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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릭리 Jul 09. 2022

제가 담당자가 아닙니다

담당자가 아니라고 당당하게 말하세요

저는 신입사원 때 '제가 담당자가 아닙니다'라고 말하는 게 가장 힘들더라고요. 그땐 뭣 때문에 그게 그렇게 힘들었을까요. 사무실에 앉아 있다 보면 잠시 자리를 비운 선배들 자리에서 수화기 알람이 울리고 전화를 당겨 받아요. 


혹시 OOO씨 지금 자리 안 계시나요? 

아, 네 지금 잠시 담배 피우러 가셨어요. 

OOO사원님, 그럼 혹시 이거 아세요? 이것 좀 알려주실 수 있나요? 

네 넵 알겠습니다. 제가 파악해서 Feedback 바로 드리겠습니다. 


이렇게 답변하는 게 저한테는 일상다반사였어요. 왜냐면 거절을 할 줄 몰랐으니까요. 왠지 담당자가 아니라고 하면 일을 회피하는 신입사원처럼 보일 수도 있고, 그냥 엄청 적극적이고 싶었거든요. 근데, 당겨 받는 전화를 통해 내 업무도 아닌 것을 Follow-up 하다 보면 많은 부작용들이 생겨요. 첫 번째로는 내 업무가 과중돼요. 내 일이 아닌데도 하다 보면 막상 담당자는 '어라? 저 신입사원이 내 일까지 해주네? 개꿀~' 이렇게 생각해요. 'OO씨. 그건 내 일이니 둬요. 내가 처리할게요' 이렇게 말하는 사람은 많지 않더라고요. 그렇게 아름다운 세상이 아니에요. 그리고 두 번째 부작용은 그 업무를 잘 못 처리했을 때 발생하는 문제예요. 일단 선배한테 엄청 혼나는 것은 둘째치고 그 업무로 인해 많은 사람들에게 불편을 미칠 수 있어요. 그래서 내일이 아니면 절대 건드리지 않아야 되는 게 상책이더라고요.


직장생활 10년이 지난 지금은 아주 쉽게 얘기해요. 그건 제 일이 아니라고요. 그 담당자는 OOO씨라고 아주 당차게 얘기합니다. 듣는 상대방 입장에서는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지만 이게 맞더라고요. 


혹시 OOO씨 지금 자리 안 계시나요? 

아, 네 지금 잠시 담배 피우러 가셨어요. 

OOO과장님, 그럼 혹시 이거 아세요? 이것 좀 알려주실 수 있나요? 

아니요 제가 담당자가 아니라서요. 담당자는 OOO대리님이 개인 핸드폰으로 전화해보시는 게 어떠세요? 


사실 예전에는 이렇게 내가 담당자가 아니라고 딱 잘라 말하는 사람이 왠지 미워 보였어요. 뭐 저렇게 이기적으로 일을 처리해? 그냥 메모도 해두고 전달을 하던지 조금 알아봐 줄 수는 없는 건가? 생각했어요. 하지만 그 사람이 맞더라고요. 그래야 내 일도 과중되지 않아 매끄럽게 처리할 수 있고, 괜히 이상한 업무 건드려서 꼬이는 일이 안 생기더라고요. 혹시나, 내가 담당자가 아니에요라고 말하는 게 꺼려지시나요? 꺼려하지 말고 시원하게 얘기하세요. '제가 담당자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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