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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릭리 Sep 09. 2022

코로나에 망한 태국 골프장들

1등만 살아남는 이유 

어느덧 코로나가 세상을 덮친지도 2년이 훌쩍 넘어갑니다. 저는 우연히도 코로나가 터졌을 때 태국에 파견 근무 중이었는데요. 코로나가 오기 전 태국에서 골프 치기는 하늘의 별따기였습니다. 워낙에 관광객들이 많았으니까요. 2주 전에 예약하지 않으면 티를 잡기가 어려웠고 골프장에 조금이라도 늦기라도 한다면 뒷 팀에 피해를 줘 페널티를 물기도 해야 했죠. 그렇게 태국에 있는 1등부터 꼴등까지의 모든 골프장들은 평화로운 사업을 영위해나가고 있었습니다. 코로나가 터지기 전까지는요. 그런데, 독실한 불교 나라인 태국도 부처님이 코로나는 막아주지 못했습니다. 코로나로 인해 하늘길은 완전히 차단됐고 태국으로 오는 관광객의 발길도 자연스럽게 끊겼죠. 그렇게나 많이 찾아오던 골프 관광객들이 한순간에 사라지니 지금까지 골프장을 잘 운영해오던 클럽들도 위기를 맞이한 것입니다. 


해외 관광객들이 끊기자 태국의 여러 골프장들은 어떻게 했을까요? 태국 자국에 머무르고 있는 골프 인구들을 유혹하기 위해 할 수 선택은 가격 인하밖에 없었습니다. 3,000바트면 원화로는 12만 원 정도인데 갑자기 2,000밧(약 8만 원)으로 라운딩 금액을 앞 다투어 인하하기 시작했죠. 태국에 머물고 있는 저는 신났습니다. 당일에 예약해도 골프장을 예약할 수 있었고, 심지어 취소를 해도 페널티를 물리지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장사가 안 됐고 한 사람이라도 아쉬웠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혹시 골프를 혼자 쳐보신 적 있나요? 지금 국내에서는 감히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죠. 2인 플레이도 안 되는 판국에 1인 플레이라뇨? 하지만 태국 골프장은 어떻게든 살아남기 위해 1인도 받아줬습니다. 그래서 가끔씩은 연습차 혼자서 골프장을 가기도 했던 호화로운 생활을 누렸습니다. 


하지만 끝날 듯 끝나지 않는 코로나로 골프장은 어떻게 됐을까요? 계속 이렇게 저가 정책을 유지하며 골프장을 유지할 수 있었을까요? 물론 그렇게 하지 못했습니다. 가장 안 좋은 꼴등 골프장부터 망하기 시작했습니다. 모두가 가격을 인하하니 소비자들은 웬만하면 조금 비싸더라도 고급진 골프장을 갑니다. 우선 골프인구들은 어느 정도 소득이 있는 사람들이고 이때 아니면 이 가격에 못 간다라는 심리로 좋은 골프장을 찾는 것이죠. 그래서 저도 일반인으로서는 가기 힘든 CheeChan이라던가 태국에 유명한 골프장은 상당히 많이 돌아본 것 같습니다. 그렇게 사람들이 좋은 골프장에 몰리면 아무리 저렴하더라도 좋지 않은 골프장은 방문을 하지 않게 됩니다. 그래서, 후순위에 밀려있는 골프장부터 망했던 것이죠. 


이때 큰 깨달음이 왔습니다. "아! 이래서 1등 기업을 사라고 하는 거구나" 왜냐하면 위기에는 1등이 살아남기 유리하기 때문입니다. 경제가 좋을 때는 1등부터 후순위 기업까지 낙수효과로 많은 이득을 보지만 위기가 오면 후순위 기업들은 정신을 차릴 수가 없습니다. 마치 태국에 후순위 골프장이 망했던 것처럼요. 이 걸 경험하니 해당 산업에서 후순위에 뒤처져 있는 기업은 손이 잘 나가지 않더라고요. 물론 후순위 기업들이 1등 기업이 되면서 드라마틱한 일이 발생하는 일이 있기는 하지만 저는 그런 기업을 찾을 능력이 없습니다. 주식을 살 때도 항상 고려해야 할 것이 '위기에 살아남을 수 있는 기업인가?'를 항상 염두에 둬야 합니다. 태국에서 골프를 치며 배운 소중한 교훈을 여러분들께 공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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