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교육이 또 잘못했네.

<초등교사의 Booklog>

아기를 낳고 지역 맘카페에 가입했다. 중고 물건을 구입하거나 우리 아기가 쓰던 물건을 팔 때 주로 들어가곤 했는데 어제는 아무 이유 없이 심심해서 한 번 들어가게 되었다. 그리고 눈에 띄는 게시물의 제목을 발견하였다. ‘EBS 다큐프라임 꼭 보세요. 공교육 진짜 화나네요.’


공교육에 화가 난다는 말에 마치 누군가가 나의 글에 악플을 단 것처럼 가슴이 쿵쾅했다. 다큐의 제목은 ‘다시 학교’였다. 총 10부작 중 1부(가르치지 않는 학교)만 방송이 되어 전체 내용이 어떻게 흘러갈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1부의 내용은 현재 학교들의 수업 방식에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었다. 제목도 참 자극적이다. 가르치지 않는 학교라니. 교사로서 자괴감이 든다.


모든 것이 그렇듯 교육에도 트렌드가 있다. 미국에서 경험 중심 교육과정이 유행일 때는 실생활과 관련된 노작 경험이 교육의 주된 모습이었다. (우리나라는 주로 미국의 교육과정을 따라간다.) 그런데 이렇게 교육을 했더니 아이들의 기초 학습 능력이 떨어지고 결국 미국보다 소련이 우주선을 먼저 쏘아 올리게 된다. 이에 충격을 받은 미국은 학문중심 교육과정을 표방하며 수학과 과학 학습에 열을 올리게 되고 그야말로 ‘빡센’ 교육을 시키게 된다. (이 시기 우리나라의 교육도 수학과 과학에 집중된 영재교육이 붐을 이루었다.)


그 후의 교육과정은 여러 모습으로 변화를 거쳤고 지금은 어떤 교육이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을까. 단연 미래사회를 대비한 역량 강화 중심 교육이다. 교육과정도 개정을 거쳐 미래사회 핵심역량을 기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내가 달달 암기한 지식은 더 이상 소용이 없다는 미래사회, 지식을 암기할 것이 아니라 널려진 지식을 융합하고 재해석하여 창의적인 것을 만들어야 한다는 미래사회, 예측 불허의 상황에서 살아남으려면 단순한 지식을 암기하기보다는 어떤 상황에서든 적응할 수 있는 역량이 필수라는 미래사회 등등. 도대체 미래에는 어떤 일이 벌어지기에 이토록 거창한 말들이 난무하는 걸까. 아이를 가르치는 교사로서, 그리고 내 아이를 낳아 기르는 부모로서 혹시 나로 인해 우리의 아이들이 미래의 낙오자가 되는 것은 아닐는지 어깨가 무거운 수준을 떠나 무섭다.


초등학교에서는 이런 미래 사회의 핵심역량을 기르기 위한 방법으로 실생활 연계 문제 해결 학습모형을 선호하는 듯 보인다. 나 역시 수업에서 많이 사용하는 방법이다. 교과서에서 배우는 내용과 관련된 실생활 문제를 찾아 아이들에게 모둠별로 협력하여 문제를 해결하게 하는 수업 방법이다. 이렇게 하면 교과서에서 배운 내용을 실제로 활용할 수 있고, 문제를 해결하는데서 오는 성공 경험이 추후의 자발적 학습을 유도하고, 모둠별 협력 활동을 통해 타인과 소통하는 법, 갈등을 합리적으로 해결하는 법 등을 배울 수 있다.


그런데 오늘 본 다큐에서는 이러한 학교의 모습을 비판했다.(물론 10부작 중 1부까지만 본 내용이라 그 후의 내용이 어떨지는 모르겠다.) 이러한 활동 중심 학습은 실제로 배움의 효과가 크지 않으며 학습 내용을 이해하는데도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오히려 전통적인 강의식 방법으로 수업을 한 집단에서 배움의 효과가 컸으며 학생들이 학습 내용을 더 많이 기억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모둠별 활동 중심 수업에서 실제로 활동을 주도하는 학생은 상위권 학생이며 나머지 하위권 학생들은 그들에게 묻혀서 갈 뿐이라고도 이야기했다.


그런데 나는 이 부분을 보며 허점이 있다고 생각했다. 이 실험은 전통적 강의 방식 수업과 모둠별 활동 중심 수업의 결과를 비교할 때 학생들이 기억하고 있는 지식의 양을 기준으로 그 효율성을 평가했다. 하지만 교과서의 내용을 제대로 기억하는 것이 과연 큰 의미가 있는가 하는 생각이 든다. 앞서 언급했든 교과서의 내용은 인터넷 검색 한 번이면 굳이 내가 암기하고 있지 않아도 쉽게 알 수 있는데 말이다.


활동 중심 수업에 참여한 학생들은 수업 시간이 재미있었다고 이야기했다. 그들이 물론 교과서 수업 내용은 강의식 수업을 들었던 친구들에 비해 적게 기억하고 있을지언정 강의식 수업에서는 배우지 못하는 부분을 배웠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나는 이렇게 친구들과 무언가 문제를 해결하며 창의적으로 사고를 해 보려 노력하고 그동안 해보지 않았던 생각과 시도를 하는 과정 자체가 의미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강의식 수업을 해도 상위권 학생과 하위권 학생의 수준 차는 여전히 존재하며 강의식 수업으로도 이 차이는 극복할 수 없다. 따라서 하위권 학생이 상위권 학생에게 묻혀간다는 점을 활동 중심 수업만의 단점으로 지적할 수는 없을 것이다. 강의식 수업에서 하위권 학생은 수업을 알아듣지 못해 수업이 지루할 것이고 졸거나 다른 생각을 하며 집중을 하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이러한 학생들이 무임승차를 할지언정 친구들과 모둠을 이루어 함께 문제를 해결하는 편이 아이들에게 학습에 대한 흥미를 줄 수 있고 친구들의 문제 해결 과정을 보며 하나라도 배우는 것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활동 중심 수업을 하다 보면 학습적인 측면 말고도 그림이나 만들기, 창의력을 필요로 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러한 영역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하위권 학생들도 많다. 공부가 전부인 교실에서는 자신이 잘하는 것이 무엇인지 발견할 길도 없고 친구들에게 인정받을 기회도 없는 학생들이 활동 중심 수업에선 우연히 자신의 길을 발견할 수도 친구들에게 인정받을 수도 있다.


다음 편 예고에 외국의 교육과정을 살펴보기 위해 최태성 교사가 핀란드, 영국을 방문하는 모습이 나왔다. 그리고 우리가 흔히 교육의 선진국이라고 일컫는 핀란드가 현재 교육의 위기를 맞이하고 있다는 내용을 엿볼 수 있었고, 또 다른 교육의 선진국 영국에서 전통적 방법으로 수업하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미루어 짐작하건대 2부에서도 강의식 교수법의 장점을 부각하려는 듯 보인다.


입시와 직결된 중˙고등학교에서는 활동 중심 수업이 부담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학교에서 활동 중심으로 수업을 하면 주어진 50분 안에 활동시간을 제외한 20분 정도가 교사의 설명 시간이 되기 때문에 강의식 수업을 했을 때보다 학생에게 전달할 수 있는 지식의 양은 확실히 줄어들 것이기 때문이다. 학교에서 수업을 이렇게 진행했을 때 입시가 수업과 비슷한 형태로 진행되거나, 아니면 입시에 출제되는 시험 범위의 깊이와 양이 줄어들면 문제가 없을 것이다. 하지만 학교에서는 수업을 활동 중심으로 하고 있는데 입시는 변하지 않고 그대로이니 결국 학생들은 사교육에 의존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리고 공교육에서는 배우는 게 없다고 왜 저런 쓸데없는 데에 수업 시간을 허비하냐는 비난이 날아들 것이다. 맘카페에 글을 올린 엄마의 자녀도 아마 중˙고등학교에 다니는 학생이 아닐까 싶다.


하지만 내 생각에 학교의 수업 방식이 잘못된 것은 아니라고 본다. 더 이상 지식을 암기하고 방대한 지식을 머릿속에 저장하는 것이 중요하지 않은 시대이다. 그런데 여전히 강의식 수업을 들으며 얼마만큼의 지식을 아이들에게 주입했는지 여부로 수업의 효율성을 평가하는 것은 시대의 흐름에 맞지 않는다고 본다. 내가 교사라서 팔은 안으로 굽는 것일까. 공교육의 무능을 인정하기 싫어 결국 입시제도로 탓을 돌리는 것일까. 글쎄, 강의식 수업을 들으며 머릿속에 넣은 지식만을 갖고 예측불허라는 미래사회로 나서기엔 어쩐지 무기가 너무 약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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