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교사의 겨울방학

<초등교사의 BookLog>

겨울방학을 한지 벌써 한 달이 다 되어간다. 한 주는 여행을 다녀오고 한 주는 밀린 집안일을 하고 한 주는 아기 어린이집 방학이라 아기와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금쪽같은 방학이 고작 5주 남았다. (우리 학교는 현재 석면 공사 중이라 다른 학교보다 겨울방학이 길다. 대신 여름방학은 2주였다.)


스물여덟 명의 1학년 아이들(이라 쓰고 몬스터라 읽는다)과 미친 듯이 바쁜 하루하루를 보내고 체력이며 정신이며 바닥나 쓰러져버릴 때쯤 이렇게 방학을 해주니 참 고마우면서도 새 학년 새 학기는 또 어떻게 꾸려나가야 할지 고민이 앞선다. 모두가 기피하는 1학년을 한 번 더 지원할 예정이라 내년에도 1학년을 맡겠거니 생각하고 있는데 갑자기 다른 학년이 배정되면 어쩌나 그것도 걱정이다.


초등학교 교사는 1주에 대략 21시간~22시간 정도 수업을 한다. 음악, 체육, 영어 등 전담교사가 수업하는 시간을 빼고 담임교사가 수업하는 주당 수업 시간이 그렇다. 초등 교사들이 부수적인 업무 때문에 바쁘다고도 하지만 나의 경우는 수업 준비가 가장 부담이 된다. 일주일에 21시간을 전부 새로운 진도로 수업을 해야 하는데 그 마저도 재미있게 수업을 하지 않으면 아이들이 들어주질 않는다. 특히나 1학년의 경우 주의 집중 시간이 짧아 내가 조금만 수업 준비를 게을리하면 여기저기서 하품을 하고 친구와 잡담을 하고 아수라장이 된다.


한글을 모르는 아이들에게 어떻게 하면 한글을 좀 더 재미있고 쉽게 깨우칠 수 있도록 알려주고 123을 100203이라고 쓰는 아이들에게 어떻게 일의 자리, 십의 자리라는 용어를 사용하지 않고 자릿값을 알려줘야 할지 고민이다.


작년의 경우에는 다문화가정 학생 둘, 탈북 가정 학생 한 명이 있었는데 매우 어려운 형편의 아이들이라 부모님의 보살핌을 거의 받지 못하는 아이들이었다. 요즘은 가정통신문이며 알림장이며 전부 핸드폰으로 전송을 하는데 이 학생들의 부모님께서는 핸드폰을 사용하실 줄 모르시니 준비물을 가져오지 못하는 것은 부지기수였고 소풍 때 도시락조차 싸오지 못한 친구도 있었다. 학습 수준은 당연히 다른 아이들과 엄청난 차이를 보였다. 이런 친구들은 어떻게 해야 내가 조금 더 보살필 수 있을까. 무엇보다 매 시간 수업을 따라오지 못하는 이 친구들을 어떻게 지도해야 할지 막막하다. 이 친구들에게 수준을 맞추자니 다른 친구들에게는 너무 쉽고, 매번 이 친구들을 방과 후에 지도하기란 현실적으로 힘들고, 가정과 전혀 연계교육을 할 수 없어 돌아서면 배운 것을 다 잊어버리고 학교에 오는 이런 아이들이 나에게는 가장 큰 숙제이다.


그래서 방학에는 늘 큰 고민과 함께 의욕이 앞선다. 올해는 수업도 훨씬 더 창의적으로 하고 학생들 간 수준차를 극복할 수 있는 획기적인 방안을 연구해야지 하고 말이다. 물론 머릿속 생각이 귀찮은 몸뚱이에 굴복해 번번이 공상으로 끝났던 적도 많다. 솔직히 방학엔 아무것도 안 하고 좀 쉬고 싶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결과 그 후의 1년이 얼마나 정신없고 매 수업 시간이 얼마나 큰 부담으로 다가오는지 알기에 방학 때도 부지런히 수업 연구를 하게 된다.


이제 5주가 남았다. 이렇게 수업연구를 열심히 하겠다고 공언하는 이유는 남은 시간 동안 정말 열심히 해 보고 싶기 때문이다. 그와 함께 앞으로 나의 학교생활을 기록해보고자 한다. 교사들에게는 위로와 공감을, 학부모님들에게는 아이의 학교생활을 좀 더 들여다볼 수 있는 기회가 되지 않을까 싶다. 그와 더불어 우리 교사들을 미워하는 사람들에게는 조금만 이해를 구하고 싶다. 우리도 이렇게 열심히 일한다고. 우리도 치열하게 산다고. 그러니까 조금만 덜 미워해달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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