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애플에게 막히고, 중국기업들에게 치이는 삼성
정확히 2년 전 이맘쯤 읽은 글이 하나 있습니다. 2015년 3월 1일에 쓰인 <이코노미 인사이트> 커버스토리인데, "중원의 스마트폰 삼국지"라는 제목의 3부작 칼럼으로 애플, 샤오미, 삼성을 비교 분석한 글입니다. 2년 만에 다시 읽은 글인데도 2017년인 아직까지 공감되는 부분이 많습니다.
과연 2년 동안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살펴보죠.
세계 최대 시장으로 떠오르는 중국에서 불꽃 튀는 스마트폰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1위를 독주하던 삼성전자가 샤오미와 애플의 협공에 밀려 지난해 4분기(2014)에는 시장점유율 3위로 밀려났다. 갤럭시 재고가 곳곳에 쌓이면서 삼성 스마트폰을 취급하던 유통업체들이 엄청난 손실을 떠안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
샤오미는 삼성을 밀어내고 지난해 3·4분기(2014) 연속 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했다. 샤오미는 스마트폰에 그치지 않고 중국 내의 스마트 생태계를 장악하겠다는 원대한 전략을 펼치고 있다. 애플도 아이폰6의 인기에 힘입어 점유율이 지난해 3분기 5%에서 4 분기 10.9%로 껑충 뛰어 2위 자리를 차지했다. 팀 쿡 애플 최고 경영자(CEO)는 향후 모든 역량을 중국 시장에 쏟아붓는다는 구상을 갖고 있다. 프리미엄 시장에선 애플에, 중저가 시장에선 샤오미에 밀리면서 삼성이 유례없이 고전하는 형국이다.
- 스마트폰 삼국지, <이코노미 인사이트 2015.03 Vol.59> p.33
2014년 4분기를 분석한 2015년의 글입니다. 그럼 지난 2년 간의 점유율은 어떻게 되었을까요? 2017년 2월 5일에 발표된 IDC의 자료에 따르면, 삼성은 2015년과 2016년 중국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 상위 5위권에 들지 못했습니다. 5위권에 들기는 했지만, 샤오미와 애플도 순위가 하락했습니다. 단, 애플은 2016년 4분기 세계 스마트폰 산업 이익의 92%를 독식할 정도로 막대한 수익률을 자랑하고 있습니다.
2015년 중국 시장점유율
샤오미 15.1%, 화웨이 14.6%, 애플 13.6%, 오포 8.2%, 비보 8.2%
2016년 중국 시장점유율
오포 16.8%, 화웨이 16.4%, 비보 14.8%, 애플 9.6%, 샤오미 8.9%
(갤럭시 노트 7은 2016년 8월에 출시되어 10월에 단종되었다)
삼성이 2014년에는 점유율 12.8%로 중국 스마트폰 시장 2위로 등극했던 때를 생각하면 엄청난 추락입니다. Statista에 따르면, 2014년 중국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 탑 파이브는 샤오미 13.3%, 삼성 12.8%, 레노보 11.2%, 애플 10.1%, 화웨이 9.6%였습니다. 이 당시, 비보와 오포의 점유율은 3.8%와 3.5%로 10위권에서 8위와 9위였습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삼성 휴대전화가 최근 중국 경쟁사들의 도전을 받고 있지만 중국은 여전히 매우 중요한 시장”이라고 지적했다. “애플은 강력한 상대다. 그러나 삼성은 중국 시장의 최대 적수로 샤오미를 꼽았고 화웨이와 레노버 등 중국 제조사의 시장 동향을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
2010년에 창립된 샤오미는 "처음 자금조달 때 4100만 달러를 투자받았고 기업가치는 2억 5천만 달러에 달했습니다. 2011년 두 번째 자금조달 때는 9천만 달러를 끌어모았고 기업가치는 10억 달러로 늘었습니다. 6개월 뒤에는 2억 1600만 달러를 조달했고 기업가치가 40억 달러까지 치솟았습니다. 2013년 8월에는 기업가치가 100억 달러를 돌파"했습니다. 그리고 2014년 12월, 샤오미의 기업가치는 450억 달러로 최고점을 찍었습니다.
그러나 2016년 8월, 기업가치가 40억 달러 밑으로 떨어졌습니다. 2년도 되지 않아, 샤오미의 가치가 10분의 1도 되지 않게 된 것입니다. 2015년 당시에 글로만 읽었을 때는 놓쳤던 부분들이 2017년 지금 다시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2013년 8월에는 기업가치가 100억 달러를 돌파했다. 당시 레이쥔은 자신의 웨이보(微博·중국판 트위터)를 통해 해당 소식을 전하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1년이 지난 지금 기업가치가 다시 4.5배 상승했지만 샤오미와 레이쥔은 침묵을 지켰다. 기업 관계자에게 문의해도 한결같이 “할 말이 없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샤오미 관계자는 “레이쥔은 창업 초기부터 기업가치가 단기간에 급상승하기보다 신중하게 올라가기를 바랐다”고 전했다.
샤오미의 이번 자금조달은 지난해 8월부터 시작됐다. 기업가치가 400억 달러를 넘길 것이란 소식이 들렸지만 샤오미는 별다른 논평을 하지 않았다. 지난해 12월 22일 외국인 투자자들의 크리스마스 휴가를 앞두고 모든 절차가 마무리됐다. 4개월 만에 샤오미의 몸값은 450억 달러로 뛰어올랐지만 샤오미는 좀처럼 이 사실을 외부에 공개하지 않았다. 자금조달에 참여한 투자기관들 사이에서도 충분한 소통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한다.
GIC(싱가포르 투자청)의 한 관계자는 "샤오미의 자료를 접하기 힙들었다"고 전했다. 규모, 성장 속도, 사업모델, 현금흐름만 놓고 보면 낙관적이지만 순이익을 확인한 뒤 낙관적이던 기대치를 한 단계 끌어내렸다고 한다.
레이쥔 CEO가 생각한 이상으로 샤오미의 가치가 너무나 오른 것이었습니다. 버블이죠. 사실 샤오미의 비즈니스 모델과 수익률을 확인해보면 샤오미는 돈을 많이 벌어들이지 못하는 회사였습니다. 샤오미는 인터넷을 통한 박리다매 비즈니스 모델로 시장을 넓혀왔던 것입니다.
블로터에 따르면, 샤오미는 2013년에 총 43억 달러(4조 7천억 원) 매출을 냈는데 이 중 이익은 5600만 달러 수준이었습니다. 원화로 약 615억 원 정도 되는 금액입니다. 영업이익률이 겨우 1.28% 밖에 안 되는 수준입니다. 이어서 2014년에는 영업이익률이 0.47%였고, 2015년에는 영업이익률이 고작 0.6%였습니다. 수익률이 너무나 낮아 R&D 투자비와 특허분쟁비 등에 발목 잡힌 샤오미를 투자자들이 이제는 회의적으로 보고 있습니다.
또한 중국 스마트폰 시장이 포화되면서 스마트폰 판매가 전체적으로 둔화되었습니다. 그리고 스마트폰을 교체하는 중국인 소비자는 샤오미보다 더 좋고 비싼 타사 스마트폰을 구입한다고 합니다. 이로 인한 점유율 하락으로 매출과 영업이익률이 떨어지고, 품질 저하로 연결되는 악순환에 빠져듭니다. 삼성이 샤오미를 최대 적수로 생각했던 이유는 가격경쟁력과 점유율이었던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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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고성능 스마트폰 제조사 화웨이, 오포, 비보는 샤오미와 가격으로 싸우지 않는 것을 전략으로 삼았습니다. 키모빌이라는 스마트폰 가격/스펙 비교 사이트를 참고하면, 실제로 샤오미 스마트폰과 같거나 비슷한 스펙의 화웨이, 오포, 비보 스마트폰이 더 비쌉니다. 그럼에도 오포, 화웨이, 비보는 2016년 중국 시장점유율에서 1, 2, 3위를 차지했습니다. 결국 싼 가격이 능사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여기에서 삼성이 부진한 이유가 보였습니다.
중국폰 디자인 개선, 아이폰 대화면 출시로 2014년부터 삼성 제품 판매 부진과 재고 증가 악순환
삼성 스마트폰이 중국에서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디자인이 개선된 중국 브랜드에 고객을 빼앗기면서 대리점에는 재고가 쌓이고 있다. 지난 1월(2015) 출하량은 2014년 같은 기간의 절반 수준이다. 특히 중저가 시장에서 샤오미와 화웨이의 공세가 거세다. 고가 시장에선 대화면을 내세운 애플 아이폰6의 약진으로 삼성의 입지가 위태롭다. 양쪽의 협공에 끼인 형국이다. 삼성은 유통망을 개혁해 중국 내 직판 체제를 강화함으로써 위기를 타개하려 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제품과 브랜드 전략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화웨이 관계자는 “한 브랜드의 성공은 최종적으로 유통경로가 아닌 제품이 결정한다”고 지적했다. “삼성이 유통망의 힘을 과도하게 평가한 것 같다. 문제가 발생한 쪽은 브랜드와 제품인데 아직까지 제품이나 브랜드에 맞춘 경영 방식의 변화를 확인할 수 없다.”
제품과 브랜드. 중국 기업들은 세계의 공장이라는 간판 아래 조용히 축적된 기술력 향상으로 제품의 품질을 개선하기 시작했고, 아이폰의 짝퉁이라는 비난까지 감수하며 애플의 브랜드 전략과 디자인을 벤치마킹했습니다. 샤오미와 화웨이는 이미 들어서 알고 있었기에, 오포와 비보에서 출시한 스마트폰을 확인해보았습니다. 정말 아이폰과 닮았습니다. 하드웨어 디자인, UI 모두 다 말입니다.
오포와 비보의 사이트를 방문해보니 웹사이트의 구성, 제품 소개 방식, 심지어 텍스트와 그림의 위치까지 애플의 사이트와 유사한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습니다.
화웨이, 비보, 오포의 스마트폰 디자인, 스펙, 가격을 비교해본 결과, 이들의 약진은 쉽게 말해
디자인 좋은 고성능 스마트폰을 삼성 제품보다 싼 가격에 즐길 수 있기 때문
이었습니다. 그러나 앞서 말했듯, 싼 가격이 능사가 아니라고 했습니다. 단순히 가격 경쟁력의 이유로 삼성 스마트폰이 안 팔렸던 것이라면 2016년 점유율 1위도 샤오미였어야 했습니다. 삼성의 판매 부진은 오포, 화웨이, 비보, 애플, 샤오미보다 소비자에게 덜 매력적이기 때문입니다. (2016년은 갤럭시 리콜 사태라는 이유가 있지만, 2015년은 설명이 되지 않는다)
삼성이 고가 시장에서 애플과 어깨를 견줄 수 있었던 것은 당시 중국 휴대전화의 디자인이 초보 수준이고 삼성 제품이 애플에 비해 화면 크기와 디자인이 다양해 차별화가 가능했기 때문이다. 지금은 애플이 시장 수요에 부응해 화면 크기를 키웠고 독점적 운영체제인 iOS가 굳건하게 자리를 잡았다. 반면 삼성 제품은 외관 디자인이나 제조공법 면에서 중국산 휴대전화와의 격차가 좁혀졌고, 운영체제도 같은 안드로이드를 사용하며, 특별한 사용자 경험(UX)도 없다. 굳이 값비싼 삼성 제품을 사야 할 이유가 없어진 것이다.
이는 곧 삼성 휴대전화 사용자의 이탈을 불러왔다. iOS 시스템은 폐쇄적이고 애플리케이션(앱)을 엄격하게 관리하지만 iOS를 장착한 애플 휴대전화는 사용 기간과 상관없이 속도가 빠르다.
가격이 비슷하게 비싸면 차라리 성능이 뛰어난 오리지널 아이폰을 사고, 디자인이 비슷하면 차라리 상대적으로 저렴한 현지 기업의 스마트폰을 쓰겠다는 것이 중국인의 생각입니다. 쉽게 말해, 삼성의 갤럭시는 포지셔닝 전략이 잘못되었습니다. "화면 크기와 디자인이 다양"하다는 뜻은 달리 말해 제품의 가짓수가 많을 뿐, 삼성만의 독점적이고 차별화된 핵심 제품이 없었다는 뜻입니다. 고가 스마트폰 시장에서는 애플의 브랜드, 디자인, 생태계, OS라는 천장을 못 뜷는 형편이고, 중저가 스마트폰 시장에서는 비슷한 브랜드 파워와 스펙 수준에서 중국의 기술력과 가격 경쟁력이 치고 올라오는 형국입니다. 커버스토리의 소제목 중 하나가 이를 반영하듯 굉장히 핵을 찌릅니다.
디자인 강점 없고 사용자 경험 없고 값은 비싸고
자오양 CCID 인터넷연구센터 부총경리는 “삼성은 처음부터 공급망이 강점이었고 중저가 시장을 겨냥했는데 2012년 이후 얇고 화면을 키운 디자인이 성공하면서 중·고급 시장을 공략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중국 시장에서 중국산 휴대전화가 선전하고 애플이 화면을 키운 신규 모델을 출시하자 삼성은 앞뒤에서 공격을 받았다.”
애플이 5.5인치 스마트폰을 내놓기 전까지는 삼성이 '승승장구'하다가 아이폰 6가 나온 후로 시장에서 자신의 위치가 흔들렸다는 것은 대화면만으로 제품을 돋보이려 한 삼성의 실수라고 생각합니다.
애플의 약진은 중국에서 고가폰 시장의 라이벌인 삼성전자를 위협하고 있다. 애초 중국 고가폰 시장 고객들의 아이폰 선호도가 높은 데다 애플이 중국인이 선호하는 대화면 제품을 출시함으로써 삼성전자의 강점을 무력화했기 때문이다. 애플은 특히 적은 수의 제품으로 전 세계적으로 단일한 이미지를 구축하고 있어 고가폰 수요자의 확실한 지지를 받고 있다. 반면 삼성전자는 성능과 가격대별로 너무 다양한 상품을 내놓으면서 역효과를 보고 있다.
중국 소비자는 삼성이 대화면을 선보였을 때는 5.5인치 전자제품으로 받아들였지만, 애플이 대화면을 선보였을 때는 5.5인치 명품으로 받아들였습니다. 중국 재계 관련 정보 제공업체 후룬의 '2015년 사치품 소비자 설문'에 따르면 애플은 남녀 조사에서 각각 20.3%와 18.9%의 득표율로 남녀 모두가 선호하는 선물용 브랜드라고 합니다. 그리고 2016년과 2017년 현재까지, 제 중국 친구들의 증언에 따르면 이는 아직 변하지 않는 사실인 것 같습니다.
중국 앱 기반 조사업체 유멍이 2014년 3월 발표한 중국 모바일 시장에 대한 보고서를 보면, 중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500달러(약 55만 원) 이상 고사양 기기 사용자의 80%는 아이폰을 쓰고 있다. 아이폰을 살 여력이 있는 소비자층은 애플에 높은 충성도를 보였다.
샤넬과 스타벅스 같은 명품 로고, 람보르기니와 돔 페리뇽 같은 고급 상품을 보면 중추와 전전두엽이 반응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고급 브랜드에 사람이 본능적으로 즐거움을 느끼고, 긍정적으로 반응한다는 뜻입니다. 애플은 비싸도 꼭 사고 싶다는 명품의 이미지가 로고와 제품의 하드웨어, 그리고 포장 박스에 까지 각인되어 있습니다. 명품 의류 브랜드 버버리의 CEO 출신인 앤젤라 아렌츠를 애플의 유통 및 온라인 스토어 담당 총괄 부사장으로 임명할 만큼, 애플은 지속적으로 그리고 계획적으로 자사 브랜드의 고급 이미지를 관리·확산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애플은 삼성과 무엇이 달랐던 것일까? 전문가들은 '단일한 아이덴티티'를 가꿔온 데서 애플과 삼성의 차이를 찾는다. 애플은 '아이폰' 하나만의 라인업을 계속 발전시켜오면서 고급 이미지를 지켰다는 것이다. 이것은 애플이 전 세계에서 지키고 있는 원칙이다. 적은 가짓수의 제품으로 구매력 있는 소비자들이 돈을 쓰게 하는 전략이다. "애플은 어디서나 똑같은 글로벌 제품을 가지고 들어왔다." 포레스트리서치의 애널리스트 플랭크 길레트의 말이다.
반면 삼성전자는 성능과 가격대별로 다양한 제품을 내놓은 것이 역효과를 낳았다. 애초 패블릿 시장을 선점한 것은 삼성전자였지만 삼성전자의 다변화 전략은 하이엔드 시장에서는 고급 이미지를 희석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삼성은 로엔드 시장에서는 샤오미 같은 중국 현지 업체들과 경쟁하면서 이중 압박에 시달리게 됐다.
2017년, 갤럭시 S8의 흥망이 궁금합니다. 그리고 변화된 삼성의 전략을 보고 싶습니다. 삼성은 중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5위권으로 다시 진입할 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