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모든 습관은 여행에서 만들어졌다>
때로는 잘못된 기차가 목적지에 데려다준다
남겨뒀던 책의 반을 홀린 듯 읽었다. 에필로그 제목에 가슴이 뜨거워졌다. 나의 십 대와 이십 대는 너무도 힘들었다. 학창 시절 전교 세 손가락 안에 드는 우등생에서 왕따, 반에서 꼴찌, 재수, 입시 실패, 취업 실패, 동네 보습학원 강사. 그리고 순탄치 않았던 그 후의 일들까지. 어디서부터였을까. 잘못 올라탄 기차는 쉴 새 없이 달렸고 제멋대로 도는 핸들은 멈출 수가 없었다. 매일을 온 힘을 다해 핸들과 사투를 벌였지만 핸들은 끝내 멈추지 않았고 나는 쓰러져버렸다. 이제 나는 어떻게 되어도 좋다는 자세로 그렇게 누워 하염없이 많은 생각을 했다. 그리고 기차에 잘못 올라탔던 그날처럼 예고도 없이 나는 우뚝 일어섰다. 꼿꼿한 자세로 달리는 기차를 버텨냈던 날도 힘들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래도 견딜 만은 했다. 그냥 나는 불평불만을 멈추고 상황을 받아들였다. 그리고 내가 할 수 있는 버티기를 열심히 했다. 어떤 날은 그런 내가 뿌듯하기도 했다. 그 기차를 따라 지금 나는 한 번도 생각한 적 없던 곳에 도달해 있다. 그리고 나는 지금 이곳이 참 좋다.
새롭게 달라지기 위해 전투적일 필요는 없다
나는 꽤나 많은 힘든 시간을 거쳐 마침내 행복이라고 불러도 좋을만한 하루를 살고 있다. 좌절을 노력으로 극복한 경험은 내게 자신감과 여러 가지에 도전할 수 있는 에너지를 주었다. 이 책의 작가도 삶에 꽤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던 듯싶다. 그리고 그 시간들을 본인만의 방법으로 극복했다. 이 책은 많은 이야기를 다루고 있지만 크게 보면 결국 힘들었던 시간을 어떻게 승화시켜 지금의 삶으로 오게 되었는지, 그 여정에 관한 글인 듯싶다. 작가의 경우는 여행, 글쓰기, 영어 공부에 집중했다. 글쓴이는 적극적이고 열정적이었지만 느긋하고 여유로웠다. 나는 어떻게 보면 강박적이라 할 정도로 삶을 전투적으로 대했다. 이 책을 읽고 났을 때 내 어깨의 힘이 살포시 빠졌다. 그래, 최선을 다해 하루를 살기로 마음먹었다고 해서 두 팔을 걷어 부치고 눈에 불을 켠 채 24시간을 빡빡하게 움직일 필요는 없는 것이었다.
좀 더 그럴듯한 내가 되고 싶을 때
지금의 내가 좀 더 나은 사람이 되었으면 싶을 때, 지금의 나를 많이 바꾸고 싶을 때, 나은 사람이 되고 싶지만 그 방법이 막막할 때, 그럴 때 이 책은 많은 영감을 줄 것이다. 작가의 방식을 그대로 따라 할 필요는 없다. 당장 나만해도 자전거를 탈 마음도, 하루에 만보씩 걸을 마음도, 여행지에 가서 굳이 걷는 일정을 선택할 마음도, 짠돌이처럼 돈을 아껴 쓸 마음도 없으니까. 그러나 저자가 삶을 대하는 태도나 에피소드 속에서 드러나는 타인을 대하는 방식 등은 충분히 곱씹어 볼 가치가 있다. 자신의 아버지와 일주일에 한 번씩 걷는 것, 아버지와 일 년에 한 번은 꼭 여행을 떠나는 것, 아버지를 이해하고 배려하는 것, 그리고 아내와 자식들을 존중하는 것 이러한 저자의 모습은 확실히 많은 배울 점이 있었다. 권위적인 꼰대가 되지 않도록 스스로를 돌아보고 다짐하는 태도나,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계획을 세우고 여유 있게 움직이는 그의 삶의 방식, 받아들일 것은 받아들이고 불합리한 것에는 용기를 내어 바꾸려는 태도 등도 그랬다. 하루하루를 최선을 다해 살고 성실하게 마음먹은 바를 꾸준히 밀고 나가는 것, 글을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빠져들게 만드는 것도 작가만의 강력한 무기일 것이다. 으레 성공한 사람들에게 느껴지는 불편한 당당함이 느껴지지 않는 겸손함과 그에게서 풍기는 인간적인 분위기는 그중에서도 내가 가장 닮고 싶은 부분이었다. 가히 어른이라고 불러도 좋을만한 진짜 어른에게서 듣는 편하지만 묵직한 이야기, 당신에게 꼭 권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