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추천하고 싶은 책 <착한 수학>
저희 아이가 이제 1학년이에요. 공부를 꼭 해야 할까요?
" 선생님, 저는 아직은 저희 아이를 많이 놀게 하고 싶어요. 이제 고작 1학년이잖아요. 앞으로 계속 공부만 해야 할 텐데 지금 아니면 언제 놀겠어요."
학부모 상담을 하면 이렇게 말씀하시는 부모님들이 꼭 한 분씩 있다.
나도 처음에는 어느 정도 맞는 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1학년 담임을 하며 1년 가까이 지내다 보니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다.
내가 느끼기에 1학년은 결코 놀기만 해서는 안 될, 학습에 있어 무척 중요한 시기이다.
1학년! 공부가 친구관계에 영향을 미친다?!
우리 반에 남학생이 한 명 있다. 대부분의 1학년 학생들은 자기중심적이다. 항상 자신이 먼저 하려 하고 좋은 것을 차지하려 하고 양보도 하지 않는다. 주로 아이들 간의 다툼은 이런 부분에서 발생한다. 하지만 이 친구는 양보도 잘하고 먼저 하려고 새치기를 하지도 않는다. 친구들을 괴롭히는 일도 없으며 성격이 매우 느긋하고 여유롭다. 본인 스스로도 유치원에서 인기 최고이었노라고 자랑하곤 한다. 그런데 놀랍게도 이 친구는 학교에서 아이들에게 인기가 없다. 오히려 많은 친구들이 이 남학생이 싫다고 이야기한다.
고학년에서 인기가 많은 친구는 공부를 잘하는 친구가 아니다. 그러나 신기하게도 저학년에서는 공부를 잘하고 선생님께 칭찬을 많이 받는 친구가 인기가 많다. 학기 초에는 누가 공부를 잘하는지 잘 드러나지 않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누가 반에서 공부를 잘하고 못하는지 드러나기 시작한다. 담임교사가 공부 잘하는 친구를 칭찬하지 않아도, 우선순위를 공부보다 인성에 두고 인성교육을 강조해도 아이들끼리는 누가 공부를 잘하고 못하는지 나름의 판단을 한다. 그리고 공부를 잘하는 친구들을 부러워하고 함께 놀고 싶어 한다. 공부 못하는 아이들을 자신보다 부족하다는 인식을 가져 무시하는 경향이 있으며 친구도 하려 하지 않는다.
요즘 학교 수업은 대부분 협동을 기반으로 한 모둠 활동으로 진행된다. 공부가 부족한 학생은 이 과정에서 다른 친구들과 마찰을 빚고는 한다. 공부가 부족한 친구는 활동이 어려우니 흥미를 잃고 참여하지 않고, 다른 친구들은 이 친구가 활동에 참여하지 않거나 참여를 한다 해도 속도가 느리니 답답해한다. 이러한 기간이 지속되면서 공부가 부족한 친구는 점차 교우관계에서도 힘든 점을 경험하게 된다.
위에서 이야기했던 우리 반 남학생도 그랬다. 1학기 학부모 상담 때 어머님이 오셔서 그렇게 말씀하셨다. 아직은 아이가 어려서 많이 놀게 하고 싶다고, 그래서 방과 후도 전부 놀이 위주로 신청했다고 하셨다. 2학기 상담 때 어머님께 아이의 상황을 말씀드렸다. 어머님께서도 상황의 심각성을 느끼시고 아이의 공부에 더욱 집중하겠다고 하셨다.
한글 보단 수학
아이들이 어릴수록 수준차가 매우 심하다. 1학년 교실도 그러하다. 그래도 국어, 계절 교과서를 수업할 때엔 크게 문제를 느끼지 못했다. 1학기 수학 수업 때까지도 그랬다. 2학기가 되어 나는 깊은 고민에 빠졌다. 그렇게 발표하고 싶어 손을 들고 쉴 새 없이 질문하던 아이들이 2학기 수학 시간이 되어 자꾸 딴짓을 하고 멍 때리고 집중을 못했기 때문이었다. 나의 수업 방식에 문제가 있는 것일까 돌아보았지만 다른 친구들은 예전 그대로 참여도 잘했고 집중도 잘했다. 몇 명이 문제였다. 그 들을 자세히 관찰한 결과 그 아이들이 수업 내용을 어려워한다는 것을 알았다. 1학기 때는 1부터 9까지의 수, 간단한 가르기와 모으기 등을 하다가 2학기 때부터 본격적으로 덧셈과 뺄셈을 시작하니 어렵게 느껴진 것이다. 나는 그 아이들이 참으로 안타까웠다. 벌써부터 수학이 어려워서 학교 수업을 따라오지 못하면 앞으로 남은 학년에서 수학이 더 어려워질 것은 뻔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수학은 연계성이 큰 과목이라 앞에서 배운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면 그 후의 학습도 힘들게 이해해야 하고 이해하지 못할 가능성도 클 것이었다.
솔직한 학교의 현실
1학년 수학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2학년이 되고 2학년 때도 수학이 어려워 수업 시간에 집중하지 못해 야단을 맞고 친구들 답을 베껴 쓰느라 정신없어할 아이들의 모습을 생각하니 정말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면 담임교사인 나는 아이들을 위해 어떤 것을 할 수 있을까. 사실 아이들을 가르치는 선생님들도 매우 고충스럽다. 국가에서 정해놓은 교육과정이 있고 정해진 수업 시수 안에 이 진도는 어떻게든 끝내야 하다 보니 마음이 급하다. 다른 학교 친구들은 모두 교과서를 배우고 2학년에 올라가는데 내가 맡은 친구들만 배우지 못하고 상위 학년으로 올라가면 큰 문제가 될 테니 말이다. 또, 수업 수준을 어디에 맞춰야 할지도 매우 고민스럽다. 우리 반만 해도 스물여덟 명의 학생이 있고 수준은 천차만별이다. 수학이 많이 부족한 친구들을 돕고자 그 아이들 수준을 맞춰 수업을 진행했더니 순식간에 문제를 다 푼 친구들이 떠들어대는 통에 교실이 난장판이 되었다. 결국 중간 수준에 맞춰 수업을 진행하고 부족한 친구들은 쉬는 시간이나 방과 후를 이용해 따로 지도하는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방과 후에도 각종 업무를 처리하고 수업 준비를 해야 하다 보니 일주일에 한 번 정도 시간을 낼 수 있고 이 마저도 회의나 연수, 협의회 등의 일정과 겹치면 지도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나 같은 경우도 매주 목요일마다 아이들을 남겨서 지도하고 있지만 일주일에 한 번이라는 시간도 부족할뿐더러 교사와 학생 일대일 지도가 아니다 보니 내가 지도하면서도 이게 과연 큰 효과가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결국은 부모와 함께하는 수학
위에서 소개한 책에서도 강조하는 부분이지만 결국은 아이의 공부를 부모가 나서서 함께 해줄 수밖에 없다. 나도 맞벌이를 하며 아이를 키우기 때문에 맞벌이하는 부모들이 집에서 얼마나 바쁜지 알고 있다. 따라서 나는 아이들을 지도하는 동안 숙제도 거의 내주지 않았고 수학 공부도 공교육 안에서 끝내고 싶었다. 하지만 수학 시간에 수업 내용을 이해하지 못하는 학생은 가정에서의 연계 교육이 절실하다. 그렇다면 수학 시간에 수업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는 아이들은 얼마나 될까. 안타깝게도 50퍼센트도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선행학습을 아무리 하지 말라고 해도 대부분의 아이들이 선행학습을 하고 온다. 그리고 부모님들과 아이들은 자신들이 모두 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기계적으로 연산을 할 수 있을 뿐이지 제대로 내용을 이해하고 설명할 수 있는 학생들은 그 수가 많지 않다. 1학년의 뺄셈을 예로 들어보자. 대부분의 아이들이 뺄셈 계산을 할 수 있다. 제법 빨리 계산하는 친구들도 많다. 그러나 이 친구들이 과연 뺄셈을 이해한 것일까. 뺄셈은 크게 제거형과 비교형으로 나뉜다. 원래 있던 것에서 몇 개가 없어지면 몇 개가 남는지를 구하는 것이 제거형, 둘 중 어느 것이 몇 개가 더 많은지 비교하는 것이 비교형이다. 그러나 아이들은 언제 뺄셈식을 세워 계산을 해야 하는지 알지 못한다. 이런 문제가 있다고 생각해보자.
동물원에 사자가 10마리 곰이 6마리 있습니다. 어떤 동물이 몇 마리 더 많은지 식을 세워 계산해 봅시다.
아이들은 위의 문제를 보고 10-6=4라는 식을 만들지도 못할뿐더러 10-6=4라는 식을 보고도 사자가 곰보다 4마리 더 많다는 의미를 읽어내지 못한다. 따라서 대부분의 학생들은 하루에 적어도 30분 부모와의 학습이 꼭 필요하다.
이제 이해가 가는 '교과서로 수능 만점'
그럼 엄마와 어떻게 공부를 하는 것이 좋을까. 위에서 소개한 책과 나의 생각이 백 퍼센트 일치해서 책을 읽는 동안 놀라웠다. 바로 교과서로 공부하는 것이다. 학창 시절에 나는 교과서를 철저히 무시했다. 학교 선생님들도 무시했다. 학원에서는 문제를 쉽게 푸는 방법을 쏙쏙 알려주는데 학교 선생님들은 왜 저렇게 미련하게 문제를 풀까 생각했다. 그 시절의 내가 누구보다 미련했다는 사실을 이제야 깨닫는다. 학원에서는 아이들의 점수 향상이 목적이기 때문에 숨은 원리 등은 알려주지 않는다. 빠르게 문제를 푸는 스킬, 편법 등을 알려준다. 이러한 방법이 간단한 문제와 몇몇 유형에는 통할지 모르나 문제가 조금만 어려워지거나 새로운 유형의 문제에선 결코 통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교과서에는 연산의 원리 및 언제 이러한 연산을 사용해야 하는지 등이 자세하게 나와있다. 아이가 교과서에 있는 모든 문제를 이해하고 설명도 술술 할 수 있다면 조금 더 높은 단계의 문제집을 풀어도 좋겠지만 기본은 교과서에 충실해야 한다. 예전 수능 만점자가 인터뷰했던 내용이 생각난다. 그 학생의 수능 만점 비결은 교과서를 여러 번 보는 것이었다. 당시에는 말도 안 되는 이야기라고 생각했었는데 이제는 이해가 간다. 특히 수학은 교과서를 제대로 학습하는 것이 무척이나 중요하다.
초등 수학! 부모도 충분히 가르칠 수 있다.
아이와 하루 30분씩 학교에서 배운 내용을 복습하기로 마음은 먹었지만 학창 시절 수학에는 도통 자신이 없었던 터라 내 아이를 과연 잘 가르칠 수 있을까 걱정하는 부모도 있을 것이다. 아니면 도저히 30분씩 시간을 낼 수 없어 아이를 학원이나 과외에 맡기는 부모도 있을 것이다. 나는 학원과 과외는 절대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 단언한다. 위 책에서도 강조한 내용이다. 학원은 철저히 선행학습을 위한 곳이다. 수준별 반편성이 되어 있어 가장 수준이 낮은 반도 있다. 그렇지만 수준이 가장 낮은 반에서도 선행을 하는 것은 마찬가지이다. 이 아이들은 이미 배운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 현재 낮은 학습 수준을 보이는 것인데 이미 배운 내용을 다시 처음부터 차근차근 알려주는 학원은 없다. 예전의 내용도 소화하지 못한 학생이 학원에서 선행학습을 한다고 생각해 보라. 아이들에게 얼마나 그 시간이 힘들게 느껴질까. 또한 수학에 대한 흥미도 바닥을 칠 것이다. 그렇다면 이런 학생들이 개인 과외를 받는 다면 어떨까. 과외 선생님이 명문대생에 공부를 잘했던 학생일 수는 있다. 그러나 현재 초등학생들이 어떤 식으로 학교에서 배우는지를 알고 아이들 눈높이에서 제대로 된 원리를 차근차근 설명할 수 있는 과외 선생님은 많지 않으리라 생각한다. 또한 학습 속도가 더딘 아이들일수록 가르칠 때 많은 인내심이 요구되는데 아르바이트로 과외를 하는 젊은 선생님이 과연 열과 성을 다할 수 있을까 하는 부분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결국 부모가 답이다. 초등 수학, 특히 저학년 수학은 성인에게는 전혀 어렵지 않다. 마음만 먹는다면 아이와 함께 충분히 학교 수업 내용을 복습할 수 있다.
착한 수학! 꼭 추천하고 싶은 책
수학 지도에 대한 고민이 깊어 학교 도서관의 책을 찾아보던 중 우연히 이 책을 발견했다. 놀랍게도 현재 나의 고민이 책 속에 고스란히 있었고 내가 생각했던 대안들과 저자가 제안하는 대안들이 많은 부분 일치했다. 물론 책을 통해 배운 점도 많았고 나의 부족했던 수업 아이디어를 좀 더 발전시킬 수도 있었다. 이 책은 수학 교육을 하는 교사들에게도 추천하고 싶지만 무엇보다 부모님들께 추천하고 싶다. 학급 밴드에 선행학습보다 복습을 철저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거듭 당부의 말씀을 드려도 우리 반의 많은 부모님들이 아이들을 학원에 보내며 선행학습을 시키고 계신다. 정작 아이들은 학교에서 배우는 내용을 제대로 소화도 못하고 있는데 선행학습이 어떤 의미가 있을지 안타깝다. 그나마 선행을 통해 제대로라도 배워오면 다행인데 문제를 푸는 스킬에만 초점을 두고 원리에 대한 설명은 들으려고 하지도 않는 아이들을 보면 답답하기도 하다. 오늘부터라도 내 아이를 위해 방법을 바꿔보는 것이 어떨까. 아직 늦지 않았을 때, 더 늦기 전에 서둘러야 한다. 지금이 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