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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외식업의 본질은 음식. 본질에 집중해야.

하와이 샐러드 포케(Poke) 스타트업 '매드피셔맨'의 대표, 남태욱

이 인터뷰는 금전적 지원을 받지 않았습니다.


차례

1. 자신의 길을 기획하다

2. 새로운 메뉴, 새로운 케이터링

3. “좋은 친구는 힘입니다”

4. 외식업의 본질은 음식

5. 문제는 돈과 운영

6. 사업가의 역량과 포부

7. 이름 짓기 그리고 브랜딩




“외식업의 본질은 음식입니다.”


사뭇 당연한 말이나 이걸 지키지 못해 망하는 외식업소는 부지기수입니다. 2017년 6월, 학여울역에 있는 SETEC에서 “Hey Startups! 2017”이 개최했었습니다. 국내외의 여러 스타트업이 참여한 대규모 행사였습니다. 행사장 안을 돌아다니다 보니 음식과 음료를 파는 스타트업 부스가 몇몇 있었지만, 이 부스만큼 사람이 붐비고 대기열이 긴 곳이 없었습니다. 바로 ‘매드피셔맨(MAD.FISHERMAN)’이었습니다.


SETEC "Hey Startups! 2017”에서 만난 매드피셔맨과 포케


‘하와이에서 온 포케(Poke)’라는 슬로건으로 많은 사람의 관심을 끌고 있던 이 부스의 메뉴는 단 세 가지. 연어 포케, 새우 포케, 그리고 수박주스였습니다. 저는 연어 포케 컵밥과 새우 포케 컵샐러드 두 가지 모두를 주문했고, 이 둘을 먹어본 결과… 정말로 맛있었습니다.


매드피셔맨 부스는 두 가지 면에서 제 시선을 사로잡았습니다. 첫째, 포케라는 메뉴는 제게 새로웠습니다. 포케(Poke)는 하와이어로 ‘자르다’, ‘썰다’란 뜻입니다. 이름처럼 깍둑 썰기한 날생선을 채소와 양념에 버무린 요리입니다. 둘째, 합리적인 가격에 이렇게 맛, 양, 질을 모두 잡은 요리는 정말 오랜만이었습니다. 다채로운 재료와 다양한 식감이 총액 6천 원의 포케 두 그릇에서 조화를 이루고 있었습니다. 신선하게 씹히는 해산물, 바삭한 통곡물과 나초칩, 파릇하게 아삭한 채소, 그리고 향미를 살리는 셀러리 조각과 양념. 샐러드만으로는 채워지지 않을 허기를 연어 포케의 흑미밥이 깔끔히 채워주었습니다.


음식 이외에도 매드피셔맨의 간결한 로고, 푸른 브랜드 색, 재치 있는 배너 등이 마음에 들었던 저는 떠오르는 판교 맛집 매드피셔맨을 인터뷰하기 위해 판교 유스페이스 A동 지하 1층의 매장을 방문했습니다. 인터뷰는 매드피셔맨의 남태욱 대표님과 8월 10일에 진행했습니다.



1. 자신의 길을 기획하다


간단한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제 이름은 남태욱이고 84년생입니다. 원래는 회사원이었습니다. 전략기획 분야에서 경력을 쌓아가다가 외식업 쪽으로 전문화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고, 현장에서 직접 부딪히며 창업해보기로 했습니다.


대표님께서 창업하기 전까지의 이야기를 간단히 들을 수 있을까요?

저는 28살에 미국으로 건너가 뉴욕주립대를 졸업했습니다. 전공은 경영, 경제, 회계 이 세 과목입니다. 저는 전략기획 분야에서 경력을 쌓았고, 학부 졸업 후 뉴욕 노무라연구소 컨설팅 부서에서 RA(Research Assistant)로 일하기 시작했습니다. 분야의 특성상 다양한 프로젝트에 참여했는데요, 그중에서도 남미 프로젝트가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귀국 후 몇몇 컨설팅회사에서 짧게 일하다가 이랜드 전략기획실로 옮기게 되었습니다.


이랜드 계열의 호텔, 테마파크, 엔터테인먼트에서 여러 프로젝트에 참여했는데 그중 외식업 프로젝트에 마지막으로 참여하면서 가장 오래 일했습니다. 8개월 정도 했네요. 자연별곡 기획에도 참여했습니다. 자연별곡 2호점 오픈 후부터 프로젝트에 참여하기 시작했는데, 메뉴 설계, 원가 계산, 시즌 메뉴를 구성하는 등 매장 운영의 방향을 잡는 일을 했죠.


외식분야에서 일을 하다 보니 외식업이 제게 가장 잘 맞고, 재밌다는 걸 느꼈습니다. 외식업이라는 게 되게 정직하거든요. 본인이 시간과 노력을 쏟은 만큼 바로바로 피드백이 돌아오는 분야입니다. 그래서 외식업에 전문성을 가져보고 싶었죠. 이랜드를 나온 후, 원할머니보쌈으로 이직해서 신사업개발 분야에서도 일을 좀 했었습니다. 창업하기 전 마지막으로 플레이팅이라는 스타트업에서 한 달 반 정도 근무했습니다.


매드피셔맨은 어떻게 기획한 건가요?

원할머니보쌈을 그만두고 플레이팅에 들어가기 직전에 여행을 떠났습니다. 남미를 먼저 여행하고 그다음 친구들과 지인들도 볼 겸 뉴욕으로 갔습니다. 거기서 사업구상 도움도 많이 받았는데요, 그 친구들은 제가 외식업에 관심 있는 것을 아니까 뉴욕에서 인기 있는 몇 가지 아이템을 찍어줬습니다. 그 첫 번째가 바로 포케였습니다.


제가 뉴욕에서 공부할 때만 해도 치폴레(Chipotle)가 강세였거든요. 그런데 뉴욕을 오랜만에 다시 방문했을 때는 위세가 약해져 있었습니다. 그리고 포케는 미국뿐만 아니라 각종 유럽 대도시에도 생기고 있고 아시아에도 확산 중이에요. 홍콩, 대만에도 브랜드가 생기고 있습니다. 이렇게 핫(hot) 한 포케를 한국으로 들여와 사업화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고 실행으로 옮겼습니다.


매드피셔맨 개점, mad.fisherman instagram


창업을 결심한 시점은 정확히 언제였습니까?

플레이팅에서 일할때 였습니다. 이때가 아니면 이제 너무 늦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희가 2017년 3월 말에 개점했는데, 이전까지는 경험도 너무 부족하고, 자금도 좀 모자라고, 같이 사업할 사람도 확실히 찾지 못해 사업은 엄두도 내지 못했습니다. 저는 사업에서 가장 중요한 게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다음으로 자본이 중요합니다. 마지막으로 개인의 역량, 지식, 노하우, 네트워킹 이런 것들이 갖추어졌을 때 사업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2. 새로운 메뉴, 새로운 케이터링


포케가 한국에서 좋은 사업 아이템이라고 생각한 이유가 뭔가요?

저는 포케가 한국인의 필요에 맞다고 생각했습니다. 제가 회사에서 일할 때를 생각해보면, 거의 매일 야근이었는데 저녁으로 자극적인 음식을 주로 먹었던 것 같습니다. 물론 제 선택이긴 했지만, 건강하면서 맛있고 배를 채울 수 있는 음식을 찾기는 힘들었던 것 같아요. 어떤 때는 밤늦게까지 보고서를 써야 하는데, 자극적인 음식을 먹고 나면 집중력도 떨어지고 머리도 아프더라고요… 저는 이게 저만의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당장 회사 동료들만 보더라도 비슷한 불편을 겪고 있다는 걸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특히 여성 동료들이 더 그러했습니다.


그분들은 궁여지책으로 편의점에서 김밥과 샐러드를 사가더라고요. 그런데 그 메뉴들로는 충분한 영양소를 섭취하기 힘듭니다. 풀떼기를 먹으려고 저렇게 돈을 많이 내야 하나 이런 생각도 들고… 저와 그분들이 제 스스로 너무 안쓰러운 거예요. 그 경험을 토대로 포케가 딱 좋은 대체재가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자극적인 음식 때문에 평소 가지고 있던 불만을 포케로 해소할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편의점의 샐러드는 허기를 충분히 채우지 못하고, 토핑이 올려진 식당 샐러드 가격은 일반적으로 10,000원 내외입니다. 샐러드가 비싼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저는 비싼 재료를 넣은 것도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저도 만원 이상의 퀄리티를 내려고 하면 낼 수는 있지만 대중의 관점에서 볼 때 샐러드에 그렇게 비싼 채소를 넣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가격에 합당한 양질의 채소와 재료를 넣어서 영양소의 균형을 맞추면 되겠다고 확신했습니다. 저희 포케는 채소, 탄수화물, 단백질의 비율이 조화로워 먹으면 속도 든든하고 편안하면서 건강한 음식입니다.


매드피셔맨의 주요 고객은 누구인가요?

2535 여성 직장인들, 샐러드에서 채우지 못하는 허기에 불만을 가진 사람, 의식 있는 식습관을 실천하는 사람들입니다. 이런 분들은 저희 매장을 자주 재방문합니다.


매드피셔맨의 브랜딩 전략은 뭔가요? 건강식인가요?

저희는 건강함을 브랜드로 내세우지는 않아요. 그건 고객들이 만들어주는 이미지라고 생각해요. 저희는 패스트 캐주얼 다이닝(Fast casual dining)을 지향해요. 캐주얼하고 편안한데 동시에 빠른고 청결하게 음식이 나오는 거죠.


직장인의 평균 점심시간이 1시간에서 1시간 30분 정도입니다. 그 시간 안에 식사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 일을 해야 하기도 합니다. 직장인은 밥 먹으려고 줄을 서는 걸 되게 싫어합니다. 매장에서 일을 하다 보면 줄을 서기 싫어서 뛰어다니는 직장인을 많이 봅니다. 포케는 주문하면 2~3분 안에 만들어지기 때문에 고객이 빠른 시간 안에 건강한 음식을 받을 수 있습니다. 그건 확실히 저희의 강점입니다. 또 포케는 운영 관점에서도 아주 편리한 메뉴입니다. 재료를 미리 준비해서 레고처럼 조립하면 됩니다. 불로 조리하거나 다시 데울 필요가 없습니다.


매드피셔맨의 메뉴는 주로 콜드 디쉬인데 겨울에는 어떻게 운영할 건가요?

네, 맞아요. 따듯한 음식을 꼭 찾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판교에는 젊은 직장인 외에도 ‘아재’들이 많습니다. 언제는 한번 저희 매장에 손님이 세 분 오셨는데, 한 분이 따듯한 걸 먹고 싶다며 그 둘을 끌고 나갔습니다. 그럼 저희는 그날 고객 세 명을 놓친 거죠. 초반에 그런 경우가 꽤 많았어요.


그럼에도 메뉴판에서 수프를 뺀 이유는 운영에 어려움이 있어서 그렇습니다. 수프는 손님이 언제든지 주문할 수 있기 때문에 미리 만들어두어야 하고 계속 데워야 합니다. 일정한 온도를 계속 유지하지 않으면 맛이 가거나, 눅눅해집니다. 또한 눌어붙지 않게 저어줘야 하고, 농도 때문에 물을 보충해야 하는 등 손이 많이 갑니다. 그래서 일단 지금은 메인인 포케에 집중하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이번 겨울에 다시 더운 음식을 추가할 계획입니다.


매드피셔맨의 경쟁자는 누구라고 생각하나요?

가까이로는 이 근처에서 자극적인 음식을 파는 식당들입니다. 먼저 저희 매장 근처에는 다른 샐러드 집이 없습니다. 둘째로 판교는 건강을 생각하는 사람만이 모여있지 않습니다. 자극적인 맛에 길들여져서 본인의 이성과 상관없이 발이 그쪽으로 가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대여섯 명의 손님이 저희 매장을 방문한 적이 있었는데 그중 한두 명이 자극적인 음식을 파는 곳을 가고 싶어 해서 다른 손님들을 다 끌고 갑니다. 그한두명이 여기서 먹을 메뉴가 없다고 하면 다른 분들이 마음이 약해져서 “난 다른 거 먹어도 돼”, “다음에 우리끼리 오자”며 우르르 나가버립니다.


그리고 케이터링 분야에서 경쟁자는… 제가 생각하기에 일단 한국에서 케이터링 분야의 강자는 없습니다. 한국의 케이터링 산업은 선진국에 비해 좀 뒤처져있는 느낌입니다. 많은 수의 업체가 아직도 전통적인 방식을 많이 쓰고 있습니다. 사용되는 식기나 운영방식을 보면 기존의 출장뷔페 같습니다. 용기도 1회용이 아니라 대형 뷔페에서 쓰는 보온용 스테인리스 식기를 쓰고… 예전과 달리 한국 케이터링에도 핑거푸드가 도입되긴 했지만 전체적인 방식은 아직 못 벗어난 상황입니다. 결제도 무조건 총액 100만 원 이상이어야 주문을 받는 곳도 있고, 1인당 비용이 최소 4~5만 원은 기본입니다.


저도 케이터링이라는 말을 듣고 딱 떠오르는 회사나 브랜드는 없는 것 같네요. 그렇다면 대표님은 케이터링 산업에서 어떤 차별화를 꾀하나요?

저희는 소수의 메뉴에 집중하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포케는 인건비가 절약되는 메뉴입니다. 앞서 말했듯 포케는 불이 필요 없고, 재료를 미리 준비해서 그릇에 넣기만 하면 됩니다. 최근에 패션잡지 촬영 때문에 출장을 다녀왔는데, 저 혼자서 일을 충분히 소화할 수 있었습니다. 저희 시스템이 얼마나 효율적이냐면 30~50인분의 식사를 준비해야 할 시, 기존 케이터링 방식으로는 최소 3~4명이 출장에 투입되어야 합니다. 반면 저희는 한두 명이 출장 가도 충분하기에 남은 인원들이 매장을 운영하면 됩니다.


깔끔한 디자인, 용기, 그리고 음식, mad.fisherman instagram


영업을 안 할 정도로 케이터링 규모가 큰 적도 있었나요?

가장 규모가 큰 건 700명 정도였습니다. 다음 주 금요일은 어쩔 수 없이 문을 닫는데 그날은 250인분을 준비해야 합니다. 중소기업청에서 주관하는 스타트업 행사의 저녁 케이터링을 저희가 책임지게 되었습니다. 그런 날은 행사 자체도 중요하지만, 저희도 스타트업인 만큼 여러 관계자들을 만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매장을 닫고 총출동하는 거죠. 행사의 성격과 인원에 따라서 영업 유무를 판단합니다.



3. “좋은 친구는 힘입니다”


대표님이 영업을 직접 뛰며 주문을 받는 건가요 아니면 스스로 주문이 많이 들어오는 건가요?

저희는 현재 인력과 예산 문제로 광고, 홍보, 영업은 거의 못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친구들과 지인들 덕분에 주문이 많이 들어옵니다. 저희의 창업 소식을 들은 친구들과 지인들이 찾아와서 여러 메뉴를 직접 먹어보고 맛있으니까 자신들이 일하는 근무지에 저희를 소개해주었습니다. 재밌는 친구들이에요.


레진코믹스의 경우 거기에서 근무하는 친구 덕분에 일주일에 한 번씩 정기 주문이 들어옵니다. 저희들은 예산이 부족해서 아직 주문 앱으로 주문을 받을 수도, 공식 웹사이트도 없습니다. 하지만 그 친구는 자기가 레진코믹스 직원들의 주문을 구글시트로 받아서 저희에게 알려줍니다. 오늘도 단체 배달을 갔는데 이런 글이 써져 있었습니다. “가끔 누워있다가 매드피셔맨의 육회 포케가 생각나요.” 그런 글을 볼 때마다 되게 신이 납니다.


다른 친구 한 명은 현대자동차에서 연구원으로 일하고 있는데, 판교 IT 쪽에서 일하는 친구들을 굉장히 많이 알고 있습니다. 거의 하루에 한 번씩 자기 친구를 저희 매장으로 보냈습니다. 제가 이렇게 용기에다 음식을 담고 있으면 한 손님이 머뭇머뭇 다가와서는 “저 00 친구인데요”이러면 “아, 네 ㅎㅎ”이러고. (같이 웃음) 그렇게 그분들이 저희 매장에서 식사를 하면 다음에 또 다른 사람들을 데려오고. 좋은 선순환이에요.


비록 정기적으로 주문하는 곳이 아직 그렇게 많지는 않지만 배달 의뢰가 점점 늘어나고 있습니다. 그러나 저희가 배달 의뢰를 받기 위해 지금까지 한 번도 발품을 팔아본 적은 없습니다. 친구들의 도움을 받지 않은 단체 배달의 경우, 대부분 저희 매장을 직접 방문해 식사를 해보신 분들이 먼저 배달을 제안합니다. 저희 매장은 카카오에서 오신 손님들도 많아서 최근에는 카카오와도 정기배송을 협의 중입니다.


사람 만나는 것을 원래 좋아하세요?

저는 네트워킹을 의도적으로 하는 스타일은 아닙니다. 저는 좁고 깊게 만납니다. 다만 제가 깊게 만난 사람들이 네트워킹에 강했습니다. 연결이 연결을 부른다고, 그 사람들을 통해서 저는 여러 사람을 알게 되었습니다. 조금 전에 언급한 레진코믹스와 국민은행에 있는 친구들은 미국에 있었을 때부터 오랫동안 알았던 친구들입니다.


친구분들이 대표님을 이렇게 성심성의껏 도와준 이유가 있나요?

흠, 글쎄요. 굳이 말하자면 힘듦을 같이 했다고 해야 하나? 특별히 뭐 엄청 대단한 걸 해준 것 같지는 않은데… 확실히 말씀드릴 수 있는 건 동생과 친구에게 친한 형이나 오빠, 친구로서 다가갔지, 어떤 목적으로 접근한다는 느낌은 주지 않았습니다.



4. 외식업의 본질은 음식


사업을 시작하기 전에 시장조사를 당연히 해봤을 텐데 어땠나요?

포케를 파는 곳은 한국에도 이미 꽤 있습니다. 단지 전문으로 하는 곳이 많지 않을 뿐입니다. 서울 주요 지역에 있는 포케 집도 여러 번 가봤는데 솔직히 말해 몇 곳은 하와이 브랜드를 그냥 그대로 가지고 온 느낌입니다. 판권을 가지고 온 건지, 아니면 카피한 건지는 잘 모르겠는데 전체적인 브랜딩이 비슷하거나, 어떤 곳은 하와이 브랜드와 이름도 똑같습니다. 메뉴도 하와이 본토 느낌이 강합니다. 본토에서는 연어나 참치를 큼직큼직 썰고 토핑이 그렇게 강하지 않습니다. 반면 LA나 뉴욕 등 대도시 포케는 토핑이 굉장히 다양합니다. 포케가 하와이 음식이지만 매드피셔맨 포케는 미국 대도시 풍입니다. 또한 다른 포케 집과 다르게 저희는 한국에 맞게 로컬라이징 했다는 겁니다.


한국에서 식재를 연어와 참치만 고집한다는 건 쉽지 않습니다. 특히 참치가 쉽지 않습니다. 저희도 초창기에 참치 포케라는 클래식 메뉴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참치는 종류별로 그리고 부위별로 가격과 질이 천차만별입니다. 원가비율을 높이더라도 좋은 참치를 쓰려고 했지만, 메뉴 개편을 하며 지금은 참치 메뉴를 완전히 뺐습니다. 참치는 수급조절이 워낙 어려워서 원가 조절이 생각처럼 되지 않았고, 물건이 올 때마다 매번 질이 너무 달랐기 때문입니다. 가격으로든, 양으로든, 맛으로든 고객을 만족시킬 수 없는 메뉴를 내놓느니 그냥 정직하게 메뉴를 빼기로 했습니다. 그렇게 참치를 빼고 연어에 집중한 결과, 한국인 입맛에 맞도록 육회를 활용한 육회 포케가 탄생했습니다.


재료의 질을 중요하게 생각하시는데, 배달의 경우 해산물의 신선도는 어떻게 지키나요?

신선도는 문제없습니다. 아이스박스가 보냉이 상당히 잘됩니다. 그 안에 추가로 보냉제를 넣으면 유지가 잘되요. 거리도 중요한 문제입니다. 일반적으로 1.5~2km 내의 판교 부근만 배달을 하고 있습니다. 가끔씩 예외적으로 단체 배달이 많이 들어올 때는 멀리까지 가기도 합니다. 매장 근처 주문은 저희가 직접 배달하고, 조금 먼 곳은 배달대행업체를 쓰죠. 아주 먼 곳은 퀵을 쓰고 있어요. 퀵으로 보낸 것 중에서는 현재 레진코믹스가 제일 멉니다. 만약 다음 주에 여의도로 배달을 보내면 기록이 깨지네요.


그러나 만약 배송지가 너무 멀어서 배달이 한 시간 이상 걸린다 싶으면 웬만해서는 날것을 판매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선도 유지에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그럴 경우에는 육회 포케나 연어보다는 와사비마요나 익힌 새우요리를 고객에게 제안합니다.


품질 때문에 메뉴를 뺀 것도 그렇고, 선도 때문에 날코기 메뉴는 장거리 배달하지 않는 점도 인상적입니다.

소탐대실인 것 같아요. 저도 순간의 욕심이 생기긴 합니다. 그냥 팔아버릴까 고민도 했습니다. 하지만 저희가 정말 그렇게 해버려서 고객이 최악의 경험을 하게 되면 그 자체로 더 큰 것을 잃는다고 생각합니다. 고객 한두 명을 잃으면 그 한두 명으로 끝나는 게 아니고, 그 브랜드에 대한 신뢰가 깨집니다. 입소문은 무섭습니다. 저희는 재구매고객이 메인 타깃인데 고객이 나쁜 경험 한 번 때문에 발길을 끊어버리면 너무나 큰 타격입니다.


그리고… 제 마음이 너무나 아플 것 같아요. (같이 웃음) 우리 음식 먹고 “와, 너무 맛있어!”, “야, 너도 이거 한번 먹어봐!” 이런 반응이 전 정말로 좋거든요! “야, 진짜 맛없다!”, “그 식당 절대 가지 마!” 이런 말이 들리면 장사 접어야죠. 그런 말이 들리는 식당의 업주는 외식업의 본질을 이해 못 하는 사람입니다.


식재는 어떻게 조달하세요?

지난달까지는 직접 노량진 수산시장에 가서 연어 상태를 보고 가져왔는데, 이제는 괜찮은 거래처에서 물건을 배달받습니다. 지난번 SETEC처럼 대형 행사장의 경우는 제가 직접 재료를 사 옵니다.


어렸을 때부터 요리를 좋아했나요?

네, 어렸을 때부터 좋아했어요. 사실 저희 부모님과 친척들이 마장동에서 일하세요. 고기 손질과 도매를 하십니다. 저도 어렸을 때부터 가족들을 도우니 일이 많이 익숙했습니다. 고등학생 때 아버지께서 급하다고 새벽에 일어나라고 하시면 같이 고기 손질도 하고 뭐 그랬죠. ㅎㅎ 그렇게 자연스레 고기 납품하는 업체들을 아버지와 형이랑 자주 방문했고, 어린 시절부터 먹는 사업에 노출이 많이 되었죠. 형은 이제 마장동에서 자기 사업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그래도 마장동이라는 배경에 해산물 사업을 시작한 게 신기합니다.

저도 신기해요. ㅎㅎ


대표님은 외식업에 어울리는 사람 같습니다.

저도 그걸 요즘 되게 많이 느껴요. 동업자와 비록 이 사업을 같이 시작했지만 외식업을 즐긴다는 부분에서는 천차만별이더라고요. 저는 외식업이 되게 재미있어서 계속하고 싶지만, 그 재미에 대한 동업자와 팀원들의 체감은 다른 것 같습니다. 같이 일하는 팀원들도 재미있다고는 하지만 저만큼은 아닌 것 같고, 동업자는 다른 것에서 더 재미를 느끼는 것 같습니다. 그 친구는 투자 쪽에 관심이 많고, 다른 사람에게 방향을 제시하며 피드백을 주고, 사람들과 같이 일하고, 뭔가를 실행에 옮기고 성과를 내는 것에서 보람을 많이 느끼는 친구예요. 음식을 만들고, 사람들을 먹이는 것에 더 재미를 느끼는 저하고는 조금 다릅니다.


그래도 모든 구성원이 매드피셔맨에 애착을 느끼는 건 맞죠?

네.


동업자와 팀원이 있어서 든든하세요?

동업자를 두는 건 배우자를 두는 것과 같아요. 그만큼 어려운 부분이 많고 작은 부분에서 의견 차이가 있지만, 그런 의견 차이들이 건강한 의견 차이일 경우 시너지(synergy)가 납니다. 사업을 하다 보면 순간순간 위기가 있습니다. 불안감이나 쫓긴다는 느낌도 생깁니다. 매출과 비용을 생각하다 보면 많이 흔들리기도 합니다. 그러나 처음 생각했던 방향성의 유지와 건전한 방향 조정을 동업자와 팀원이 도와줍니다. “내가 틀릴 수도 있구나”, “이쪽 길이 맞았네” 이러면서 서로 잡아주고.


감정적인 부분에서도 많은 도움을 받습니다. 사람이니까 분노할 수도 있고, 예민해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동업자, 팀원, 그리고 손님에게 그런 걸 함부로 드러내면 프로페셔널하지 못합니다. 그렇게 하지 않기 위해선 나쁜 감정을 제어할 수 있어야 하는데, 자신이 스스로 잘하거나 아니면 동업자나 팀원이 잘 도와주어야 합니다.



5. 문제는 돈과 운영


창업자금은 어떻게 준비했나요?

회사에서 근무하며 모은 저금이죠. 저와 제 동업자만 투자했습니다. 저희 사업 초기 자금은 1억이 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이 액수는 보증금이 포함된 금액입니다.


한 달 비용은 어느 정도인가요?

너무 자세하게 말해줄 수는 없지만 고정비용 위주로 이야기해드릴 수는 있어요. 저희 매장 근처의 가게들은 한 달 월세가 240에서 280 정도입니다. 관리비는 120 정도고요. 다른 업주들에 비해 저희는 다행히 싸게 들어왔어요. 한 달에 160, 관리비 80. 그런데 저희는 이것도 많다고 생각해요.


임대료가 저렴한 이유가 뭐죠?

이 자리에서 가게들이 많이 망해서 나갔습니다.


ㅋㅋㅋㅋㅋㅋ

(웃음) 저희는 고정비만 줄일 수 있으면 괜찮습니다. 매드피셔맨의 주 수익원은 단체 배달과 케이터링이지, 매장이 아닙니다. 매장은 그냥 운영비만 나올 정도면 만족합니다.


지하 1층 상가지도 128-1에 매장 상호가 붙어있지 않았는데 이것도 혹시 고정비 문제인가요?

네. 그것도 돈을 달라고 해서 안 했습니다.


저는 첫 방문이라 매장을 찾기가 힘들었는데 다른 신규 고객도 힘들지 않을까요?

저희는 우선 기존 고객들을 만족시키는 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연결은 연결을 부른다는 것을 경험했기 때문에 한번 좋은 경험을 한 고객은 자주 방문하거나 새로운 고객을 이어 줄 거라고 믿습니다.


가장 중요한 식재비는 어느 정도인가요?

많은 외식업들이 식재비는 가격의 30% 안에 맞추려고 노력합니다. 저희는 28%에 맞추려고 합니다. 지금까지 거의 다 성공했습니다. 발품을 많이 팔고, 식재료를 저희가 직접 다듬으니 가능합니다.


한 달 수익은 잘 나는 편인가요?

매달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저희는 다행히 첫 달부터 수익이 났습니다. 평균적으로 외식업의 이익률은 5~10% 정도로 봅니다. 외식업은 일반적으로 수익률이 그렇게 높은 사업은 아니에요. 외식업을 시작할 때 대형 프랜차이즈가 아닌 이상 초반에 수익을 내기는 쉽지 않아요.


제가 아는 여러 식당 주인이나 외식업 사업가들도 최소 1년간 통장에 흑자가 난 적이 없다고 말합니다. 저희 주변 매장도 그래요. 극소수의 식당을 제외하고는 1년 내에 수익을 내기는 힘들어요. 2년 차에 들어서야 흑자가 나는지 아니면 겨우 본전을 뽑았는지 구분할 수 있습니다. 3년부터 흑자가 확실히 생기는 식당과 문을 닫는 식당으로 갈립니다. 가장 중요한 건 (자본, 수익률, 메뉴 등을 계산하고) 버티는 겁니다.


판교 유스페이스에서 사업을 시작한 이유는?

새로운 유형의 음식을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소비자는 젊은 세대라고 생각했습니다. 젊은 사람들 중에서도 특히 얼리어답터들을 노렸습니다. 그런 사람들이 있는 곳이 어딜까 조사하다가 판교가 그나마 적합하다고 결정했습니다. 임대료도 중요한 이유 중의 하나입니다. 사업 초기는 살아남는 게 가장 중요합니다. 비록 단체 배달과 케이터링 주문이 서울에서 종종 들어오지만, 강남 같은 경우는 지하실 임대료도 한 달에 6, 7백만 원입니다. 고정비가 너무 세기 때문에 그것을 낮추면서 동시에 우리의 방향성에 맞는 잠재고객들을 찾으려 노력했죠. 판교는 젊은 직장인도 많고, 카카오와 네이버 같은 IT회사도 많고… 다행히 그런 여러 요소들이 맞아떨어졌습니다.


지금 가장 큰 고민은 무엇인가요?

안정적인 운영입니다. 사업을 시작한 지 4개월이지만, 안정화가 되어있지 않은 상태에서 많은 홍보를 하게 되면 고객이 너무 많이 몰릴 수도 있습니다. 현재 저희가 다룰 수 있는 숫자 이상으로 고객이 몰리면 서비스의 질이 떨어집니다. 저희는 고객들이 나쁜 경험을 겪는 걸 원하지 않습니다. 또한 저희는 식재료도 중간마다 바꾸면서 새로운 메뉴를 실험하고 있습니다. 4개월간 메뉴판이 벌써 여러 번 수정되고 개선되고 있습니다. 운영이 안정되어야 강남 같은 서울 대도시로 진출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안정적인 운영을 위한 최우선 과제는 무엇인가요?

최우선 과제는 메뉴의 질을 높이는 것입니다. 저희는 외부 셰프를 통해서 메뉴 개발에 대한 조언을 받고 있습니다. 그분과 메뉴 기획단계부터 의견을 주고받습니다. 콘셉트는 무엇이고, 식재는 이 종류에서 해결하고, 소스와 드레싱은 어떻게 할 것인지, 1차 데드라인은 언제까지인지 이렇게요. 또 그분과 같이 종종 다른 레스토랑을 가서 시장조사도 해보고, 여러 제안도 받습니다. 보수는 정률제와 정액제를 혼용해서 지급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사실 저희는 창업할 때부터 한 달에 한 번씩 신메뉴를 출시하자고 결정했었습니다. 매번 똑같은 메뉴만 있으면 조금 질리잖아요. 저희는 고객들에게 새로운 경험도 주고 싶고. 그렇게 해서 지금까지, 육회 포케와 샐러드 3개 총 4개의 신메뉴를 성공적으로 선보였습니다.


팀 빌딩(Team Building)이 그다음으로 중요합니다. 같이 일하는 동료들이 업(業)에 진실로 속해있는지 파악해야 합니다. 그래서 서로가 질문해야 합니다. 그래야 위기를 만났을 때 그 팀이 버틸 수 있습니다.


비즈니스 롤모델이 있나요?

외식업에서 제가 동경하는 롤모델은 딱히 없는 것 같아요. 다만 일반적인 비즈니스 관점에서 보면 일본 경영가들이 괜찮아요. 일본 외식업을 다룬 경영서는 좋아합니다.



6. 사업가의 역량과 포부


창업하기 직전까지 조직에 있다가 나온 느낌은 어떤가요?

회사에 있었을 때는 회사차원에서 모든 게 다 준비되어 있는 시스템을 등에 업고 일을 처리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창업은 정말 무(無)에서, 맨땅에 헤딩을 백만 번하는 느낌이에요. 뒤에 아무도 없어요. 절벽 끝에 서있는 느낌입니다. 모든 걸 제가 다 책임져야 하는 상황이니까 이런 작은 매장 하나 운영하는데도 정말 힘들더라고요. 만감이 교차하지만… 확실히 많이 배웁니다. 특히 저에 대해서 많이 배우게 됩니다.


어떤 것을 배우셨나요?

회사에서 근무했을 당시에 팀장이나 PM으로도 있었지만, 대기업 부서의 팀원들을 이끄는 것과 소수의 창업 동료들과 같이 일하는 것은 다릅니다. 대기업의 간부로 있었을 때는 사업의 전체적인 큰 그림을 보지 않고 제 팀에 맡겨진 하나의 분야에 관련된 세부적인 업무만 신경 쓴 반면에, 창업한 후에는 저와 제 동료들이 모든 걸 책임져야 합니다.


회사에 있었을 때는 1인 1역만 하면 되었지만, 창업을 하게 되면 한 사람이 여러 가지 일을 해야 하는 상황이거든요. 한 명이 일당백이 돼서 1명이 10명의 역할이든, 100명의 역할이든 해야 하는 거예요. 리더에게는 할 일이 산더미만큼 많이 있기 때문에 각각의 팀원들에게 어떤 역할을 줄 것인지, 역량은 어느 정도인지, 어떻게 피드백을 주어야 하는지… 이런 것들이 좀 어렵죠. 재무, 마케팅, 영업, 운영 이제 모든 걸 총괄하는 관점에서 누가 무엇을 할 것인지 고민해야 합니다. 적재적소와 임무분담이 중요합니다.


스타트업 대표로서 힘든 점은 뭔가요?

대형 프랜차이즈의 경우, 점포 수가 굉장히 많아서 원재료의 구매력이 큽니다. 원가를 낮출 수 있기 때문에 가격도 낮출 수 있는데, 개인사업자가 그런 구매력을 갖기란 너무나 어렵습니다. 잘되는 외식업은 좋은 식재를 저가에 대량 구입, 합리적인 가격에 음식 판매, 재료 낭비를 줄이며 식재 소진, 다시 신선한 재료를 싼 가격에 대량 구매하는 선순환이 가능한데…  납품업체는 큰 브랜드만 상대하려 합니다.


저는 이랜드에서 외식분야 기획을 담당했기 때문에 애슐리와 자연별곡 거래업체도 많이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창업을 하고 나서 연락을 했더니 “사장님, 너무 죄송하지만 그 부탁은 힘들다. 주문 물량이 너무 적다”며 저희 주문을 거절했습니다. 어쩔 수 없이, 같은 질의 식재료를 20, 30% 비싸게 살 때도 있었습니다. 또한 개인사업자는 마케팅을 진행할 예산과 채널도 충분히 없고… 여러모로 쉽지는 않습니다.


<미생>을 보면 대기업의 임직원들이 회사에서 나와 작은 사업을 시작하는 에피소드가 있습니다. 대기업의 거래처는 임직원의 ‘대기업 직함’을 보고 거래한 거지, 임직원과 개인적으로 거래한 건 아니라는 부분이 기억납니다.

정말 맞는 말입니다. 한 개인이 대기업 안의 시스템에서 일하다가 그곳에서 나오면 그동안 그 사람이 등에 업었던 대기업의 모든 후광이 사라집니다. 아무것도 없는 맨땅에서 모든 것을 처음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대기업의 거래처는 대기업 것이지, 대기업의 임직원 것이 아닙니다.


저희는 매드피셔맨을 시작하기 위해 새로운 거래처를 스스로 찾아야만 했습니다. 노량진 수산시장, 가락시장… 이런 도매시장을 거의 매일 새벽에 출근하듯 방문했습니다. 그리고 1월부터 2개월간 창업 준비를 하면서 요리 연습도 팀원 모두 같이 했습니다.


윤태호 작가의 <미생>, 다음웹툰



대표님의 목표는 뭔가요?

단기 목표는 1년간 무조건 살아남기입니다. 그러기 위해서 고정비용을 최대한 줄이려고 합니다. 보시다시피 매장의 인테리어가 그렇게 화려하지는 않잖아요? 전에 있던 분이 철거하고 페인트 칠해놓은 걸 그대로 쓰는 거예요. 총공사비가 몇백만 밖에 안 들었어요. 또한 각종 주방용품, 식기, 그리고 사무용품도 중고시장에서 1/3 가격으로 사 오는 식으로 초기 비용을 낮추었습니다. 새것 같은 중고를 사면 예산을 엄청 절약할 수 있습니다.


매드피셔맨 매장 내부


중기목표는 서울 주요 지역에 진출하기입니다. 역시나 케이터링과 단체 배달을 주력으로요. 장기 목표는 다브랜드의 소수 정예 점포를 운영하기입니다. 개인적으로 CNP Food가 그걸 잘하는 것 같습니다. 배드파머스, 무차초, 호랑이식당, 아워베이커리 같은 힙(hip)한 브랜드를 잘 운영해요.


1년간 살아남기라… 3월 말에 창업하셨는데, 4개월 간 살아남은 기분이 어떤가요?

4개월쯤은 당연히 살아남아야죠! (웃음) 그 정도도 못 살아남으면 시작을 하지 말았어야지.


포케 시장은 아직 한국에서 제대로 형성되지 않은 시장인데, 얼마 지나지 않아 여러 포케 브랜드나 사업자들이 생길 수 있습니다. 대책은 있나요?

저는 대비책은 둘째치고 정말 좋을 것 같아요. 시장 전체가 커지면 다 같이 성장하는 거니까 저는 손뼉 치면서 대환영이에요.


포케를 아이템으로 삼고 싶은 예비사업자가 대표님께 조리법이나 사업 팁을 알려달라고 하면요?

저희 메뉴가 기밀 수준까지는 아니라서 그 사람과 이야기할 의향은 있습니다. 그 사람이 음식에 열정이 있고, 저희가 생각하는 방향성과 맞는다면 동업자로서도 같이 갈 수 있고, 아니더라도 여러 가지 다른 방법으로 같이 갈 수 있을 것 같아요. ‘그 누구에게도 조리법을 공개 못 한다’ 그렇지는 않아요.


매드피셔맨 2호점을 하고 싶다는 사람 이라면요?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에 따라 대답이 달라질 것 같습니다. 사람이 시작이자 끝이니까요.



7. 이름 짓기 그리고 브랜딩


SETEC에서 처음 봤을 때, 물고기 세 마리를 엮은 M자 로고가 멋있었습니다.

아는 디자이너 분이 매드피셔맨의 전체적인 브랜딩 작업을 해주셨습니다. 로고, 브랜드의 색감, 인테리어, 매장의 식기 등이요. 메뉴판 디자인, 음식 사진 찍는 법도 그분이 도와주셨습니다. 저희는 외부 투자를 받지 않고 적은 돈으로 살아남기란 마음으로 창업했습니다. 제한된 예산에서 인테리어에 들어가는 돈을 최소화하기 위해 그분이 여러 가지를 고민해주시고 저희에게 알려주셨죠. 그분도 지금은 창업하셔서 디자인 쪽에서 일하고 계세요.


매드피셔맨 매장 벽에 붙어 있는 네온사인


이 네온사인도 그분이 하신 건가요?

아, 그건 여자 친구가 디자인한 겁니다. ㅎㅎ 현재 SK 플래닛에서 디자이너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매드피셔맨(MAD.FISHERMAN)의 의미는 뭔가요?

큰 의도는 없습니다. 저희 스스로도 그냥 저희가 좀 미쳤다고(mad) 생각했습니다. 요리를 전문적으로 하지도 않았던 사람들이 외식업을 하겠다고 그러니까요. (웃음) 외식업에서 기획일을 하긴 했지만 칼을 잡아보지도 않았던 사람들이 지금은 이렇게 주방에서 칼을 잡고 있습니다. 그리고 저나 동업자나 나름 기획실에서 인정받고 있었는데 자리를 박차고 나온 거라든지 둘 다 결혼자금까지 투자하면서 일을 시작한 것 등등… 좀 미쳤네요. (같이 웃음) 피셔맨(fisherman)은 포케가 해산물 요리라서 그렇고요. 원래는 ‘매드피셔맨’이 아니라 ‘어부의 작살’이라는 이름으로 갈까도 했는데 매드피셔맨이 더 나은 이름 같아서 이걸로 확정했습니다.


좋은 선택입니다. ‘어부의 작살’보다는 ‘매드피셔맨’이 있어 보입니다.

그래도 어부의 콘셉트를 살려서 여러 가지 실험을 해보고 싶습니다. 브레이크 타임(break time)도 ‘어장관리 중’이라고 이름 지을까 생각 중입니다. 원래는 매장에 바 테이블도 놔두려고 생각했습니다. 손님들이 한 명씩 편하게 앉을 수 있게 하려고요. 테이블을 어부바다라고 이름 지을까도 했지만 괜찮은 네이밍이 필요한데…


바 앞에 S, E, A를 써서 ‘바다의 바’라고 하면 어떨까요?

어, 괜찮은데요?


씨바 (SEA Bar).

(같이 웃음) 하하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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