면 일을 덜 할까 고민하기도 하고 꾀부릴 생각을 안 하기가 어렵다. 하지만 팀장이 되는 순간 내 포지션은 180도 바뀐다. 일을 하는 사람에서 일을 시키고 감독하는 사람으로 바뀐다. 그리고 일을 잘 시키지 못하고 조직을 이끌지 못하면 내가 이 자리에서 내려와야 한다. 팀장 다음에 내려오면 그다음은 없다. 죽은 모습이나 다름없다. 할 일 없이 사무실에서 허송세월 시간만 보내는 부장님들을 보면 이해하기가 쉽다. 이처럼, 자리에 따라 사람이 바뀌는 것은 당연하니 거기에 실망할 것도 그리고 원망할 것도 없다. 그저 그 사람도 나와 같은 직장인이라는 것을 알 뿐이다.
나 또한 자리가 바뀌면 안 바뀔까? 사실 나는 내 자리가 바뀔 때는 오히려 더 날카롭고 예민한 팀장이 될 가능성이 높다. 왜냐하면 나 또한 그 자리에서 일을 잘 수행해 내야 되기 때문이다. 나라고 회사 임원들에게 욕을 먹고 싶어 하진 않을 테니까. 조직에서 원하는 바를 실행하기 위해서는 조직원들이 잘 움직일 수 있도록 하는 일을 계속해야 한다. 하지만, 어떤 팀장은 유한 리더십으로 조직을 최고의 성과를 만드는 한 편 사악하고 나쁜 방법으로 최고의 성과를 뽑아내는 팀장도 있다. 나는 전자의 리더십을 배우고 싶고 그렇게 하고 싶을 뿐이다. 하지만 주변 일하는 직원들을 봤을 때 전자의 리더십을 발휘하면 만만하게 보거나 팀장의 눈을 요리조리 빠져나갈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정 안될 때는 사악한 리더십을 발휘해야 될지도 모른다. 어쨌든 요즘 다시 한번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는 말이 틀리지 않았다는 걸 새삼 다시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