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르단을 이길 줄 알았다
아내와 나는 새벽까지 잠을 자지 않고 대한민국 대표팀을 응원하기 위해 다음 날 출근인데도 불구하고 기다려 응원했다.
하지만, 결과는 대 참패였다. 참패뿐만 아니라 조직적인 문제가 여실히 드러났고 축구팀을 리딩하는 감독의 문제 그리고 그 감독을 선정하는 과정에 있었던 대한축구협회의 조직적 문제가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기사를 조금만 찾아봐도 알 수 있는데, 클린스만 감독 선정은 정몽규 축구협회장의 독단적인 의지로 선택됐다.
대표 예로 감독이 한국에 상주하지 않으면 원칙적으로 선정될 수 없다. 그런데 클린스만은 캘리포니아에 상주하면서 훈련할 때만 한국에 들어오고 틈만 나면 해외를 나돌아 다니며 근무태만을 보이는데도 불구하고 원칙을 무시하고 선정됐다. 정몽규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바이에른 뮌헨에서 한 때 엄청난 활약을 펼쳤던 필립람은 자서전에서 이렇게 밝힌다.
"클리스만은 전술적인 것을 무시하고 넌 골을 넣어야 한다는 사기진작만 했다"
이런 감독이 도대체 왜 선정됐을까?
추측이지만, 현재 정몽규 축구협회장이 클린스만의 인맥을 이용해 본인의 입지를 다지고자 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대한민국 축구 실력과 성과에 중점을 둔 게 아니라 본인의 이익을 위해 감독을 선정했다고 하면 이는 정말 어리석은 판단이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정리하면, 대한축구협회에도 감독 선정 과정에 원칙과 절차라는 게 있지만 무시됐다. 정몽규 축구협회장의 단독적인 판단으로 선정됐고 그 밑에 있는 부하들은 협회장 말을 따를 수밖에 없었다. 클린스만이 근무태만을 보이고 기대하는 결과를 내지 못해도 부하들은 입 닥치고 있어야 됐다. 왜냐면 괜히 반기를 들었다가 축구협회에서 쫓겨날 수도 있기 때문에.
어디서 많이 보던 모습이 아닌가. 대기업의 의사결정 구조와도 굉장히 많이 닮아 있다. 회사에서는 업의 본질에 집중해야 하지만 주로 CEO라는 작자들은 일보다는 겉으로 보이는 성과에 치중한다. 직원들이 하는 일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고 어떻게 하면 내가 더 돋보일 수 있고 연임할 수 있을지에 대한 관심이 많다. 회사의 장기적 관점보다는 단기적 관점에 치중한다.
이번 국가대표 멤버든 역대급 엔트리였다. 손흥민, 이강인, 황희찬 등. 아마 다시는 나오지 못할 정도로 훌륭한 인재들로 포진되어 있었다. 하지만, 이 멤버들을 가지고도 수장이 제대로 하지 않으면 성과를 내지 못한다는 것을 우리는 두 눈으로 똑똑히 봤다.
선수들은 죄가 없다. 다만, 감독의 무능력한 전술. 그리고 처음으로 돌아가서 이런 감독을 선정한 축구협회장의 죄가 더 크다. 대기업도 마찬가지다. 개인이 아무리 뛰어나서 발버둥 쳐도 조직은 바뀌지 않는다. 왜냐하면 거대한 조직이기 때문이다. 축구팀 또한 손흥민, 이강인이 아무리 잘해도 11명이라는 거대 조직이 함께 뛰어야 하고 고장 난 부분이 있으면 감독이 적절하게 조율해줘야 한다. 그러라고 감독이 있는 거다. 그냥 웃고 있으라고 있는 게 아니고.
앞으로도 대한민국 축구에 희망이 있을지 개인적으로는 의문이 든다. 다음 축구협회장을 뽑을 때도 권력 있고 힘 있는 사람이 뽑힐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대한민국 축구가 정말 잘 되길 원하는 협회장이 뽑힐 가능성은 아무래도 적지 않을까.
대한민국 축구 팬들은 이제는 진짜 기대를 저버려야 될까? 아마 이러면서도 또 속을 내 자신이 답답하다. 그만큼 대한민국 축구가 잘 됐으면 하는 마음이 크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