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닝을 도와주는 윤활유 같은 것들의 종류는 많다. 그런데 이게 항상 바뀐다. 언제는 내가 좋아하는 유튜버의 재밌는 스토리텔링이 러닝을 가장 많이 도와주기도 하며(나 같은 경우는 화면을 보지 않고도 들을 수 있는 슈카월드가 그랬다) 또 언제는 러닝 속도에 알맞은 비트를 가진 음악이 그랬다. 이렇게 러닝을 도와주는 윤활유는 그때그때 바뀐다. 언제나 그렇지만 러닝을 나갈 때는 집에서 쉴까 하는 나의 본성과 싸워야 하지만 막상 내 몸뚱이를 러닝 트랙 위에 올려두면 생각보다 동기부여 해주는 다른 윤활유들도 많다.
추운 겨울이지만 나는 매 몸을 일으켜 6km를 뛰러 나갔다. 시간은 오후 2시 정도 됐었는데 오늘은 생각보다 내 러닝에 도움 주는 것들이 많았다. 약간 추운 날씨 속에 강하게 내리비치는 햇빛도 내 몸을 살짝 데워주기에 도움이 됐고 떨어지는 단풍 사이로 비치는 햇빛의 그림자는 오묘해서 너무나도 아름다웠다. 그 아름다움은 내가 힘들다는 생각을 잠시 훔쳐 러닝 중에 오는 힘듦은 잠깐 잊을 수 있었다. 또 운이 좋게도 내가 뛰는 이 공원은 신도시에서 꽤 크고 사람들이 많이 오는 공원이라 연령대도 다양하고 특히 반려견을 데리고 오는 사람들이 많다. 비숑 반려견을 데리고 가는 주인이 있었는데 이 강아지는 수풀 속에 냄새를 맡으러 가고 싶어 했는데 주인은 강아지한테는 관심이 없었는지 앞만 보고 걸었다. 비숑은 개목걸이의 구속을 이겨내고 수풀로 가보려 하지만 여간 힘들어 보이는 모습이 너무나도 귀여웠다. 이런 귀여움도 내 힘듦을 잠시 훔쳐가줬다. 한 노인분은 아직은 생기가 넘치는 눈빛으로 열심히 걸어가셨는데 힘이 드는 노년엔도 열심히 자기 관리를 하는 모습은 내가 오늘 뛰는 이유에 대해 정당한 동기를 부여해 줬다.
내가 생각하지도 못 한 이런 윤활유들 덕분에 6km 러닝은 가뿐히 뛸 수 있게 된다. 가끔은 탄력 받아 1km 5분대의 기록을 유지하기도 하고 조금이라도 지칠새라면 1km에 6분으로 떨어지기도 한다. 뛰면 뛸수록 허벅지 앞부분이 당겨오며 내 몸이 조금은 건강해지고 있음을 느낀다. 역시 나오니까 좋고 뛰니까 좋다. 그리고 내가 생각하지도 못한 것들이 내 러닝을 함께 도와주니 좋다. 그렇기 때문에 좋은 환경에서 뛰는 건 중요하고 내 집 근처에 뛰기 좋은 환경이 있는지 꼭 찾아보길 바란다. 오늘은 또 어떤 윤활유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지 모르니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