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가 끊임없이 이어졌다.
직장생활에 관한 이야기 중이었는데, 누구는 바보같이 맨날 성실히 일만 하는 사람과 또 다른 사람은 일에는 그닥 관심 없지만 정치나 사람 사귀는 곳에 눈을 돌려 고급 정보로 주식, 부동산으로 돈도 많이 벌었다고 한다.
그러면 과연, 맨날 성실히 일한 사람이 잘한 걸까 못한 걸까? 아니면 농땡이 피고 다른데 한 눈 판 사람이 못했다고 할까? 아니면 잘했다고 할까?
사실 그건 판단하는 사람 몫에 다르다.
나는 개인적으로 그 한쪽도 맞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회사는 나를 지켜주지 않는 곳이기에 받는 만큼 또는 그 이상 일은 해야겠지만 그렇다고 너무 직장에 매몰되는 건 좋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 중에 한 명이다.
그렇게 식사자리를 마무리하고 계산하러 갔다.
카운터에 계신 분은 직원 분이었고 처음에는 그렇게 인상 깊게 보지 않았으나 굉장히 말라 계셔서 무슨 고생을 하시길래 이렇게 마르셨나.. 생각하고 지나쳤다.
지인과 2차 갈 곳을 찾는 중 주변에 도무지 맥주집이 안 보였는데 길 건너 작은 맥주집 하나가 있길래 그곳으로 들어갔다.
그곳으로 들어간 뒤 굉장히 놀라운 사건이 하나 벌어졌다. 갑자기 알바생들이 한쪽을 향해 90도로 인사를 하는데 반대쪽을 쳐다보니 거기에서 걸어오는 사람이 아까 1차 식당에서 직원으로 계시던 분이 아닌가.
나는 놀랬다.
아니, 반대편 가게에서 종업원으로 일하면서 반대편에 맥주집 사장을 하고 계신다? 이 너무 놀라운 전략이 아닌가 싶어 몇 가지 질문을 했다.
아니 어떻게 여기에다 맥주집 차릴 생각을 하셨어요?
아, 반대편에서 종업원으로 일하다 보니까 사람들이 맨날 2차 갈 곳이 없다고 불평하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차렸습니다.
머리를 탁! 치는 순간이었다.
누구는 그 가게에서 종업원으로 일하면서 열심히 서빙만 하고 손님 접대를 했을지 모른다. 그런데, 이 분은 일은 어떻게 했는지는 모르지만 사람들을 관찰했고 사람들의 Needs를 읽었다. 그리고 그 Needs를 해결하기 위해 반대편에 맥주집을 차린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이 전략은 정확하게 먹혀들었고 내가 들어갔을 때만 해도 만석이었다. 그런데, 아직 끝난 게 아니다.
놀라운 게 하나 더 있는데 이 맥주집에서 파는 술에 대한 이야기다. 보통은 맥주만 팔 수도 있는데 여기는 양주도 팔고 있었다.
그 이유를 듣자 하니 반대편에 있는 고깃집이 1인당 10만 원은 넘게 줘야 하는 고급식당인데 이 사람들은 여유가 돼서 비싼 술이라도 쉽게 지갑을 연다는 것이다.
그래서, 양주까지 품목에 추가를 했는데 대부분 테이블에 양주도 어렵지 않게 발견되는 게 아닌가.
사실 어떤 MBA 경영 수업보다도 값진 이야기가 아닌가 생각한다. 사람들을 관찰하고 사람들의 Needs를 읽을 줄 알고 그 Needs를 충족시켜 줄 수 있다면 돈은 저절로 들어온다.
오늘 내가 이 맥주집에 지출한 돈이 아깝지 않다고 느꼈다. 살아있는 경영학 수업이었고 이런 기가 찬 전략은 하버드 경영대학을 나와야만 쓸 수 있는 게 아니고 자고로 사람을 잘 관찰할 줄 알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