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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릭리 Nov 18. 2023

내 일은 아니지만 답답하니까 내가 한다

예전에는 나도 그랬다. 업무를 하는 데 있어 답답하면 그냥 내가 했다. 왜냐면 문제가 되는 꼴을 보기 싫어서이기도 했고 어쨌든 내가 주인의식을 가지고 일을 할 때 나한테 피해가 오지 않기를 바라서였다. 그래서 남이 해야 하는 일임에도 불구하고 답답하니까 했던 거다. 이런 말이 있다. 덜 답답한 사람은 일을 안 할 수 있고 답답한 사람일수록 더욱 일을 많이 한다고. 전적으로 맞는 말이다. 다르게 얘기하면 회사에 애사심에 적은 사람은 일을 덜 하고 애사심이 많은 사람은 일을 더 하게 되어 있다. 책임감, 의무감도 여기에 해당한다.



오늘도 직장 동료의 한탄을 듣고 있자 하니 답답하니 그냥 본인이 일을 하겠다는 거였다. 하지만, 그냥 답답하다고 해서 내가 할 일이 아닌 남의 일을 도맡아 하면 어떻게 될까? 여러분도 잘 알겠지만 남의 일이 어느 순간 내 일이 돼버리고 그 일이 잘못되면 모두 내 책임이 된다. 결국 그때 가서 이 일은 내 일이 아니었서라고 얘기하거나 다시 책임을 돌리기는 힘든 지경까지 간다. 답답해서 시작했던 일이 나에게는 다시 칼로 돌아와 내 목에 피를 흘리게 하는 꼴이다.


그러니, 회사생활을 함에 있어서 어느 정도 연차가 차면 답답하다고 남의 일을 가져와서는 안된다. 답답하고 문제가 뻔히 발생할 걸 알아도 그냥 둬야 한다. 일어날 일을 일어나게 만드는 거다. 그 어떤 문제가 생기면 내가 당장 생각하기에는 회사에 큰 손실이 발생하거나 지구가 무너질듯한 문제가 생길 거라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다. 본인은 본인의 역할만 잘하고 남의 일은 남이 하게 둬야 한다. 그래야 본인이 다치지 않는다. 본인이 답답해 도맡아 모든 일을 하게 되면 내 시간도 잃고 내 자기 계발의 시간도 잃어버린다. 나아가서는 가정도 잃을 수 있다. 결코, 답답하다고 남의 일도 내가 끌어오는 그런 멍청한 판단은 하지 말길 바라며 이 글을 쓴다.



물론, 책임자의 자리에 가게 되면 남의 해야 할 일을 내가 해야만 하는 어쩔 수 없는 상황도 생기겠지만 그 역시 애사심과 책임감이 강해 마지못해 하게 되는 일일 가능성이 크다. 이 역시 결국 내 욕심이 크기 때문에 그 일을 끌어오는 것이다. 남의 일을 그냥 답답해서 다 하면 ‘아 저 사람 정말 책임감 있는 친구야’ 하면서 위에서 인정해서 주고 결국에는 승승장구하면서 임원이 될 수 있을까? 그러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임원이 되는 것은 운의 굉장히 많이 작용하며 남의 일까지 다 하다가 내가 제풀에 지쳐 쓰러지는 게 먼저다. 그러니, 마음을 내려놓고 남이 해야 할 일은 남이 하도록 만들자. 그리고 제발 그만 답답해하자. 본인 할 일만 잘해도 충분히 인정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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