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모전을 통한 스펙 쌓기, 교사들도 한다

<초등교사의 BookLog>

교사가 되었을 때 나는 진심으로 행복했다. 교사가 되는 과정까지 결코 순탄치 않은 길을 걸었기에 더욱 그러했다. 나는 재수를 해서 서울 소재의 대학에 입학하였다. 대학만 입학하면 놀고먹으며 신선놀음을 할 줄 알았는데 세상은 내가 알던 것보다 더욱 혹독했고 그래서 인턴, 공모전, 어학, 학점 관리 등에 목을 매며 대학 3년 반을 치열하게 보냈다. 열심히 산 덕에 한 학기 조기 졸업을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세상은 내가 알던 것보다 더더욱 혹독했고 원하는 회사에 들어가지 못해 방황에 방황을 거듭했다. 그리고 결국 다시 수능을 보는 길을 택해 교대에 입학했고 대학 4년을 또다시 치열하게 보냈다. 그렇게 4년 내내 장학금을 받으며 학교에 다녔다. 내 인생의 고생은 이제 끝이라는 마음으로 임용 공부에 남은 에너지를 쏟아부었다. 그렇게 시험에 합격하여 서울에 있는 초등학교에 발령을 받았으니 내가 얼마나 행복했겠는가. 나는 이제 나를 짓누르는 부담감과 중압감에서 벗어나 가벼운 마음으로 훨훨 날 수 있을 줄 알았다. 부담 없이 일하고 일한 돈으로는 놀고, 갖고 싶은 것도 사고, 자기 계발도 하면서 워라밸을 마음껏 누릴 수 있을 줄 알았다. 퇴근도 4시 반이니 더더욱 그렇지 않은가.



하지만 이쪽 세상도 그리 호락호락하지는 않았다. 물론 교사에게 스펙 쌓기가 필수는 아니다. 그렇지만 학교에서 근무하다 보면 화려한 경력을 자랑하는 유능한 선생님들을 많이 만나게 된다. 초등 교사라면 누구나 알법한 유명 선생님들은 대부분 수업에 도가 튼 선생님들이다. 이 분들은 자신의 수업 노하우를 정리하여 교재를 출판하고 자신이 수업이나 학급 경영에서 사용했던 학습 교구들을 기업과 협업하여 제작한 뒤 판매한다. 요즘은 이 분들이 유튜브로도 진출하여 꽤 많은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다. 외부 강의로 많은 수입을 올리는 것은 물론이다. 교사들의 유튜브 진출이 허용되면서 점차 신선한 수업 아이디어로 무장한 선생님들의 유튜브 활동이 활발해졌고 경쟁도 치열해졌다. 상황이 이러하니 나 역시 가만히 도태될 순 없었다.



나는 어떻게 하면 내가 열심히 연구하고 노력한 수업들에 대해 공식적으로 인정받으며 경력 관리를 할 수 있을까 정보를 찾게 되었다. 그리고 선생님들의 공모전이라 일컬어지는 연구대회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기존에 연구대회는 승진을 앞둔 선생님들이 승진 점수를 따기 위해 진출하는 대회였으나 현재는 자신의 수업 연구를 인정받고자 하는 젊은 선생님들도 활발히 참여하고 있다.



연구대회에는 교과수업, 인성교육, 진로교육, 수업자료 개발 등 여러 분과가 있다. 연구대회 종류도 여러 가지가 있지만 한국 교총과 각 시도 교육청에서 주관하는 대회가 공신력이 있다. 각 시도 교육청에서 주관하는 대회에서 수상을 하면 전국대회로 출품되어 전국을 무대로 겨루게 되고 전국에서 1등을 하면 대통령상까지 수상할 수 있다.



연구대회는 논문과 비슷한 형식의 보고서 제출로 심사를 한다. 교과 수업, 인성교육, 진로교육, 정보화교육 등 여러 분과 중 하나를 선택하고 연구 주제를 정해 프로그램을 개발한 뒤 직접 실험을 하여 프로그램의 효과를 입증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1학년 한글교육 시 학생들 간 수준차가 심해 수업을 진행하기에 어려움이 있다고 생각이 되었다면 그러한 문제를 어떤 방법으로 개선하고 싶은지 프로그램을 계획하고 직접 1년간 이 프로그램을 실시한 뒤 사전 사후 검사를 통해 효과를 입증하는 것이다.



그간 많은 보고서들이 있었기에 보다 참신한 주제와 사회 변화의 흐름에 맞는 최신의 교육 이론을 접목한 것들이 우수한 성적을 받는다. 작년에 연구대회에 도전해본 바 1년 간 프로그램을 학급 아이들에게 적용한다는 것이 결코 쉬운 것이 아니었다. 매 시간 공개수업에 맞먹는 양질의 수업을 준비하는 것도 매우 힘들었고 이 과정을 꼼꼼하게 사진 자료와 함께 보고서에 기록하는 것도 많은 인내를 요하는 작업이었다. 아쉽게도 첫 도전이었던 작년엔 낙방을 하였지만 한 번 하고 나니 많은 요령이 생겼고 어떻게 해야 하는지 감이 잡히기 시작했다.



올 한 해는 다른 모든 것을 차치하고 연구대회 입상 하나만을 목표로 두고 있다. 심지어는 여행 갈 때 역대 수상 보고서들을 2000페이지 이상 출력해 비행기에서 읽기도 했다. 아기를 어린이집에 보내 놓고, 아기를 재우고 나서 밤을 지새우며 논문 및 관련 서적을 읽으며 참신한 아이디어를 고민했다.



개학 전에는 주제 선정 및 구체적인 프로그램 구상까지 마치고 싶었는데 시간이 부족해 마음이 항상 촉박하고 꽤 많은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지금 마음 같아서는 이 연구대회 수상만 하면 부담감과 중압감에서 벗어나 편하게 살 수 있지 않을까 하는데 과연 이다음에는 또 어떤 것이 부담이 되어 나를 누를게 될까 궁금하기도 하다. 일단 연구대회부터 힘내자. 지금과 같은 열정을 잊지 않고 올 한 해 매진하여 꼭 좋은 성적을 얻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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